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자리잡고 나서 왠지 주변에 속속 들어서는 크고 작은 건물들과 시설들로 인간미가 떨어지는 첨단의 쇳소리만 가득한 곳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조금 물러나 바라보면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비경이 숨어있다.

 또 영종도를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 주변에는 용유도, 무의도, 장봉도, 모도, 시도, 신도 등 아기자기한 자태를 뽐내는 크고 작은 섬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재미들을 간직한 채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회색도시를 떠나 긴 호흡을 할 준비가 됐다면 조급함과 서두름의 일상을 잠깐 벗어놓고 차가 됐든, 자전거가 됐든, 아니면 조그만 배낭만 들쳐 매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그냥 지나쳤던 인천공항 주변 섬들의 비경을 찾아 떠나보자.

 그 첫 번째로 이번 호에는 하루코스를 차로 돌아볼 수 있는 영종도와 용유도를 살펴보고 다음 호에 무의·장봉도를, 마지막 편에는 모도·시도·신도의 숨어있는 알짜배기 관광코스를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 영종도
◇영종도

제비가 많은 섬이라 해 자연도(紫燕島)라 불렸던 영종도는 조선시대에는 남양부 소속 영종진으로 있다 1875년 인천부, 1914년 부천군, 1973년 옹진군으로 편입됐다 1989년이 돼서야 인천시 중구에 편입됐다.

시원하게 뻗은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해 영종도로 들어갈 수 있지만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라면 월미도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배를 타고 영종도에 도착하기까지 20여 분간 펼쳐지는 수백 마리 갈매기 떼의 군무를 보며 바다를 넘어가는 것도 새로운 추억이 된다.

영종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진풍경이 어시장이다.

▲ 영종활어시장
배에서 내려 어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고무함지에 아무렇게나 담겨있는 온갖 생선과 조개류를 보며 아이들과 하나하나 이름을 짚어보는 것도 재미지만 신선한 회를 밀고 당기는 흥정을 통해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어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다.

어시장을 뒤로 하고 해안도로로 접어들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둘러봐야 할 곳이 인천과학상설전시관이다.

4층으로 구성된 인천과학상설전시관은 각 층마다 단계별, 테마별로 관람하며 자연과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다양한 체험을 통해 원리와 현상을 이해하도록 배치해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다시 차를 돌려 영종도를 한아름에 품을 듯 우뚝 솟아있는 백운산에 올라보는 것도 도시의 찌든 때를 녹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데 정상까지 오를 수 없다면 1천500년의 숨결을 품고 있는 용궁사까지 만이라도 올라봄 직하다.

영종동사무소에 차를 세워놓고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오솔길로 20여 분간 걷다보면 아담한 사찰이 나온다.

▲ 용궁사
용궁사는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10년에 영종도 백운산 동북쪽 기슭에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고찰로 조선 철종 5년에 흥선대원군이 수리할 때 용궁사로 이름을 바꿔 현재는 관음전, 용황각, 칠성각, 요사채 등의 건물과 함께 최근에 조성된 11m 높이의 미륵불이 있다.

요사채 앞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느티나무 한 쌍이 천년의 세월을 안고 서 있는데 옛날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인들이 용궁사에 지성을 드리러 와서 용황각에 있는 약수물을 마시고 할아버지 나무에 기원하면 아기를 낳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용궁사에서 나와 해안도로로 접어들어 시원한 갯바람을 맞으며 10여 분을 달리면 섬의 형태가 바다에서 노니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용유도에 들어가게 된다.

◇용유도

용유도는 빗살무늬토기, 마제석부 등이 출토돼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고려시대부터는 말을 기르는 국영목장으로 이용되면서 조선후기에 주민수가 늘었다고 한다.

용유도는 범상치 않은 이름에서 풍겨오듯 옛 조상들은 용유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예찬하며 사계절 석양과 금빛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왕산낙조와 비포장군바위, 오성단풍, 선녀기암, 명사십리해당화, 잠진어화, 무의조무, 팔미귀범 등을 용유8경이라 명명했다.

인천공항 개발로 몇몇 풍경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풍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뛰게 한다.

   
 
   
 
용유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계절 석양과 금빛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해변.

해변을 끼고 개설된 도로를 달리다보면 거잠포해변과 마시란해변, 용유해변, 선녀바위해변, 을왕리해수욕장, 왕산해수욕장이 병풍을 펼쳐놓은 듯 펼쳐져 있다.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와 갯벌을 끼고 거잠포해변과 마시란해변, 용유해변을 지나 잠시 차를 멈추면 선녀들이 놀다갔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선녀바위 해변을 만나게 된다.

옛날에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노래하고 춤을 추며 놀았다는 선녀바위 해변에 들어서면 붙여진 이름 그대로 특이한 모양을 하고 솟아있는 바위가 있는데 그것이 선녀바위다.

선녀바위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기암괴석들이 서로 뽐내며 솟아있고 여기저기 조그만 조개껍데기들이 널려있어 아이들과 함께 목걸이용으로 조개껍질을 주워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용유도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널리 알려져 해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수욕장이다.

인천시 대표축제로 기호일보가 주관하는 `인천해양축제'의 주 무대로 사용되고 있는 왕산해변은 용유8경의 하나로 넓은 모래언덕과 깨끗한 바닷물 그리고 해질녘 드리우는 금빛 낙조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용유도의 대표적인 피서지로 꼽히는 을왕리해변은 연말이면 해넘이를 보려는 여행객으로 붐비고 여름이면 모래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으로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이 일품이다.

갈 길이 바쁘지 않다면 차에서 잠시 내려 을왕리해변을 거닐면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여유를 가지고 을왕리해변까지 돌아보면 저만치 먼 바다 수평선에는 애써 아쉬움을 달래며 멀어져가는 태양이 만드는 금빛 낙조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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