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에, 아직 땅이 채 생기지도 않은 곳에 연세대학교 인천캠퍼스가 들어오기로 인천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그 규모가 무려 55만 평이라고 하니, 일견, 인천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반갑고 뜨겁게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시쳇말로 속아서만 살아 온 탓인지 이런 경사가 경사만으로 보이지 않고 마음 한구석이 무거우니 모를 일이다.

송도국제도시는 대한민국 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한 전략적 경제기지이다. 그러한 전략을 성취하기 위해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그 내용이 일반지역에 비해 가히 파격적이라는 것을 새삼 설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이 지역의 조성을 추진해온 행정 조직들은, 그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IT, BT 등 최신 기술의 산업기지와 물류단지, 신항 건설을 기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자본이 투자하는 첨단기업과 학교, 병원 등이 들어오고 국내법의 적용이 상당 부분 배제되는 별천지가 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연세대학교의 이 지역 입주계획은 이러한 기존의 계획들과 긴밀한 상관을 갖는 것일까.

보도를 보면, 연세대의 송도 캠퍼스 개설에도 어김없이 화려한 수사가 따라붙고 있다. 정창영 총장은 이러한 사업이 “1학년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송도단지 내 산·학·연 클러스터 구성을 통한 한국 전체의 과학기술 연구능력을 키우고자 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당 50만 원에 부지를 매입해 2007년 1단계 공사를 착공, 2010년에 28만 평의 1단계 캠퍼스를 완공해 1학년생 6천 명을 이곳에서 가르친 후 2학년부터는 서울과 원주 캠퍼스에서 수업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어서 2011년부터 2단계 27만 평 공사를 시작해 BT, NT의 연구과학단지와 국제학부, 해외 자매대학 캠퍼스, 북한과 동북아의 정치 경제 사회 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도 한다. 솔직히 말해 이것이 전부라면 실로 추상적이고 진부한 또 하나의 말잔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진정한 속내를 알기 전에 경망스레 가부를 논할 일도 아닌 것같아 아주 조심스럽게 인천광역시의 이 계획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몇 가지 물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왜 연세대학교인가 하는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에 대학을 유치하는 것은,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다른 일반적인 지역에 대학을 유치하는 행위와 많이 달라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개발 이익을 겨냥해 잘 계산된 투자이어야 하며, 막대한 공적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공개적이어야 하고 공공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 총장의 “이후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한 발언과 연세대학생들의 반대 시위의 주장을 미루어보면 이 계획은 연세대의 내부 의사 결정도 충분히 거친 것 같지 않고, 세부적인 자금 계획이나 실시계획의 초보적인 검토도 완료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투자의 부족, 조직의 나태와 경직화, 미래 수요의 감소에 대한 대처 등 헤아리기 어려운 문제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사립대학 재단들의 자체투자의 회피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고 이러한 여러 문제들로부터 연세대학교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자금 계획마저 프로젝트 파이낸싱(정직하게 새기자면 이 사업을 하기 위한 특별한 빚지기 계획)으로 하겠다는 방안밖에 제시하지 못하고, 학교 운영자금조차 등록금의 파격적인 인상으로밖에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학교에 조성원가의 거의 절반 수준에도 미칠 수 없는 가격에 토지를 제공하면서까지 우리의 거창한 미래를 의탁하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에 걱정되는 부분이 기존에 진행되어온 다른 계획들과의 충돌이다. 송도에는 현재 인천대학교가 연세대학교의 개설 목적과 유사한 목적으로 15만 평의 부지에 이전을 계획, 이미 실현에 착수한 시점이다. 이 두 개의 연구단지는 서로 어떤 기능의 분배와 경쟁관계를 갖게 될 것인지 사전에 검토가 있었는가. 그야말로 인천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인천대학교의 발전 계획에는 전혀 차질이 없겠는가. 아니면 그저 대학은 많기만 하면 좋은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외국 교육자본의 유치는 이참에 포기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

무엇보다도, 경제자유구역의 조성은 법이 정한 바에 따라 방향을 엄격하게 지켜 철저하게 유기적 틀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아파트단지만 범람하는 모습에 대해 아픈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이번 계획이 또 다시 쓸데없는 중앙정부와의 싸움과 선거를 의식한 정치세력의 조급함에 의해 목표가 희생되는 전형적인 상징이 되지 않기를 빈다. 성실한 인천시의 해명을 기다리며, 무엇보다도 이 기회에 '경제자유구역 조성 행정'의 공개성과 합리성이 확보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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