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사학자인 이기백(李基白.79)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가 「한국전통문화론」(일조각)을 최근 펴냈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저자가 그동안 발표한 글 가운데 '전통문화'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26편을 단행본으로 정리한 것으로 80년대에 쓴 것도 있으나 90년대 이후에 발표된 글이 많다.

한국 역사학계에서 개인 전집은 대체로 학자가 타계한 다음에 그 친지나 제자들이 정리해 내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책은 이기백씨 스스로가 자기 글을 전집으로 편집.정리하고 있는 '이기백 한국사학논집' 중 11번째 저작집이다.

이들 저작집 가운데 진정한 단행본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한국사신론」 정도인데 이번 「한국전통문화론」 또한 저자가 그동안 여기저기 발표한 짤막한 글 모음이다.

이러한 글들을 저자는 ▲한국전통문화론 ▲전통문화의 여러 양상 ▲한국문화론▲한국사학의 전통과 현대한국사학 ▲역사교육론으로 구분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때문인지, 비슷한 주장이나 같은 말이 여러 글에 겹쳐 출현하기도 한다.

전통문화라는 개념에 대해 저자는 "한국의 고유한 것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전통문화다 아니다 하는 것은 실제로 어렵다"면서 "역사의 주인공이 변화함에 따라 그들이 창조한 문화도 변화.발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한국민족인 이상,이같이 변화.발전해온 문화는 곧 한국의 문화인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그는 '한국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 창조한 문화를 한국전통문화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더 나아가 이러한 전통문화에 대해 '선택적' 계승을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한글, 석굴암, 금속활자, 청자, 실학 등은 그 정신을 더욱 발전 계승하는 한편, 그렇지 않은 것들, 예컨대 무술(巫術)신앙, 풍수사상, 족보 등은 연구자료로만 활용.보존하는 대신에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47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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