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선거 공보물이라지만 200쪽이 넘는 분량이어서 어디 읽어 볼 엄두가 나야죠.”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사는 이모(60·여)씨는 지난 27일 두툼한 우편물 하나를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이처럼 지난 선거에 비해 분량이 크게 늘어난 선거 공보물을 전혀 읽어보지 않고 쓰레기 통으로 버렸다.
 
지난 24일부터 유권자에게 발송된 5·31 지방선거 투표안내문과 후보자들이 만든 선거 공보물이 유권자들의 손에 들어가자마자 애물단지로 전락되고 있다.
 
28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일선 시·군, 읍·면·동마다 30명 안팎의 부녀회와 통장 등을 동원해 가며 유권자에 힘겹게 발송한 선거공보에는 후보자의 경력과 정견, 공약사항 등이 기재돼 있다는 것.
 
또 후보자와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각 재산총액, 병역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납부 및 체납실적, 전과 기록 등의 정보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같은 공보물은 광역·기초단체장 각 12쪽 이하, 광역·기초의원 8쪽 이하, 정당별 비례대표 각 8쪽 이하로 규정돼 있다.
 
줄잡아 200여 페이지가 넘어 책 한권씩 유권자들 손에 쥐어진 셈이다.
 
특히 합동연설회가 폐지되고 참공약 여부를 따지는 매니페스토 운동 바람까지 불면서 각 후보마다 공보물 제작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반면 후보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유권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엄청나게 늘어난 공보물의 분량과 각 후보마다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기초의원들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이 4페이지에서 8페이지로 늘어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선관위에서 배달된 이들 공보물을 읽는데만도 30분이 족히 넘고 규격도 제각각이다.
 
그나마 책자형으로 돼 있는 공보물은 넘기기 편하지만 접지형은 읽는 데 불편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처럼 유권자가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선거 공보물이 늘어난 것은 이번부터 기초의원선거가 중선거구제로 바뀌면서 각 선거구별 후보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보물을 꼼꼼히 읽고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한 선거공보물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를 부채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유권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 이 같은 선거공보물은 낭비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유권자 정모(40·수원시 권선구)씨는 “어느 후보가 출마했는지도 잘 몰라 투표 전 공보물을 참고하려 했는데 분량이 너무 많아 읽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어림잡아 책 한권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공보물은 공교육 이수 여부만 학력으로 게재되는 등 과장 없는 후보들의 진면모를 볼 수 있도록 개선됐다”며 “다소 분량이 많더라도 우리 지역을 위한 일꾼을 뽑는다는 마음으로 꼼꼼히 살펴 보는 것이 참일꾼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