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로 탄생한 자동차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 이상이 되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과 같이 어느 한 쪽이 밝으면 그 만큼 한 쪽은 더욱 어두워지는 법, 자동차로 인한 문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경오염원의 주범이라는 것과 자동차로 인해 교통사고 등을 유발하는 주요 제공자라는 것이다. 전자가 간접적인 영향이 크다고 보면 후자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통사고에 대한 부분의 피해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천재지변적인 사망사고는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교통사고는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인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교통사고로 인한 심각한 피해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당사자는 일생을 후회하며 살기도 하고 주변의 가족도 함께 느끼는 정도는 극한의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이러한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국의 고통사고 피해 정도는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도 훨씬 높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교통사고 유발의 원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다. 하나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주변의 교통체계 및 정책에 대한 부분을 생각할 수 있으며, 또 하나는 자동차 자체의 시스템적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부분을 모두 고려해야만 실질적인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전자인 교통체계 등을 고려해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노력했으나 최근에는 교통체계와 함께 자동차 자체의 안전시스템 보완을 통해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선진 자동차국인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대도시 중심의 교통체계를 자동차 소통 위주에서 보행자 위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일방통행제를 통해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보행자를 위한 보도를 넓히고 녹지공간을 극대화하며, 놀이시설과 편의시설을 극대화해 문화적 공간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횡단보도 주변의 교통체계를 개선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의 극대화나 횡단보도와 자동차 정지선 사이의 거리 확대, 신호등 개선 등 각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자체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예방차원의 안전시스템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탑승자를 포함한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장치 탑재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범퍼의 재질이나 곡면처리 등은 기본이고 사고 발생 시 부상정도를 줄이고자 탑승자를 위한 에어백의 설치, 엔진 후드의 아코디언 구조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의 안전시스템도 수동식 안전장치에서 능동식 안전장치로 바뀌고 있다. 수동식 안전장치는 에어백, 안전벨트 등 사고 후에 부상 등을 방지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 기술 개발 및 비용의 절감효과가 발생하면서 사고 전에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 개발 및 탑재가 주종을 이루기 시작했다. 충돌경보장치 및 자동감속장치는 이미 자동차에 탑재되어 실용화가 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충돌을 회피하는 충돌회피장치도 곧 실용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장치가 보편적으로 탑재될 경우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국내의 여건은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는 앞서 언급한 교통체계를 보행자 위주로 바꾸기 위해 법적 개선 및 적용을 이미 시작했으며, 자동차 메이커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보행자를 위한 안전장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 중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등 교통사고가 극히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누구보다도 앞서 산학연관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외국에 비해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 그리고 쏟아지는 차량은 물론이고 대도시의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국내의 실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다. 현명하게 대처하고 함께 이해하고 공생하는 노력이 그 만큼 더욱 필요하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을 이룬 우리인 만큼, 앞으로도 충분히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

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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