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6 CES는 3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CeBIT과 함께 세계 2대 IT전시회로 발전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1만3천 개 부스에 110개국 2천500개사가 참가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새해 벽두에 열리는 이 전시회는 IT업계의 주도권 다툼을 할 신제품을 발표하는 성격이 짙은 전시회로 금년에는 디지털 TV가 하이라이트였고, IT 제품을 가전제품과 자동차 영역에 다양하게 융합한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인천업체 1015만 달러 계약 성공

지난 수년간 그랬듯이 이번 전시회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IT 강국 코리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30여 개 부문에 걸쳐 기술과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에 수여하는 혁신상 중 삼성전자는 업계 최다인 15개 부문, LG전자는 11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90여 개의 중소기업들도 따로 국가관을 운영하면서 1억 달러의 수출계약을 이끌어내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 인천지역 업체들도 1천15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몇몇 업체는 작년도 1년 매출보다 큰 액수의 계약을 연초에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술력이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중소기업이 세계적 IT 전시회에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하여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더 많은 수의 부스를 배정받도록 관련기관이 노력해야 한다. 삼성전자 700평, LG전자 520평 등 우리 대기업들은 CES 참가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중앙홀에 설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한국관은 총 76개의 부스를 배정받아 대만 363개, 중국 245개의 부스가 설치된 홀의 변두리에 위치해 규모나 위치면에서 초라한 느낌을 주었다. 주최사인 미국가전협회는 과거 참가실적을 반영해 부스를 할당한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많은 기업들이 부스를 확보하지 못해 참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주최 측과의 적극적인 협상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둘째, MS나 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대부분 인근 호텔에서 별도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제품개발 계획과 판매전략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참가하지 못했고 현지에서 참가하고자 해도 사전 신청이 요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시장이 너무 넓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약속하지 않으면 꼭 만나야 할 바이어도 만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기업 활동도 이제는 휴먼 네트워크다. 무엇보다도 만나야 하고 들어야 하며 설득해 우리편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정보를 미리 공지해 관심기업들이 참가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요구된다.

셋째,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공항수속의 까다로움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LA공항 입국에 두 시간 이상 걸리고 몇 시간 기다린 후에 라스베이거스 국내선을 타려면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많은 기업체 직원들은 LA에서 자동차를 빌려 5시간 운전을 하고 이동했다. 일본은 라스베이거스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고 금년에 우리나라도 처음으로 전세기 1편이 운항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사람이 1만 명에 이르고 매년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내 항공사와 국가차원의 지원노력이 절실해진다. 다행스럽게도 지난주 발표에 의하면 대한항공(사장 이종희)에서 라스베이거스 노선 개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늦어도 금년 안에 노선이 개설돼 내년에 개최될 CES 2007에는 우리 기업인들이 편하게 참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IT 강국 공고화의 길

세계 IT 업계를 선도해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우리의 자랑일 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CES에 일본의 중소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신제품의 큰 흐름을 주도할 대만의 대기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기술과 노력이 어우러질 때 IT 강국 코리아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분명 2006 CES는 우리나라 IT 중소기업들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CES와 같은 세계적인 IT 전시회 참가를 통해 회사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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