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와 40대, 10대가 바라보는 삶은 어떻게 다를까? 최근 다양한 연령대의 저자가 나이듦과 인생을 성찰한 책을 잇따라 출간했다.
 
“늙으면 자기의 영혼만이 동반자이다. 때론 울기도 하지만 그 이유는 묻지 않는다. 눈이 메마르고 무거운데 가슴속으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할 일이라곤 오직 기다리는 것.” 배우, 작가, 심리 상담가, 가정주부였던 미국 여성 플로리다 피어 스콧 맥스웰(1883-1979)은 82세에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가 쓴 `늙는다는 것의 의미'는 고령의 저자가 삶을 뒤돌아본 성찰의 기록이다. 그녀는 늙는다는 것은 때로는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기도 하며 때로는 초연하게 간직해야 할 어떤 세계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저자는 나이를 먹게 되면 쉽게 균형을 잃고 괴로워하며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기쉽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시대와 걸맞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이다. 
 
“고령이란 참으로 장엄한 무능력의 세계와 같아서 자신의 고집과 스스로 직면하게 된다. 나는 늘 이렇게 중얼거린다. `한평생 애쓰고 난 지금 내 모습을 돌아보라'고.
 
선천적으로 갖고 있던 결점들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 결점들은 내 자신보다 더 강하다. 흠이란 바로 내 자신이 아니던가.”
 
신명섭 옮김. 종합출판. 176쪽. 8천500원.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교수 김경집(48) 씨가 낸 `나이듦의 즐거움'은 3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지인과 동료 학자들에게 보낸 편지글 68편을 모았다. 해마다 유서를 쓴다는 저자는 40대 후반의 자리에서 삶을 돌아봤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해온 거라고는 나이 먹은 것밖에는 딱히 없다”는 저자는 맥스웰처럼 황혼의 들녘이 아니라 해가 비치는 들판에 서서 지나온 삶을 관조한다. 
 
“이 나이쯤 되면 아는 것도 제법 묵직하고 들은 것, 본 것도 솔찮게 많습니다. 그것이 저를 우쭐하게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꿀리지 않는 당당함의 뿌리가 되기도 합니다. (중략)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 어찌 보면 어설픈 나이일지 모르지만 안팎이 촘촘하게 아귀가 맞아가기 시작하는 그런 나이가 된 거겠죠.”
 
저자는 아내의 흰 머리, 시골의 5일 장날 등 다양한 풍경을 끄집어낸 뒤 다시 한번 삶을 성찰한다.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세상에 맞추느라 숨이 가빠 헐떡이며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작지만 소중한 것을 잃고 살았다는,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252쪽. 9천500원.
 

이들 두 권의 책이 40대와 80대의 위치에서 나이듦을 생각했다면 `망고 데이즈'는 18세에 암 말기 선고를 받은 패티 스미스가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쓴 책이다.
 
일지는 1980년 시작됐다. 그녀는 1년 뒤 숨졌다.  책에서 스미스는 한창 나이에 암이 자신의 생활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혐오하고 때때로 하늘을 향해 악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로 하여금 인생을 더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이 성숙한 학생은 긍정적인 관점을 잃지 않았다.  “오늘 망고 한 개를 찾았다. 부드러운 덤불의 팔 안에 신이 떨어뜨려 주신 선물이었다. 망고는 따뜻한 햇볕의 온기를 내 손에 그대로 전해 주었다. 세상은 내 모자를 장식할 수 있는 꽃과 나와 대화를 나눠 줄 멋진 사람들, 그리고 더 바랄 나위 없는 완벽한 망고로 가득하다.”
 
신명섭 옮김. 종합출판. 232쪽. 1만1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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