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신상명세서
 학명 Octopus ocellatus
 분류 팔완목 문어과
 크기 몸길이 약 20cm
 몸색 자회색
 제철 3∼4월
 산란시기 5∼6월
 서식장소 수심 10m의 내만
 분포지역 한국(남서해안)·일본
 일본어명 이이다코(イイダコ)
 방언 죽거미, 쯔그미, 쭈깨미, 쭉지미, 쭈게미

 
“봄 주꾸미 제 오시네. 양념 옷을 입으셨네∼”

아직 이른 봄이지만 따사로운 날씨와 붉은 양념 속에 몸을 비비고 누운 주꾸미를 보니 새삼 `봄처녀'노래 주인공이 주꾸미로 바뀌어 흥얼거려진다.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는 말처럼 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바다 음식인 주꾸미는 사실 3월에서 4월 사이가 제철이지만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 겨울 날씨에 힘입어(?) 성질 급한 주꾸미는 이미 2월 말부터 머리에(사실 머리가 아니라 몸통) 알이 꽉 차있다.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 일본 근해 등지에 서식하는 주꾸미는 알이 가득찬 몸통째 씹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주꾸미를 잡는 방법은 `소라방'과 `낭장망' 두 가지가 있는데 소라껍데기를 줄에 메는 소라방을 이용해 산 채로 잡기 때문에 유난히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낭장망에 걸린 주꾸미는 거의 죽은 채 올라와 싱싱함이 떨어진다.

매운 양념을 넣은 볶음이 가장 흔한 요리방법이지만 요즘에는 먹물을 빼지 않고 샤브샤브를 해먹거나 삼겹살과 궁합을 맞춰 불고기를 해 먹기도 하고 숯불에 굽거나 전골로도 요리한다.

칼로리가 낮고 영양가가 높아 최고의 보양식이자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오르고 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봄 주꾸미를 만나려는 식도락가들의 발길을 따라 주꾸미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쭈꾸미 NO! `주꾸미'가 맞아

주꾸미는 전남과 충남에서 쭈깨미, 경남에서는 쭈게미라 불린다.

흔히 쭈꾸미로 부르기도 하지만 `주꾸미'가 정확한 이름이다.

몸통에 8개의 팔이 달려 있는 것은 낙지와 비슷하나 크기가 70cm 정도 되는 낙지에 비해 몸길이가 약 20cm로 작은 편에 속한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이며 몸통부의 약 두 배 정도에 달한다.

몸통을 둘러싸고 있는 외투막은 달걀처럼 한 쪽이 갸름하다.

눈과 눈 사이에 긴 사각형의 무늬가 있고 눈의 아래 양쪽에 바퀴 모양의 동그란 무늬가 있으며 모두 금색이다.

몸 빛깔은 변화가 많으나 대체로 자회색이다.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바다 밑의 오목한 틈이 있는 곳에 포도 모양 또는 쌀알 모양의 알을 낳는다.

알은 긴지름이 1cm 정도의 큰 편으로 봄에 수온이 올라가면 먹이가 되는 새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서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그물로 잡거나 소라와 고둥의 빈 껍데기를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잡기도 하는데 고둥, 전복 등의 껍데기를 몇 개씩 줄에 묶어서 바다 밑에 가라앉혀 놓으면 밤에 활동하던 주꾸미가 이 속에 들어간다.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들어찬 것은 특히 맛이 좋기 때문에 3∼4월이 제철이다. 가을에도 잡히지만 알이 없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

살아 있어 싱싱한 것은 회로 먹으며 고추장으로 양념해 구워먹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먹거나 볶음, 전골로도 조리한다.

주꾸미는 흔히 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꼴뚜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리가 짧아서 귀여운 데다 먹물도 잔뜩 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강장식이라 여기는 오징어 먹물보다 더 진하고 향긋하다.

요새는 먹물을 제거하지 않고 함께 끓여내기도 하는데 샤브샤브로 쫄깃한 다리부터 데쳐 먹고 난 후 싱싱한 주꾸미에게만 나온다는 시커먼 먹물 국물은 고소하고 감칠맛 난다.

하지만 죽은 지 오래된 주꾸미는 먹물이 굳어 있어 국물에 풀어지지 않는다.

   
 
   
 
◇영양만점, 주꾸미

주꾸미는 길이가 20cm 정도로 작고 뭉뚝한 모양의 주꾸미는 쫄깃쫄깃해 씹히는 맛이 낙지보다 덜 질기고 오징어보다 감칠 맛이 난다.

DHA는 물론 필수 아미노산과 함께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빈혈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먹물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은 당뇨병 예방과 시력회복 및 근육의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건강 음식이다.

특히 지방 함유량이 1%를 넘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다.

옛날부터 `봄 주꾸미'라는 말이 있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부터 5월 어름이 주꾸미의 산란기인데 이때가 되면 살이 더욱 쫄깃쫄깃 고소해지고 통통하게 알이 배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주로 남서해안에서 많이 잡히고 맛도 좋다.

그래서 봄철에 군산이나 서산, 당진, 태안 등 서해안으로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은 풍성한 주꾸미축제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어군 형성이 늦어지고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해 어린 주꾸미를 남획하는 바람에 주꾸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니 조금은 안타까운 소식이다.

오징어 사촌이나 낙지 동생쯤으로 생각하기 쉬운 주꾸미는 원래 갯가 사람들이 즐겨 먹던 서민 음식이다.

요즘은 대개 그물로 주꾸미를 건져 올리지만 원래는 소라나 고둥, 전복 등의 껍데기를 이용해 잡았다.

소라나 고둥, 전복의 빈 껍데기를 몇 개씩 묶어 바다 속에 던져 놓으면 그 속에 주꾸미가 들어와 사는데 그것을 건져올리면 주꾸미가 조금도 상하지 않고 싱싱해 더욱 맛있다.

지금도 격포나 궁항, 모항 등지에서는 소라껍데기를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다.

▲ 주꾸미 우동철판
낙지보다 덜 질기고 오징어보다 훨씬 감칠맛이 나는 주꾸미는 살짝 데쳐 몸통째 먹어야 제맛이다.

주꾸미를 손질할 때 대개 먹통과 내장을 빼내지만 먹통과 함께 알을 씹으면 그 쌉쌀하고 고소한 맛이 혀를 감동시킨다.

특히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먹물 속에는 항암작용과 위액분비 촉진작용을 도와주는 물질이 있다고 한다.

옛날 어촌에서는 먹물을 이용해 치질을 치료했고 여성들의 생리불순을 해소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로리가 낮으면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주꾸미는 그야말로 웰빙 해산물로 꼽을 만하다.

▲ 주꾸미 꼬치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DHA가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타우린 성분이 아주 풍부해 간장의 해독기능을 강화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줄여주며 근육의 피로회복 등에 효과적이다.

주꾸미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신선한 회로 먹어도 좋지만, 돼지고기 삼겹살과 함께 매운 불고기양념으로 무쳐서 숯불에 구워 먹는 것도 별미다.

주꾸미삼겹살구이는 음식궁합에서도 조화를 이룬다.

돼지고기는 신장을 보하면서 음기(陰氣)를 보해주는 효능이 뛰어나지만 지방과 콜레스테롤치가 높은 것이 흠이다. 반면, 주꾸미는 체내 콜레스테롤치를 내려주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돼지고기의 단점을 해결해준다.

주꾸미의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면 짧은 시간에 요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금만 열을 가해도 금방 오그라들기 때문에 물에 데칠 때에도 살짝 익혀야 좋다.

또 빨판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할 때 소금 대신 밀가루를 이용해 주물러주면 뻘도 깨끗하게 씻겨나가고 미끈미끈한 진액까지 제거된다.

   
 
   
 
◇주꾸미가 먹고 싶다고? 우리집으로 와! - 미성주꾸미

손님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은 테이블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꾸미를 먹자고 손님들이 이리도 많이 몰려드는가 싶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순간, 묘한 장면을 발견한다.

옆 자리에선 커다란 냄비에 국물이 부글거리며 사람들이 주꾸미를 넣어 먹고 있다. 주꾸미 샤브샤브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또 다른 자리에선 보기만 해도 맛있게 매울 것 같은 주꾸미볶음을 놓고 부모와 함께 온 어린아이가 연신 물을 마시면서도 젓가락을 놓지 않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두 분은 삼겹살과 주꾸미가 섞인 일명 주삼불고기를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이 취향대로 먹고 있는 주꾸미. 주꾸미로 하는 모든 요리를 모아놓은 듯한 메뉴 하나 하나에 각자의 단골들이 붙어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일단 주꾸미를 비롯한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사용합니다.”
 
창업 8년째, 미성주꾸미를 운영하고 있다는 최영균(50)사장은 소래와 연안부두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주꾸미와 이 집만의 독특한 양념, 조리방법으로 서울에서도 물어물어 찾아오는 지금의 맛집으로 키웠다.

이 때문에 최영균 사장은 4개월 전 오랫동안 운영하던 자리에서 지금의 장소로 확장해 이사왔다.

최 사장은 “오래된 단골도 많고, 예전에는 최기선 전 시장님이 자주 오셨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담없는 맛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주꾸미 숯불 불고기를 시켰다.

상 한가득 내오는 밑반찬들도 보기 좋지만 듬직한 숯불 위에 이 집만의 비밀 빨간 양념을 버무린 주꾸미를 올리자 구수한 향기가 금새 퍼진다.

옆 자리의 아주머니 두 분이 그게 무슨 메뉴냐고 물으며 이미 자신들이 비운 주꾸미 샤브샤브 냄비를 아쉬운 듯 쳐다본다. 다음 번에 올 땐 주꾸미 숯불 불고기를 먹겠노라며.
 
구울 때 많이 뒤집으면 맛이 없다는 설명에 잠시 기다리니 주꾸미가 슬슬 꽃이 피는 것처럼 주꾸미 다리가 들어올려진다.

주꾸미를 봄 바다의 벚꽃이라고 했던가.
 
입안 가득 퍼지는 봄 바다의 냄새.
 
적당히 매운 맛과 숯불구이 특유의 향이 밴 주꾸미의 탁월한 매력에 빠진다.

“어떤 손님들은 두 분이 와서 6인분도 드시고 가세요.”

새삼 자랑스럽다는 듯 설명을 덧붙이는 최영균 사장을 보며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을 즐겁게 하는 것 역시 맛집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항목이라는 생각이 새삼 머릿속에 떠오른다.

주꾸미 숯불 불고기와 주꾸미 야채 불고기는 1인 분에 8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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