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기타줄을 튕기며 흘러간 옛 가요를 부르던 80년대 대학가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관객과 호흡한다는 점만 같을 뿐 이곳에서 고즈넉함을 찾는다면 당신은 라이브를 즐길 자격이 없다.

대신 열정과 끼, 거친 숨소리를 원한다면 주변 시선을 뒤로 하고 과감히 일상에서 벗어나라.

친구와 연인, 혹은 생판 모르는 남 일지라도 이곳에서 몸을 부딪치며 음악에 심취하다보면 어느덧 모두가 하나되는 잊지 못 할 추억을 만들 것이다.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갖춰야 할 건 마음 깊숙이 숨겨 논 갈망을 발산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머지 모든 것들은 본능에 맡기면 된다.

연말이다. 송년회를 목적으로 각종 모임이나 회식이 어느 때보다 많은 시기다. 대부분의 술자리가 그렇듯 한 자리에서 끝나지 못 하고 자리를 옮겨가며 2차, 3차로 이어진다.

이쯤되면 항상 드는 고민이 어디를 갈 것인가이다. 개인별·모임별 성격에 따라 취향은 다르겠지만 최근 새로운 술 문화의 트렌드로 떠 오르고 있는 라이브 까페를 권해본다.

동네 어귀 호프집 수준의 저렴한 술값에 다양한 안주거리, 무엇보다 다양한 생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라이브 까페다.

직접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가족단위의 모임을 위한 특별한 장소를 갖춘 곳도 있다.

여기에 짜릿한 추억거리가 양념으로 들어간다.

<본문 편집자 주>

 

1천 평이 넘는 무도회장 규모의 까페부터 회원들에 한해 드럼이며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는 곳까지 다채로운 모습의 라이브 까페를 만날 수 있었다.

30~40대 아주머니들의 단체손님부터 풋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까지 라이브 까페를 찾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그리고 그곳엔 공통적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있었다.

키보드 반주를 손수하며 노래하는 가수부터 재즈풍의 피아노 선율을 들려주는 뮤지션, 그룹사운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형가수까지.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소재 라이브 클럽 ‘한마음’(☎819-0233) 김금애 대표는 “라이브는 가수가 아닌 관객이 마련한다”고 했다.

관객의 입김이 저절로 노래 자락을 이끈다는 것이다.

“가수가 따로 있나요. 누구나 무대에 오르면 가수죠. 저도 가끔 무대에 오른답니다.”

그 날도 김 대표가 불러주는 감미로운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라이브 클럽 ‘아름다운 뮤직’

‘사랑이란 왠지 모른체 해도 관심이 있는 게 사랑이야...’

가수 이용 씨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환호성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온다.

친목회를 마치고 온 듯한 아주머니들은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정을 토해낸다.

형광빛이 나는 막대를 연방 흔들며 목청껏 노래도 부르고 “오빠”도 부른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두손빌딩 7층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뮤직’(☎812-4050)의 모습이다.

지난달 8일 오픈한 이곳은 라이브 까페라기엔 다소 규모가 큰 1천여 평의 대형 스테이지를 자랑한다.

규모에 맞게 출연진도 이용을 비롯한 윤시내, 유명 언더 그룹사운드 등 대형급 가수들이 즐비하다.

최광록(48)대표는 단순히 마시는 술 문화에서 보고 듣고 즐기는 문화로 변하는 추세에 맞춰 라이브 까페를 개장할 뜻을 세웠다고 한다.

업소 개장 후 인근 호프집문화가 바뀌고 있다.

호프집 수준의 저렴한 주대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뮤직’이 손님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친목 모임 후 2차용 장소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조만간 가족단위의 점심식사를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고 지역민을 위한 노래교실도 운영할 방침이다.

또 매주 노래장기자랑을 개최해 수상자에겐 다양한 상품도 증정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술집이 아닌 지역사회의 문화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며 “뜻이 통했는지 꾸준히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 라이브 클럽 ‘사운드’

외국 영화를 보면 새해를 맞이할 때 사람들이 모여 카운트 다운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키스. 그 장면을 보며 항상 부러워했던 기억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려면 인천시 연수동 롯데마트 뒤편 옛 연수구청 3층에 있는 ‘사운드’(☎811-8844)와 동춘동 소재 ‘휘가로’(☎822-5110)를 권할 만하다.

크지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규모의 홀에 앉아 연인과 함께 밤을 지내기에 최적의 업소다.

술값도 저렴해 맥주 1병 3천 원 수준이고 안주는 종류별로 1만2천 원에서 3만 원선이다.

대표적 맥주 안주인 과일의 경우 2만5천 원선.

여기에 출연 가수와 직접 대화하며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가수와 관객이 하나되는 가족같은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가끔 만취한 손님들의 농도 깊은 장난이 이어지지만 그 또한 이곳에선 애교로 통한다.

가수들은 발라드와 트롯트, 댄스까지 원하는 노래 무엇이든 소화하며 손님에게 정성을 다한다.

‘휘가로’에서 노래하는 임상혁(42)씨는 “그 옛날 선술집에서 젓가락을 두드리며 노래하듯 이곳에 오면 아름다운 기억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며 “집에서 노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라이브 클럽 ‘한마음’

무언가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한마음’(☎819-0233)을 추천한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에 위치한 ‘한마음’은 직접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업소에 들어서면 무대 한 쪽으로 피아노와 드럼, 기타 등이 놓여 있다.

악기를 다룬 사람이라면 자신있게 나서 연주하면 된다.

아님 ‘한마음’ 김금애(40·여)대표에게 연주를 부탁해보자.

김 대표가 들려주는 재즈 선율은 말 그대로 예술이다. 재즈에 대해 몰라도 된다. 그냥 마음가는 대로 흐느적 거리면 그만이다. 조금 자신이 생긴다면 김 대표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 한 자락 뽑아도 좋다.

즉석에서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프로포즈를 계획 중인 연인이 있다면 사전에 김 대표와 상의한 후 멋진 이벤트를 마련해도 괜찮다.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취해 어느 커플이고 이뤄질 게 뻔하다.



〈인터뷰〉라이브 클럽 ‘휘가로’ 무명가수 선경하

“노래가 좋으니까 하죠. 즐기면서 일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녀에게서 무명가수가 겪을 법한 설움은 찾을 수 없다. 엷은 화장기에 긴 생머리를 흔들며 키보드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그녀를 보며 초등학교 음악시간이 생각났다.

'아에이오우' 하던 그때 시절이.

선경하(33·여)씨는 올해로 가수 활동 10년차의 베테랑 뮤지션이다.

한때는 유명 그룹사운드의 보컬로 활동했을 만큼 타고난 노래 솜씨를 인정받았던 선 씨는 라이브 클럽에선 섭외 1순위의 숨은 실력자다.

처음엔 마스터 테이프에 맞춰 노래했는데 아무래도 밋밋해 요즘엔 직접 키보드를 연주한다.

“관객이 원하는 곡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좋아요. 사실 그날 그날 부를 노래 곡명은 일부 정해져 있지만 상황에 맞게 곡명을 선택하죠.”

다정한 여인이 있으면 감미로운 사랑의 세레나데를, 50대 중년층이 많으면 트롯트를, 40대 아주머니를 위해선 하춘화, 김추자 노래를 선곡한다.

“앵콜이 이어지면 최고죠. 그러나 무대에 오를 시간이 한정돼 있어 무한정 할 수 없다는 것이 가끔 안타까워요.”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관객을 위해 언제까지고 노래하고 싶다는 선 씨는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선 씨의 노랫소리는 인천시 동춘동에 위치한 라이브클럽 ‘휘가로’에 가면 매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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