서울대 총장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딱 하루 학교에 나오는 교수들이 있다...’는 등의 말을 한 후 어느 신문은 ‘교수님 오늘은 어디 계세요?’라는 시리즈의 기사를 내 보냈다. 또한 ‘줄줄 새는 대학 연구비! 교수들 쌈짓돈’이라는 제목으로 일부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보도도 있었다. 어느 도시계획위원의 자문료가 뇌물이라고 해당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잇따른 대학교수 사회의 모럴 해저드 관련 보도를 접하고 대학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

                 실로 부끄러운 대학교수 사회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대학교수 사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교수 사회에서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언론은 예외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시민들의 비판도 인정사정 없다. 연구비 횡령 보도와 관련해 어느 네티즌은 ‘지식인의 탈을 쓴 양아치들’이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는 분명 대학교수 사회에 대한 도덕적 기대치가 다른 집단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보도 내용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하는 부분도 많다. 옛날에는 그런 일이 일부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그런 일이 대학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의구심마저 든다. 수억 원의 연구비 횡령 보도를 접한 인문사회 전공 교수들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규모다. 또한 ‘농땡이 교수’, ‘놀고먹은 교수’, ‘제자를 머슴처럼’, ‘이번 학기에는 벌써 10번 가까이 휴강’ 등의 기사도 같은 대학교수 입장에서 솔직히 다른 나라 이야기같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사실이라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에는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책도 출간 된 적이 있다. 역설적으로 한국 대학이 주어진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식정보화 사회를 맞이해 국가의 경쟁력은 대학교육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2004년도 세계경쟁력 순위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의 경제효율성 기여도는 59위, 역량 있는 엔지니어 배출 52위, 대학/기업 간 지식연계 59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정말 실망스런 순위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들은 국가 경쟁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출발이 늦었지만 대학마다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반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수업적평가,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교육시설 투자, 우수교수 충원, 연구능력 강화, 세계화 추진, 구조조정 등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역량에 달렸다는 사실 때문에 벌써 8~9년 전부터 교수들에 대한 업적을 평가하고 있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매도 않았으면

 이제는 교수업적평가 제도가 완전 정착되었다. 예컨대 교수는 교육·연구·봉사 등 세 분야에 걸쳐 평가를 받는다. 교육의 경우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주요 항목을 구성하고 있다. 학생들이 강의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성적열람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참여율이 100%에 가깝다. 강의평가 결과는 매학기 전체 대학평균, 단과대학 평균, 전공이나 학과 평균 등과 함께 항목별로 자신의 점수가 통보된다. 점수가 낮으면 경고장이 날라 온다. 승진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상, 교육상, 강의시간, 호봉승급, 연구비, 성과급, 해외파견 등에 교수업적평가 결과를 반영한다. 대학교수의 호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교수사회에 ‘나는 몇 점짜리 교수’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도는 정도다.

일부 모럴 해저드 사례를 보고 교수사회 전체를 매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교수들은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고 봉사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사회도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유지하도록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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