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 우승이 아쉽게 무산됐다.

최경주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골프장(파73. 7천263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메르세데스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세계 랭킹 3위 어니 엘스(남아공)와의 맞대결에서 완패, 공동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이븐파 73타를 친 최경주는 4라운드합계 23언더파 269타를 기록, 이날 6타를 줄이며 PGA 투어 72홀 최다언더파 신기록(31언더파 261타)을 세운 엘스에 8타 뒤졌다.

그러나 최경주는 지난해 투어 대회 우승자 36명만 출전하는 까닭에 메이저급 대회로 취급받는 이 대회에서 엘스와 접전을 펼치며 나름대로 선전, 올해도 PGA 투어에 강력한 '황색돌풍'을 예고했다.

준우승 상금은 45만달러.

최경주는 한때 엘스에 1타차까지 따라 붙었으나 슈퍼스타 엘스의 이름값과 우승도 가능하다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퍼팅 난조로 무너지고 말았다.

2타차 2위로 엘스와 함께 챔피언조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최경주는 전반 9개 홀 동안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좀체 추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5번홀(파5)에서 2.5m 이글 퍼트를 놓쳐 버디에 그친 뒤 6번홀(파4)에서 1m 파퍼트를 넣지 못해 타수를 까먹은 것이 아쉬웠다.

3번홀(파4)에 이어 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엘스와 격차가 4타로 벌어지면서 역전 가능성이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7번홀(파4)에서 엘스가 보기로 주춤하자 최경주는 10번홀(파4)에서 1.5m 버디 찬스를 살려낸데 이어 11번홀(파3)에서 3m 거리의 만만치 않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순식간에 1타차로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메이저대회만 3차례 제패한 엘스의 저력은 무서웠다.

12번홀(파4)에서 절묘한 어프로치샷으로 1m 버디 기회를 만들어낸 엘스는 최경주의 3m 짜리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2타차로 달아났다.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자 맥이 풀린 듯 최경주의 퍼팅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어진 13번홀(파4).

엘스는 핀에서 3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2퍼트로 무난히 파를 지켜냈지만 최경주는 20m 거리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14번홀(파4)에서는 엘스의 두번째샷이 핀 1m 앞쪽에 떨어지자 긴장한 최경주는 홀을 훌쩍 넘기는 실수를 저질렀고 또다시 3퍼트로 홀아웃, 엘스와는 5타차로 벌어졌다.

15번홀(파5)에서도 최경주는 1.5m 버디 퍼트를 놓쳤고, 1타를 더 줄인 엘스에게 6타까지 뒤져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날 10타를 줄인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에 공동2위를 허용한 최경주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실패, 단독 준우승마저 지키지 못했다.

2000년 대회때 타이거 우즈(미국)와 연장 접전 끝에 무릎을 꿇은데 이어 지난 2001년에는 최종일 선두로 나섰다가 짐 퓨릭(미국)에게 역전패했던 엘스는 최경주의 거센 추격을 잠재우고 대회 첫 패권을 안았다.

엘스는 또 98년 존 휴스턴(하와이오픈)과 2001년 마크 캘커베키아(피닉스오픈)가 세웠던 PGA 투어 최다언더파 기록(28언더파)을 경신했고 99년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수립한 대회 최저타 기록(266타)도 갈아치웠다.

우승상금 100만달러를 차지한 엘스는 이로써 올 시즌을 기분좋게 출발, 우즈 독주에 제동을 걸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한편 최경주는 17일부터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소니오픈과 24일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되는 피닉스오픈 등에 잇따라 출전한 뒤 1주일 가량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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