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겨울 산의 경치는 아름답습니다. 하얀 눈이 덮인 겨울나무의 모습은 풍요롭기만 하지요. 황량하던 겨울 산이 하얀 눈으로 단장하면 복잡한 도시의 일들은 잊혀지지요. 겨울 산을 오르다 보면 산이 되고 자유가 됩니다. 철없는 산짐승처럼 겨울 산을 헤매이다 보면 갓난 아기처럼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가파른 언덕의 복병을 만나면 숨은 턱까지 차오르지만 그래도 내딛는 걸음은 멈춰지지 않습니다. 발 아래 밟히는 눈이 힘을 실어 줍니다. 드디어 정상이네요. 발 아래로 펼쳐진 눈 덮인 계곡. 금방이라도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티 하나 없는 하늘.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지만 겨울 산에서는 하나가 됩니다. 그럼 이제 겨울 산을 만나보러 가볼까요.

 ◇주의할 점과 필요한 장비

   
 
   
 
 눈꽃에 취해 산길을 걷다보면 의외로 많은 복병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움 속에 동상과 저체온증, 실족, 등산로 이탈 등과 같은 위험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산의 기온은 100m 오를 때마다 0.6도 가량 낮아지고 여기에다 초속 1m의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2도씩 낮아진다. 들이 내쉬는 호흡도 고통스럽다. 어떻게 겨울산행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을까.
 
   ▶철저한 계획 = 눈 쌓인 산길의 산행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그 만큼 체력 소모도 많아진다. 평소 산행 출발시간보다 빨리 출발해 빨리 하산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겨울철 산 속의 해는 빨리 떨어진다. 당일 산행이라면 늦어도 해 지기 2~3시간 전에는 하산해야 한다. 산행 일정 역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코스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산행의 경우에는 산장이나 숙박시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겨울철 비박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장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행 도중 악천후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하산해야 한다. 산에서 부리는 욕심은 치명적이다.

 ▶사고에 대비 = 겨울 산은 적어도 2인 이상이 산행을 해야 한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특히 눈 덮인 산길을 걷다보면 등산로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선두에 선 리더는 눈 속에서 길을 내며 걸어야 한다. 체력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선두를 바꾸면서 걸어야 한다. 눈 속을 걷는 과정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최악의 경우 밤이 되도 길을 찾지 못할 경우 불을 피우고 구조대에 연락해야 한다. 길을 찾느라 체력을 소모하게 되면 그 만큼 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동물의 발자국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동물의 발자국이 능선 방향으로 나있다면 큰 길과 만나게 된다.

 ▶필요한 이동식 = 물과 함께 이동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은 보온병에 담아두면 최소한 6~8시간 정도 따뜻한 물을 먹을 수 있다. 이동식의 경우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좋다. 무게가 덜 나가면서 잠깐이나마 힘을 돋아줄 수 있는 초콜릿이나 육포, 건포도, 곶감, 사탕 등이면 무난하다. 최근에는 보온도시락이 각광 받고 있으나 최소한 4~5시간 이전에 먹어야 다소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 장비

   
 
   
 

 겨울철 장비는 다른 계절과 달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반 산행의 경우 가벼운 옷차림에 경등산화로 충분하다. 청바지나 일반 면바지를 입고 산행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계절과 상관없이 청바지 등의 일반바지는 땀에 젖어 산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비나 계곡물을 만나 젖었을 경우 사고 노출이 높다. 고어-텍스와 같은 기능성 바지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철 산행은 다른 계절에 준비하는 것보다 부피나 무게가 많이 나갈 수밖에 없다. 혹한을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갖춰야만 안전한 산행이 보장된다.

 ▶중등산화는 필수 = 산행은 두 다리로 걷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등산화가 어떤 종류의 것인가에 따라 산행의 즐거움이 달라진다. 간혹 운동화나 경등산화를 신고 겨울산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위험을 담보로 한 부분별한 행동이다. 매일 오르내리는 작은 산에도 일반 운동화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낙엽 속에 묻힌 얼음이나 바위에 붙은 얼음이 큰 부상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산행은 눈과 얼음, 추위와의 싸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이 약간 긴 중등산화가 좋다. 물론 방수는 기본이다. 방수가 되지 않는 등산화의 경우 반드시 방수액을 뿌려줘야 한다.

 ▶의류 = 겨울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강한 바람과 낮은 온도를 이겨낼 수 있는 옷이어야 한다. 의류는 보온성과 활동성이 좋고 가벼운 것일수록 좋다. 바람은 물론 눈에 젖지 않는 소재의 의류여야 한다. 산행 시 하의 내복은 가급적 입지 않는 것이 좋다. 차라리 등산 바지에 덧입을 수 있는 덧바지를 준비해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의는 두꺼운 옷을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다. 땀이 흘러 더위가 느껴질 경우 옷을 벗을 수 있거나 추워질 경우 덧입을 수 있도록 옷을 준비해야 한다. 반드시 면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면은 땀 흡수는 빠르지만 마르는 시간이 오래 걸려 체온을 빼앗아 간다.

   
 
   
 
 ▶보온용 의류 = 우모복(방한복)과 윈드-자켓(방풍복), 오버-트라우저(바지 위에 입는 덧바지)는 방풍과 방수 기능을 하는 겉옷이다. 입산 시 체온이 올라가기 전까지 착용하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벗어 배낭에 넣어두면 된다. 잠깐의 휴식 때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질 경우 쉽게 꺼내어 입을 수 있도록 배낭 속 맨 위에 넣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방풍과 방수가 동시에 되는 기능성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사계절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산행에서의 안전은 사전 준비에 달려있다.

 ▶아이젠과 스패치 = 겨울산행은 눈과 얼음과의 싸움이다. 얼음에 미끄러지면 발목 부상은 물론 자칫 벼랑 아래로 떨어질 위험마저 안고 있다. 따라서 아이젠 착용은 중요하다. 아이젠의 종류는 일반 산행용으로 4발 아이젠 1밴드(one-band), 4발 아이젠 2밴드, 6발 아이젠, 체인 아이젠 등이 있다. 원밴드의 경우 짧은 산행에 편리하지만 가파른 길을 오를 때 벗겨지는 단점이 있다. 체인 아이젠은 얼음과 다져진 눈길, 바위가 혼합된 지형에 좋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아이젠 밴드의 조임줄은 일반적으로 고무 밴드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나일론 끈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끈을 너무 조이면 발에 통증이 오고 느슨하면 자신도 모르게 벗겨져 없어진다. 출발 전 적당한 세기로 묶고 탄력을 유지해야 한다.

 겨울철 깊은 계곡 산행에 필요한 스패치는 일명 찍찍이라고 하는 밸크로 테이프로 돼 있다. 스패치는 눈이나 얼음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하체의 체온도 보호해 주는 장비다.

   
 
   
 
 ▶등산 스틱 = 눈길 산행에 체력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비가 바로 스틱이다. 두 발로 걷는 것보다 네 발로 걸을 경우 그 만큼 체력소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스틱 하나로 산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급적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스틱은 눈에서 미끄러지는 경우 중심을 잡아주고 무릎 이상 빠지는 깊은 눈 속에서 앞으로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긴요한 장비다.

 깊이가 가늠이 안되는 심설의 경우 스틱을 찔러보고 눈 쌓인 정도를 알아낼 수 있다. 이때 스틱 하단에 동그란 꽃잎 모양의 스노 링(snow-ring)을 반드시 부착해야 스틱이 눈 속 깊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 준다. 스틱은 손잡이가 T자형보다는 I자 형이 스틱기능면에서 뛰어나다.

 ▶방한모 = 산행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열은 얼굴과 머리를 통해 배출된다. 따라서 추위를 막기 위해서는 얼굴과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 귀를 가릴 수 있는 방한모 대신 최근에는 이어 밴드(ear-band) 착용이 유행이다. 그러나 강풍과 눈보라를 막기 위해서는 얼굴과 머리 전체를 감싸주는 바라클라바가 적격이다.

 ▶장갑과 양말 = 겨울철 산행에서 동상에 쉽게 노출되는 부분이 발과 귀에 이어 손이다. 산행 출발 시점부터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체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잠시 벗어 온도를 조절하면 된다. 그러나 손이 얼어버린 상태에서 장갑을 착용할 경우 체온을 되돌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통증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 눈이 잘 달라붙지 않으면서 목이 긴 방수용 파일 종류의 장갑이 좋다. 눈이 많은 지역의 산행이라면 방수 원단으로 된 2중 장갑이 좋다. 장갑이 젖었을 때를 대비해 예비 등산 양말로 장갑을 대신할 수도 있다.

 양말은 시중에 나와 있는 등산용 양말이면 무방하다. 보통 한 켤레만 착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발 보호를 위해 두 켤레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보온과 함께 발에 밀려오는 통증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타 = 겨울 산은 낮의 길이가 짧다. 특히 계곡을 따라 하산할 경우 순식간에 어둠속에 갇힐 때가 종종 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윈드-자켓과 함께 배낭에 헤드랜턴을 준비해야 하며 배터리도 여분으로 준비해 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눈 덮인 산을 한참동안 걷다보면 눈이 피로해지기 쉽다. 심지어는 고산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설맹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강한 반사 빛을 막아주는 등산 고글이 필요하다. 편광렌즈와 자외선 차단 렌즈, 김 서림방지 기능이 있는 고글 안경이 있으면 시원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틈틈이 독도 연습을 해 두는 것도 좋다. 산 모양새를 나타내는 지형도는 실제 지형을 일정한 축척에 의해 축소해서 평면상에 표시한 것이다. 산행 전에 반드시 지형도를 숙지한 뒤 출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론 나침반도 휴대하면 더할 나위 없다.

 ◇수도권의 겨울 산

 강원도와 인접한 경기북부지역에는 해발 1천 m 내외로 치솟아 있는 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이 갈라지고 한강기맥이 이어지는 산이 마치 파도처럼 연결돼 있다. 3~4월이 봄이라 해도 이들 산 정상 부근의 계곡은 여전히 겨울이다. 그만큼 겨울이 길다. 이 일대를 중심으로 겨울산행을 시작해 보자.

 # 화악산(1천468m)
 경기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 화악산이다. 산 정상은 군부대가 위치해 있어 최고봉까지는 오르지 못하지만 고산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정상까지 접근하는 다양한 산행로가 있지만 비교적 많은 등산객이 찾는 코스를 따라가 보자. 가평군 화악2리 버스종점에서 강원도 화천으로 이어지는 실운현 방면의 도로를 따라 2km 거리쯤에 매표소가 나타난다. 매표소 방면 실개천을 건너면 샘골 입구에 당도하게 된다. 여기서 칠림계곡을 끼고 50분 가량 오르면 천도교수도원이 나타난다. 천도교수도원에서 계곡 오른쪽(북쪽)방향으로 곧게 패어진 오림계곡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오림계곡으로 들어서는 산길은 높게 뻗은 잣나무 숲으로이어서 햇빛을 볼 수 없다. 이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V자 형태의 모습을 가진 협곡을 보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오림계곡이다.

 여름철이면 땀도 식힐 수 있지만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찬바람만 맞게 된다. 여기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아득하게 산 정상이 보인다. 화악산 정상이 어쩌면 하늘과 맞닿아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잣나무 숲을 뒤로 하고 오림계곡으로 발길을 돌리면 가파른 언덕을 마주치게 된다. 마치 코가 땅에 닿을 것처럼 괴로운 지역이다. 얼어있는 땅에서 잔설이 밟히고 숨은 헐떡거리게 된다.

 화악산은 굴곡이 거의 없고 마냥 가파르다. 어려운 이 지역을 50분 정도 오르면 작은 계류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발길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비교적 뚜렷하다. 일반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곳이지만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등산로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많은 눈이 내렸을 경우 이 등산로는 보이지 않을 경우가 있다. 이 점을 주의해 가며 산행을 진행해야 한다.

 20분 정도 오르면 오림계곡에서 아득하게 보였던 능선에 닿아있음을 알게 된다. 이 능선에서 서쪽 방향에 도달하면서 너덜지대를 만나게 된다. 겨울산행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너덜지대를 지나 주능선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군부대 주둔 지역이어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1시간 가량 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북쪽 전망대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전망대가 화악산 정상을 대신해 멋진 설경을 선사해 준다.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설산의 정취는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와 비교할 만하다. 가쁜 호흡의 고통과 추위를 무릅쓰고 자신과 싸우며 얻을 수 있는 경치다. 여기 왼쪽 방면으로 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화악산의 겨울산행은 마무리된다.

 ▶구간 = 화악2리 버스종점~천도교수도원~오림계곡~지능선~화악산 남릉 전망대~화악리.
 ▶총 산행 거리 = 15km
 ▶소요시간 = 7시간
 ▶교통 = 가평에서 종점까지 1일 4회(종점하차)

 # 중원산(800m)~도일봉(864m)
 중원산과 도일봉은 양평군 터줏대감 산으로 일컬어지는 용문산(1천157m)과 마주보고 있다. 보통 중원산 또는 도일봉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산행을 하지만 좀 더 힘을 내 중원산과 도일봉을 동시에 완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체력을 감안해야 한다. 중원산을 출발점으로 도일봉을 거쳐 하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조계골 방면을 출발점으로 시작해 보자.

 조계골에서 30분 정도 진행하면 두 갈래의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진행할 경우 중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도일봉까지 진행하기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하는 등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오른쪽 계곡 길을 선택해 가파른 길을 오르는 것이 두 개의 산봉우리를 접할 수 있다. 다소 위험은 따르지만 겨울산행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그만이다. 갈림길에서 오르막을 계속하다 보면 암릉 코스를 만나게 된다. 이 구간은 600봉으로 오르는 산행 코스로 거북이 바위를 보는 즐거움을 갖게 해 준다. 600봉에서 조금 더 산행을 지속하다 보면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 지점에 이르면 중원산 정상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30분 정도 산행을 이어가면 중원산 정상을 맞이하게 된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도일봉으로 향하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북쪽으로 40분 가량 운행하면 숯가마터가 나오고 여기에서 20분 정도 쉬지 않고 걸으면 800고지와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 길로 다소 손쉬운 산행이 된다. 그러나 눈 덮인 산길은 간혹 혼란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조심해서 산길을 따라야 한다. 아직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산행로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좁은 길을 한참 걷다 보면 어느새 싸리봉에 도착하게 된다.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흘러내린 땀을 얼게 할 정도로 차고 매섭다. 도일봉 정상으로 진행하기 위한 마지막 난코스다. 바위로 이뤄진 미끄럽고 좁은 산길이어서 각별한 집중이 요구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도일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멀리 용문산의 설경이 시야를 사로잡는다. 계곡에 뿌려진 눈가루는 마치 솜사탕 같이 달콤하기만 할 것 같기도 하다. 도일봉에서 잠깐의 쾌감을 맛보고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비교적 내려오는 길은 평탄하다. 하지만 산행로가 좁고 응달진 상태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전사고를 유의해야 한다.

 1시간20분 가량 하산하다 보면 이 지역 주민들이 자랑하는 중원계곡을 만나게 된다. 여름철 중원폭포를 통해 흐르는 중원계곡의 물은 마치 녹색과 파란 물감을 번갈아 풀어놓은 듯 깨끗하다. 이 지역은 커다란 바위가 집중돼 있어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의 위험이 있다. 하산 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제아무리 철각이라고 해도 이 때쯤이면 힘이 어느 정도 소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구간 = 조계골기도터~ 동쪽 암릉길~600봉~삼거리~중원산~숯 가마터~800봉~싸리골 삼각점~싸리재~싸리봉~도일봉~중원계곡~중원2리 노인정
 ▶총 산행거리 = 17km
 ▶소요시간 = 7시간
 ▶교통 = 상봉터미널~용문산 국립관광지(하루 4회 운행하며 1시간40분 소요)

  # 고려산(436m)
 연개소문이 태어난 곳이라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강화는 그야말로 섬 전체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강화도는 지역 곳곳에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이 무려 140여 개가 밀집해 있어 역사적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강화지역 어느 산을 가 봐도 바다를 볼 수 있다. 강화지역의 황홀한 산행길은 그렇게 시작된다. 마니산을 비롯해 혈구산과 삼산면에 있는 상산 등 모든 산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고려산 산행 역시 그런 기대를 안고 시작된다.

 고려산은 강화읍에서 서쪽 고비고개 방면으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고려산 주능선에 오르면 산과 바다의 경치는 물론 휴전선 너머 황해도 해안이 눈에 잡힌다. 고구려 장수왕 4년(416년)에 창건됐다는 천년고찰 적석사(積石寺)와 청련사(靑蓮寺)를 비롯해 정상을 두르고 있는 강화산성(사적 제224호), 북릉 산자락의 백련사 철아미타불좌상(보물 제994호), 동릉에 위치한 홍릉 등이 자리잡고 있다. 산행과 더불어 천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산이 험하지 않아 일반인들도 다소 쉽게 오를 수 있다. 우선 많이 이용되는 낙조봉 코스는 강화읍에서 고비고개를 넘어선 고천4리 고비마을을 기점으로 적석사~억새군락지를 거쳐 낙조봉에 오르게 된다. 이후 억새군락지로 내려와 정상 방면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솔밭 삼림욕장과 고인돌 유적지를 마주치게 된다. 여기서 삼거리 남쪽을 산행길을 따라 다시 고비마을로 내려오면 산행은 마무리된다.

 또 다른 산행 코스는 국화리 청련사에서 서릉을 거쳐 낙조봉에 이르는 코스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국화리 마을회관에서 청련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서쪽 계곡으로 30분 가량 오르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청련사에 이르게 된다. 청련사에서 삼거리를 거쳐 오른쪽 아래 토담화장실을 지나자마자 왼쪽 참나무 숲 아래로 이어진다. 여기서 10분 정도 가면 주능선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 능선을 따라 20분 가량 올라가면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 빈터가 나타난다. 동쪽으로 보이는 곳이 강화읍이고 멀리 김포시 문수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 앞바다가 펼쳐진다. 낙조대에서 서릉으로 발길을 재촉하면 쌍무덤이 나오고 여기를 지나 20분 가량 내려가면 잣나무숲이 이어진다. 5분 정도 내려서면 묵밭을 지난 곳인 미꾸지고개를 만나게 된다.

 ▶구간1 = 고비고개~고비마을~적석사~억새군락지~낙조봉~억새군락지~정상~솔밭 산림욕장~고비마을
 ▶구간2 = 국화리~청련사~삼거리~안부~낙조대~~잣나무숲~미꾸지고개
 ▶거리 = 7km
 ▶소요시간 = 3시간30분
 ▶교통 = 강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행하는 국화리~고비고개 경유 내가면 오상리 버스 이용 후 청련사 입구 또는 적석사 입구(고비마을) 마을회관 앞 하차.

 ※ 도움말 주신분 = '겨울산행'은 인천 코뿔소산악회 이조(53)대장의 자문을 얻어 취재했습니다. 이 대장은 그 동안 2000년부터 우리나라 1대간9정맥을 2회에 걸쳐 전문적으로 종주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3월부터 또 다시 3회째 1대간9정맥 종주에 나서고 있습니다. 1대간9정맥을 종주하는 데는 2년이 소요됩니다. 이 대장 연락처는 ☎011-6803-9292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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