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도용 사태가 잇따르자 특별한 이유없이 주민등록번호의 제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에서는 아직도 주민등록번호를 유일한 본인 확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사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직장인 김모(35·수원시 천천동)씨는 최근 국내 굴지의 한 대형 할인매장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매장 안내원으로부터 3월 말까지 이 매장에서 발급한 기존의 마일리지 카드를 `멤버스카드’로 변경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이 회사 계열사의 각종 포인트를 통합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멤버스카드로 전환을 하는 것으로 이를 하지 않을 경우 기존의 마일리지 포인트는 6월30일 이후 전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안내원은 신청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적도록 요구했다.
 
오직 이 마일리지 카드만 사용하던 김씨는 굳이 멤버스카드를 발급 받을 필요성을 못 느꼈고 또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 때도 제공하지 않았던 주민등록번호를 비슷한 용도의 멤버스카드를 만들 때는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 찜찜한 생각에 기재를 기피했다.
 
이와 관련, 업체 관계자는 “고객으로서는 불편한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각 계열사마다 따로 등록돼 있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주민등록번호”라며 “이는 대한민국의 실명확인 시스템상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대규모 명의도용 사태 이후에도 지난 15일 국민은행이 자사의 인터넷 복권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3천 명에게 안내 메일을 보내면서 다른 회원 3만 명의 신상정보가 첨부된 채로 발송해 물의를 빚었고 지난 20일에도 보험회사 고객모집 사원이 대형통신업체 3곳에서 27만 명의 고객 정보를 빼돌려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개인신상정보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등 개인정보의 유출과 도용 사례는 끊임없이 발생해 소비자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에서 각종 서식을 작성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게 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경기도소비자 소비자보호팀 관계자는 “굳이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도 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정보수집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주민등록번호 등의 기재사항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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