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개는 사람들에게 친구로, 때로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는 조력자로 늘 가까이 있었다.

개의 존재는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처리하며 문 앞만 지키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당당한 가족의 일원으로 주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기의 목숨까지 버리는 충견까지 나오고 있다.

애완견으로 주인의 품속에서 재롱을 떨며 즐겁게 해주는 애완견이 있는가 하면 개가 갖고 있는 뛰어난 후각능력을 바탕으로 주요 기관에서 폭발물과 마약, 위해식품을 탐지하는 특수목적으로 조련되는 개들이 있다.

그 주인공이 인천공항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인천공항세관의 마약탐지견과 인천경찰특공대의 폭발물탐지견,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의 검역탐지견들이다. 얼마 남지 않은 개의 해(丙戌年)를 보내며 이들 탐지견의 활약상을 돌아본다. 〈편집자 주〉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탐지견 역사는 20여 년에 불과하지만 탐지능력과 훈련과정을 외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세계 정상의 수준에 올라섰다.

우리나라에 탐지견이 도입된 것은 지난 87년으로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테러예방을 위해 미국 CIA와 안전기획부의 협조로 미국 관세청에서 폭발물탐지견 6마리를 도입한 것이 우리나라 탐지견의 시초가 됐다.

올림픽 당시 맹활약한 폭발물 탐지견들은 그후 마약탐지견으로 전환돼 김포공항에 배치됐다가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마약탐지견을 훈련시키는 유일한 곳인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 훈련센터(인천시 중구 운북동)로 옮겨와 본격적인 훈련과 함께 실제 마약탐지활동에 들어간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500만 원 정도하는 어린 개를 도입해 훈련을 통해 실전에 배치했지만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지난 2003년부터는 자체 교배로 탐지견을 선발해 훈련시키고 있다.

현재 탐지견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탐지견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 코카 스파니엘 등 3종류 61마리로 공항에서 여행객이 만날 수 있는 마약탐지견 대부분은 온순하면서도 복종심이 강하고 후각능력이 뛰어난 래브라도 리트리버라고 보면 된다.

현장에 배치되는 탐지견은 선발부터가 까다롭다.

강아지가 태어나면 3개월간은 어미와 함께 지내며 교관의 보호 아래 발육과정을 거치고 4개월부터 1년까지 사람으로 치면 유치원 과정으로 마약탐지견으로서 소양을 갖추는 체력훈련과 사회화훈련이 시작하는데 이를 자견훈련이라고 한다.

자견훈련은 핸들러(교관)가 '더미'로 불리는 흰색 수건뭉치를 이용, 마약에 흥미를 갖는 훈련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16주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본격적인 마약탐지견을 선발하게 된다.

기본훈련 8주와 응용훈련 8주 등 모두 16주 과정의 훈련에서는 탐지견센터에 마련된 실제상황을 가정한 휴대품 출구와 사람을 가장한 마네킹 세트를 설치, 화물과 마네킹에 마약을 숨겨놓고 탐지하는 훈련을 거치며 마약의 종류도 다양화 해 탐지능력을 배양시킨다.

하지만 16주 과정에서 모두 탐지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10마리가 16주 과정에 참가하면 3마리 정도만이 성공하는데 불합격한 훈련견은 3번까지의 재교육 기회를 주고 여기에서도 떨어지면 탐지견으로 소양이 없는 소위 변견(?) 취급을 받아 일반에게 분양되거나 동물보호협회에 넘겨진다.

쇠는 수차례의 담금질을 통해 단련되지만 마약탐지견은 계속되는 훈련을 통해 탐지견이라는 자랑스러운 명칭을 얻게 되는 셈이다.

현장에 배치된 탐지견은 공격견과 수동견 두 가지로 분류돼 공격견은 마약류 냄새가 나는 가방이나 화물을 발로 긁게 훈련을 시키고, 수동견은 사람몸에 은닉한 마약류 냄새를 맡으면 그 자리에 앉거나 마약을 은닉한 사람을 추적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이렇게 훈련을 통해 선발된 마약탐지견은 인천공항에 16마리와 지방세관 14마리 등 모두 30마리가 현장에 배치돼 올 한 해만 대마와 해쉬쉬, 에페드린, MDMA(엑스터시), 메타콸론 등 마약류 7천301.95g, 160정을 적발해냈다.

마약탐지견과 비슷한 훈련과정을 거치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의 검역탐지견과 인천경찰특공대의 폭발물탐지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올해의 명견이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여행객 가운데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밟지 않고 휴대해 들어오는 축산물을 탐지하는 검역탐지견은 휴대축산물을 통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또는 구제역, 광우병 등 악성 가축전염병을 차단하는 국경파수꾼이다.

검역탐지견은 지난 10월말까지 하루평균 18건인 5천459건의 휴대축산물을 적발하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 최동권 수석교관은 "탐지견은 사람보다 수만배 많은 후각능력을 이용해 마약과 폭발물 등 위해물품을 탐지하도록 훈련된 개지만 최근에는 냄새가 거의 없는 신종마약이 기승을 부려 이를 탐지해 낼 수 있도록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구 교관 인터뷰 

"아무리 명견이라고 하더라도 말을 못하는 동물이다 보니 개의 반응을 보고 대응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네요."

군에 있을 때부터 개를 다뤄오다 지난 96년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에 들어와 어느덧 11년차 베테랑 교관이 된 황성구(35) 교관도 강아지를 탐지견으로 만드는데 여간 힘에 부치는 것이 아니다.

탐지견 부모에서 태어난 강아지라도 완벽한 훈련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견변(?)으로 전락할 수 있어 최근 막바지 단계에 있는 16주 과정에 한 마리라도 더 훌륭한 탐지견으로 만들려는 교관들의 쏟는 땀이 하루에도 한 바가지다.

탐지견으로 탄생하기까지 16주 과정을 개와 함께하며 교감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황 교관은 "탐지견 훈련과정에서 개와 교관이 교감을 갖지 못하고 마약이 담겨있지 않은 화물에 계속 탐지를 요구하거나 싫어하는 행동을 할 경우 당장 반응이 나오는데 탐지를 하지 않고 먼산을 보거나 탐지를 거부하는 등 짜증을 낸다"고 교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16주 훈련을 하다 보면 교관들은 어느 개가 탐지견으로 선발될지 훈련 초기부터 알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자견훈련을 거쳐 16주 훈련에 돌입하면 개와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팀워크가 잘 맞는 경우가 있어요. 대부분의 교관들은 느낌을 통해 알게 되는데 자신이 맡은 개가 탐지견으로 선발되면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교관들 대부분은 16주 훈련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아쉬움을 하나씩 안게 된다.

하나는 이별의 아쉬움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훈련한 개가 선발되지 못한 아쉬움이다.

황 교관은 "훈련을 거쳐 탐지견으로 선발되면 16주 동안 쌓였던 정 때문에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들지만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헤어질 때는 자식을 결혼시키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콧등이 짠해진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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