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학·예술·기술 등 각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일가를 이룬 사람을 장인(匠人)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장인이라는 단어에는 또 다른 의미가 덧붙는다.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많은 장인들이 권력에 이용당하고 짓밟혔다. 한국의 장인들은 개인의 삶속에 격동의 현대사를 품고 있는 셈이다.

도서출판 예문이 출간한 `우리시대의 마이스터' 시리즈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장인의 삶을 통해 그 분야의 내밀한 모습과 한국 현대사의 변화상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제1~3권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장인은 성우 배한성, 만화가 이현세, 사진작가 최민식 씨이다.

최민식 씨는 본인이 직접 원고를 집필했으며 배한성 씨와 이현세 씨 편은 본인의 구술을 바탕으로 전문작가가 책을 엮었다.

배한성 씨는 6·25전쟁 때 퇴각하는 인민군과 함께 월북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동생의 생계를 책임진 소년가장이었다. 성우가 된 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언론통폐합의 시련을 겪었고 TV의 출현으로 성우가 빛이 바래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누구보다 성우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애쓴 인물로 꼽힌다. 그는 광고와 각종 오락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만능 엔터테이너형 성우의 선례를 남겼다.

만화가 이현세 씨 역시 북한에 있던 작은 삼촌 때문에 연좌제에 얼룩진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80년 신군부는 `불량의 진원지'를 뿌리뽑기 위해 만화가들을 불러모아 자율정화대회를 열게 했다. 자정운동 궐기대회에 참석했던 이 씨는 `기어코 남녀노소가 모두 만화를 읽게 하자'라고 다짐했다.

이후 그의 분신인 `까치'와 함께 최고의 만화가가 됐지만 검열의 칼날과 싸워야 했다. 일생의 대작을 남기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던 `천국의 신화'로 재판에 회부됐고 지루한 법정 공방으로 40대를 허비했다.

사진작가 최민식 씨는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고 그곳에서 사진을 접했다. 그때부터 50년 동안 사진만 찍었다.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렌즈에 담은 `인간·HUMAN' 시리즈가 최민식 사진 예술의 결정체다.

출판사는 “장인의 삶을 돌이켜보며 한국 현대사의 경험을 나누고 후배와 그 분야의 기술과 경험·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 시대의 장인 100명의 삶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각 권 250쪽 내외. 각 권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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