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을 바탕으로 한 현모를 요구했던 옛날의 여성상은 지금 21세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의 여성들은 남자들 못지않게 많은 부분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면서 사회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상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주축이 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있다.

지난 1970년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방편으로 삼았던 상업계열 학교를 활성화시킬 무렵, 1972년 3월 ‘경인여자상업고등학교’로 시작한 ‘경인여자고등학교(이하 경인여고)’.

철마터널 근처 낮은 비탈길을 오르면 정면에 작은 교문 뒤로 펼쳐진 3만여 평의 캠퍼스와 사철마다 다르게 물드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 그윽한 냄새를 풍기는 향나무 등으로 가득한 경인여고 교정은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출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다.

교문을 지나 넓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면 조금 위험하다 싶은 돌계단 사이를 비집고 피어나는 야생화를 보면 34년이라는 경인여고의 긴 전통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런 경인여고의 아름답고 넓은 교정과 자연 친화적인 교육환경은 현재 모 방송국 청소년프로그램인 ‘반올림3’ 등 각종 방송매체의 학교생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전 8시. 이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찌감치 등교를 마치고 교사들과 한 자리에 모여 수다라도 떨고 있는 것같이 재미있게 상담과 여러 가지 과외공부를 30분 동안 실시하는 ‘맞춤형 아침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아침학습은 인문계의 0교시 수업과는 다른 취지인 조기등교를 통한 부지런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해 지각생과 결석생, 중도탈락생 등의 예방을 목적으로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실시, 큰 효과를 얻고 있다.

하계방학 중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국제 감각과 새로운 문화 체험 등을 습득토록 하기 위해 ‘해외문화 체험학습’을 지난해 40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해 많은 학생들에게서 호응을 얻었다.

천정규 교장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정직하고 진실된 사람이야말로 지금의 여성상”이라며 “21세기의 여성은 한 나라의 진로를 책임질 수 있는 중요한 존재이기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큰그릇이 되도록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경인여고의 자랑거리

경인여고는 그 동안 실업계 학생들이 학교 이름만으로도 자신감을 잃는 모습을 보고 고심 끝에 지난해 새롭게 학교이름을 바꾸고 시대적, 사회적인 흐름과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실업의 구분을 없애고 대학진학과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세웠다.

기존의 시각디자인, 컴퓨터정보 등의 2개 학과에서 영상디자인, 디지털미디어, 인터넷비지니스 등 3개 학과를 확대, 개설했다.

먼저 그래픽과 멀티미디어 분야를 통합하는 전자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매체를 기반으로 한 영상디자인과는 디자인의 기본지식과 원리를 응용한 시각 디자인의 기초, 색채관리, 광고 디자인, 컴퓨터 그래픽, 영상미술, 사진 등 시각적인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진로는 광고, 편집, 포장, 제도, 설계, 웹디자인 등의 디자인분야와 광고기획 및 대행사, 기업체의 광고디자인 전문업체, 영상관리업체 등의 취업과 컴퓨터그래픽디자인과, 그래픽디자인과, 광고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영상정보처리과, 영화영상과 등으로 진학하게 된다.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요구하는 현대 디지털미디어 사회에 부응하기 위해 신설한 디지털미디어과는 컴퓨터 관련 기술,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활용한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개발, 각종 멀티미디어 관련 기능, 홈페이지 구축 및 제반 관련 기술 등을 지도한다.

이 과도 인터넷 및 인트라넷 구축, 웹디자이너, 전자출판, 사진편집창업, 멀티미디어 타이틀 제작, 컴퓨터 응용기술, 정보통신,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등 분야의 취업과 멀티미디어, 산업디자인, 정보통신, 애니메이션, 산업공학, 전자상거래, 컴퓨터공학, 컴퓨터정보시스템 등의 학과로 진학한다.

아울러 21세기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신설된 인터넷비지니스과는 인터넷상에서의 마케팅 기술을 비롯한 경영지식의 습득 및 실무적 활용능력을 극대화하는 인터넷 상거래 분야와 관련된 기능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넷비지니스과도 무역업체의 전자상거래부서, 일반기업체의 인터넷·전자상거래부서, 전자서명 공인인증기관, 금융기관, 관세사무실, 물류관련업체, 인터넷검색사, 기업체의 웹마스터, 웹디자이너 등의 취업과 인터넷 관련 모든 학과로 진학이 가능하다.

특히 경인여고는 취업과 진학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습득케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대학진학 시 적응을 위해 1학년 때부터 ‘영·수 기초 다지기’와 대학수업에 초점을 맞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의 능력향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천정규 교장 인터뷰

“‘가장 훌륭한 삶을 산 사람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었을 때 이름이 빛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학생들 또한 옛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요구하는 사람이 돼 그 이름을 길이 빛냈으면 합니다.”

30여년 전 증조부와 조부의 학교교육사업을 이어받고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을 내 손으로 키우겠다는 교육철학과 애정을 가지고 교육계에 몸을 담은 경인여고 천정규(60) 교장.

그는 “교육이란 인성을 바탕으로 한 학력향상”이라며 “사람은 모름지기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가슴을 가지고 학문에 임해야 참다운 일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1979년부터 경인여고와 인연을 맺은 천 교장은 “진정한 교육자는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우리 학생들을 내자식이라는 마음으로 맹목적인 사랑을 베풀 줄 아는 교사가 가장 존경받는 스승이 될 수 있다”고 교사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 등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매개체”라며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로 맺어져야 참교육을 통한 인정받는 학교가 될 수 있다”며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앞으로 정년을 2년 남겨둔 천 교장은 “학생들의 심신단련과 각종 행사를 치르기엔 불편함이 많은 체육관 겸 대강당을 리모델링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시설들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지금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교육자 생활을 우리 경인여고의 위상과 저력을 알리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후회 없는 교육자의 생활을 마무리를 짓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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