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모래내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시장 전체를 새로운 환경으로 탈바꿈을 시도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 상가진흥협동조합은 지난 2004년부터 진행된 `상권활성화 전략 연구 용역 조사' 결과에 따라 시장내 대형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200여 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고객을 맞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총 30억 원(시비 27억 원, 자부담 3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현대화사업을 통해 시장 중앙통로 420m 전 구간에 걸쳐 아치형 구조물인 아케이드를 설치, 쇼핑의 편의는 물론 대표적인 상징물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 빈 점포를 활용해 상인 및 고객들을 위한 문화센터는 물론 놀이방, 화장실 등의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노후화된 시설은 보수하고 집배송센터와 콜센터 기능을 갖춘 `고객지원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마케팅 강화에도 힘을 기울여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 및 교환, 환불을 전담하는 기관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모래내시장은 이 같은 상권활성화 방안과 함께 주변에 대형유통매장이 없다는 이점 때문에 최근 A급 상권으로서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올 7월부터 입주하는 구월주공 재건축 9천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배후에 두고 있다는 것도 모래내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최대 장점이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적어도 3만 명 이상의 잠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성철 조합장은 “현대화 사업이 완료되는 올해 중순경이면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식 재래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시장의 중앙통로도 15m나 돼 8m 남짓인 대부분의 재래시장에 비해 여유로운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래내시장 형성 배경-

   
 
   
 
사람들이 모이면 생필품이 필요하게 되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장소가 시장이다.

모래내시장은 1980년대 초 인근 주택지 개발과 맞물려 인구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 현재에 이른 시장이다.

원래 구월(九月)이란 명칭은 인근에 `구리울'이라는 냇가가 있던 것에 유래됐다.

`구리울'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구월동이 된 것이다.

특히 구리울 냇가는 폭이 크고 유속이 느려 유난히 모래가 많았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며 오늘날의 모래내시장이 된 것이다.

   
 
   
 
시장이 형성되던 당시에는 새벽에 농산물을 경매하는 일명 `깡시장'으로 유명했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지역 재래시장 상인과 도매상인, 음식점 업주들까지 북적거리며 시장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그러던 것이 지난 1994년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이 생기면서 도매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며 상인들도 하나 둘 떠나 쇠퇴해 갔다. 그러나 뛰어난 교통망과 함께 구월동 재개발 사업이 겹치며 모래내시장은 인천 최고의 재래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210여 개의 점포와 900여 명의 종사자 모두가 힘을 모아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모래내시장의 전성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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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이순애 할머니

“이거 팔아 칠 남매를 키웠어. 벌써 장사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네.”
 
시장 한 쪽에서 집에서 직접 만든 두부를 팔고 계신 이순애(81)할머니는 요즘 벌이가 시원치 않다며 한숨을 보였다.

아침 일찍부터 자판을 벌였지만 저녁 장이 끝날 시각에 손에 쥔 돈은 고작 1만8천 원. 두부 한 모에 1천 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꼭 18모의 두부를 판 셈이다.

30여 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평소 남다른 음식솜씨를 보였던 할머니가 선택한 것이 바로 두부장사다. 새벽부터 일어나 전날 불려놓은 콩을 갈아 모두부를 만들어 시장에 나오면 오전 9시. 이때부터 손님을 기다려 다 팔릴 때까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이 자리를 지켜왔다.

맛깔스런 솜씨 덕에 단골도 늘고 돈벌이도 괜찮았는데 인근 주공아파트가 재개발에 들어가며 손님이 뚝 끊겨 예전만 못하다는 게 할머니의 말이다.

“낼 모래가 큰딸 환갑이야. 나도 이제 이 생활 그만해야지.”

팔다 남은 두부를 매만지며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활기를 찾을 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기원한다.

-모래내시장 구석구석 돌아보기-

농수산물은 물론 공산품, 식품, 의류, 잡화 등 재래시장이라면 어디서나 취급하는 상품이 주된 품목인 모래내시장은 특히 인근 주민들이 재배한 싱싱한 농작물을 직거래로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5일 일요일 오후 저녁 장을 준비하는 아낙들로 분비는 시장 곳곳을 돌아봤다.

시장 입구. 모래내시장임을 알리는 간판 옆에 `오고 싶은 시장, 정이 넘치는 시장'이란 문구가 반갑게 일행을 맞이하고 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선 시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활기차 보인다. 수많은 인파가 저마다 목적을 가지고 시장 곳곳을 누비고 상인들은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끌기 위해 노력했다.

`노마진', `가격파괴' 등의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만큼 싸고 질 좋은 상품이 수두룩하다.

“삼겹살 3근에 만 원”을 계속 외치며 손님을 끌고 있는 정육점부터 “골라! 골라!” 소리치며 손장단을 맞추는 의류매장까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닭꼬치 굽는 냄새와 먹음직스런 족발이며 튀김 등을 펼쳐놓은 자판은 오후 시간대의 시장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1994년 시장형성시기부터 각종 접시 및 그릇, 냄비 등을 판매했다는 `모래내 그릇' 이상원 대표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가 일주일 중 가장 붐빈다”며 “단일 그릇 가게로는 우리 매장이 인천 최대”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시장을 거슬러 50m 정도 걸어가면 50년 전통의 옛맛 그대로 손수 국수를 만드는 `민달이네 국수'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TV에 방영되며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민달이네 국수는 형형색색의 천연 야채를 이용한 웰빙국수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유혹한다.

20여 평 남짓한 가게는 줄을 서야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로 붐빈다.

모래내시장 쇼핑의 즐거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중앙 그리고 통로 사이에는 쇼핑객들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오뎅, 튀김, 도넛, 떡볶이 등을 판매하는 분식점과 포창마차가 있어 쇼핑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는 롱 꼬치는 줄을 서서 기다릴 지경이다. 52cm의 긴 길이를 자랑하는 말 그대로의 롱 닭꼬치 하나면 시장기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재개발이 한창인 롯데리아 방면 통로에는 벤뎅이, 주꾸미를 비롯해 10여 곳의 순대국집이 모여 있어 해질녘 편안한 사람과 마주앉아 소주잔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이곳으로 구월시장과 연결돼 있는데 시장 깊숙이 어물전을 지나 들어가면 80년대 선술집을 연상시키는 허름한 포장마차가 있다. 단골이 아닌 다음에야 찾기조차 힘든 이곳을 발견한 주당이라면 복권에 당첨된 기분과 다름이 없을 듯하다.

저녁장이 마무리되는 오후 7시경, 시장은 다시 한 번 바뀐다.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지며 3근에 1만 원하던 돼지갈비가 4근에 1만 원으로 순식간에 바뀌고 청과물 상가도 이에 질세라 3근에 5천 원 하던 방울토마토를 4근에 5천 원으로 내놓는다.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이제부터 이곳은 주당들과 알뜰쇼핑을 즐기려는 알뜰파의 천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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