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가 내륙에 상륙한 뒤에도 강력한 위력을 유지하는 원천은 뭘까.
 
태풍 루사는 지난 23일 오전 9시께 괌섬 동북동쪽 약 1천800㎞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이래 30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 남남동쪽 430㎞부근 해상까지 진출하는 동안 줄곧 중심기압 950hPa의 세력을 유지했다.
 
또 이날 오후 전남 고흥 지방을 통해 내륙에 상륙한 이후에도 중심기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강도 `강', 규모 `대형'이라는 위력을 잃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태풍이 일본 부근해상까지 진출한 뒤 세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과 달리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북상하고, 특히 태풍의 `에너지원' 격인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내륙에 들어와서도 강도를 유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태풍 루사가 위력을 유지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나라 남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많은 수증기를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루사가 그동안 북상하면서 몰고온 수증기를 비로 뿌려 `체력'이 소진될 무렵 우리나라 남해상에 접근, 높은 수온으로 인해 증발되는 수증기를 흡수하면서 기초체력을 보강했다는 분석이다.
 
또 한반도 동서에 놓여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로 기압골을 타고 흐르는 상층의 편서풍이 이례적으로 약한 점도 태풍 루사가 강한 위력을 유지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로 인해 태풍 루사는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해상과 내륙에 초속 30∼50m의 강풍과 최고 680㎜가 넘는 폭우를 남겼으며, 전국적으로 수십여명이 사망·실종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기압배치와 해수면 온도 등의 각종 여건이 태풍에 적합했다”면서 “그러나 내륙을 통과하면서 점차 진행속도도 빨라지고 위력도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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