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망사건 피고인을 위해 항소심 변론을 맡은 변호사가 사재를 털어 공탁금을 지불하고 집행유예를 이끌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뺑소니 사망사건 피고인은 공탁금이 없어 징역형을 살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었으나 변호사의 이 같은 도움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수원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영천(39·법무법인 세인)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중순 뺑소니 교통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이모(48·여)씨 사건을 수임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14일 밤 11시께 이천시 장호원읍 풍계리 앞길에서 자신이 몰던 마티즈승용차로 도로 중앙선 부근에 서 있던 주민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해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김 변호사는 이씨의 차에 치여 숨진 피해자가 정신병력이 있는 데다 사고 직전 술을 마시고 도로변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넘어 도로 중앙선에 앉아 있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김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비록 피고가 뺑소니사망사고를 냈지만 술 취한 피해자가 도로에 앉아있어 사고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이씨의 죄질은 석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을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결국 이 같은 변론이 주효했기 때문에 이씨는 일정액의 공탁금만 내면 석방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씨의 오빠와 친구들이 1천200만 원을 마련해 이씨의 남편에게 공탁금을 맡겨 놓았으나 이씨의 남편이 그만 도박으로 이 돈을 모두 날렸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재판부는 돈을 마련할 시간을 주려고 선고기일을 일주일 늦춰주었으나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이씨는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1심 선고대로 2년6월을 복역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자 김 변호사가 사재를 털어 500만 원을 마련, 지난 14일 법원에 이씨의 공탁금으로 냈고 이씨는 이틀 뒤 열린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 4년에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풀려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료 변호사들은 “요즘같이 변호사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변호사가 자신의 돈을 털어 의뢰인을 위해 공탁금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김 변호사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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