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가 북한핵 문제를 중재하기 위한 본격적 노력을 시작했다. 워싱턴에서 6.7 양일간 열리는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 뒤이은 임성준 특사와 백악관 고위 인사들간의 협의 등을 통해 그같은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지금까지 정부가 북한과 미국, 양쪽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면서 상황 악화방지에 주력해온 것에 비추어 본다면 정부의 중재 노력은 종래의 소극성을 탈피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쪽으로 돌아서고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김대중 정부가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주목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측이 확고한 공동 주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고 혼란 없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중재 노력은 그 성공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우리가 제시할수 있는 최선의 해법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북한간의 대결은 북한의 선 불가침 조약 체결 요구와 미국의 선 북한핵 포기 요구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있다. 여기서 시간상의 선후가 문제라면 동시적 해결 방안이 논리적인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미국의 완강한 거부로 동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일단 북한이 핵포기를 선언하고 이어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라는 우리의 중재안은 양측이 모두 수락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이보다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이 결실을 보기를 고대한다.

이 모든 선의의 중재 노력이 북한의 핵포기 선언 없이는 아무런 진전을 볼 수없다는 사실은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다. 북한은 국제적인 중재 노력에 기대를 거는것과, 벼랑끝 전술로 일관하는 것 가운데 어느 편이 그들의 안전보장과 외부로부터의 경제 지원이라는 궁극 목표 달성에 유리한지 잘 계산해야 할것이다. 우리의 중재안에 의하면 그 다음은 미국의 대북한 안전보장이 필수적인데 이같은 우리의 중재 노력에 대한 미국의 초기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인 것은 아닌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 불가침에 관한 구두 약속을 문서로 옮기는 것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데 여전히 곤란을 겪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다. 우리 정부가 아무런 독자적 입장도 없이 무조건 미국의 입장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국은 우리의 해법 제시를 경청하는것이 당연하다.

미국내에서도 북한핵 문제는 결국 대화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의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등장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부시 행정부의 진정한 목표가 북한 대량파괴무기의 제거라고 한다면 더더욱 대화와 협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봉쇄나 고립을 통한 압박보다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중재안의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국제 여론을 조성하고 미국과 북한이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결 방안에 동의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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