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시작한 보행자 위주의 정책이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도심지의 기존 정책인 차량 통행 위주의 방향에서 보행자를 중심으로 문화가 가미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도로를 줄이고 보도를 넓히며, 녹색 공간이 넓어지고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내 도심을 보면 이를 입증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청개천 복원을 통해 보행자의 문화공간을 확대하더니 서울숲, 동대문 주변 정리, 드디어는 광화문 네거리를 정리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보행자의 천국’이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대도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자동차 자체를 보행자 위주의 장치로 보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기존의 탑승자 보호를 위한 장치의 보완은 물론 탑승자의 부상정도를 감소시키고 기술개발의 정도에 따라 예방차원의 장치 탑재도 시작되었다. 보행자를 위한 장치의 탑재는 범퍼의 완충역할과 보행자 전용 에어백, 엔진 후드의 역할로 귀결될 수 있다. 머지않아 의무사항으로 되면 자동차의 수출입에 기본적인 장치로 탑재될 것이 확실시 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의 교통사고 현황 등 전반적인 현황이 예전에 비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어 교통사고 비율이 많이 줄었으나 아직은 OECD국가 중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교통사고 감소에 노력해야 한다.

 국내의 교통사고 중 가장 많은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횡단보도 주변의 악조건이다. ‘빨리빨리’문화가 팽배되어 있고 이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운전에도 적용되다 보니 사람과 자동차가 조우하는 횡단보도에서의 사고비율이 매우 높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사고비율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횡단보도 주변의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횡단보도에 너무 가까이 접근되어 있는 자동차 정지선도 멀리 떨어뜨려야 할 사안이며, 어린이 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의 확대 및 보완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어린이집 등에도 어린이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고령자를 위해 노인정 등에도 보호구역을 설정한다는 논리는 바로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진 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교통체계나 자동차 등 개선해야 할 각종 현안은 산재해 있으나 특히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자동차 범퍼에 부착된 철제 보조물, 이른바 ‘캥거루 범퍼’이다. 특히 SUV 등이 인기를 끌면서 기본적인 장치로 부착하는 부품이 이 철제 보조물이다. 신차 출시나 애프터마켓에서 가장 인기있고 보편적으로 장착하는 부착물로서 무게는 40~50kg 정도 나가며, 전국적으로 약 50만 대가 부착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부착물이 흉기로 전용될 수 있는 불법 부착물이라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의 외부에는 돌출하는 장비 부착은 불법으로 돼 있다. 일반 운전자들은 이 부착물이 범퍼를 보호하고 추돌 시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치는 추돌 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며, 도리어 보행자에게 흉기로 작용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크며, 무게로 인한 저연비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단점만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국내와 같이 횡단보도에서의 사고율이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불법 부착물은 보행자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며, 절대로 부착해서는 안 되는 부착물임을 알아야 한다. 보행자에게 간단한 접촉사고로 인해서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흉기인 만큼 일선 담당부서는 철저한 단속과 기준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머플러 등 간단한 불법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단속을 하면서도 이 철제 보조물이 부착된 차량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단속 한 번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착물이 보행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지 외국의 사례를 통해 많이 알려진 사안이다.

 보행자 위주의 정책은 특별한 곳에서 찾기보다는 주어진 여건에서 무엇을 정리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인지만을 확실하게 해도 피부로 느끼는 개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른 개선에 앞서 범퍼에 부착된 철제 보조물에 대한 단속부터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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