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사람이나 외지 사람이나 인천은 유독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인천에 사는 사람들조차 주말에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라도 쐬러 나갈라 치면 마땅치가 않아서다. 월미도, 인천대공원, 자유공원, 소래포구까지 꼽다 보면 더 이상 찾아 볼 곳도 대수롭지 않아 아예 동네 야산을 찾거나 포기하기 일쑤다.

하지만 시야를 인천공항쪽으로 돌려 보면 그곳에는 카키색 바다에 봄기운을 받아 하얗고 빨간색으로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섬들이 겨우내 움추렸던 여행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는 영화 속 배경이 된 신비의 섬 무의·실미도로 가족들의 손을 잡고 떠나보자.
섬을 뒤덮을 봄꽃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다고 무리하게 일정을 잡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가족들과 동반해 섬 곳곳을 뒤지다 보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건져 올릴 것이다.

▲ 실미도
◇무의·실미도

영종도 구읍뱃터에 내린 후 남측해안도로를 따라 20여분 간 달리다보면 용유도로 접어드는데 용유도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잠진도 선착장이 나온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무의도가 버티고 서 있지만 연륙교가 없어 불과 5분여 거리를 배를 이용해 건너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차를 배에 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이 함께 움직이기에 좋다.

월미도에서처럼 이곳에서도 갈매기들이 나그네를 반기듯 무의도부터 마중을 나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 부지런한 날갯짓을 펼친다.

새우깡을 던져주며 사진이라도 몇 장 담아내고 나면 어느새 무의도에 도착한다.

무의도는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로 나뉘며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실미도까지 연결돼 작아 보이지만 큰 섬이다.

무의도에는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해수욕장이 있으며 섬 한가운데 국사봉과 서해의 알프스라 불리는 호룡곡산이 자리잡고 있다.

▲ 영화촬영지
그런 까닭에 낚시대를 메고 등산하는 섬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지난 1986년 한국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한 `공포의 외인구단' 촬영장으로 사용됐고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촬영되는 등 영화와 드라마 주요 배경이 된 섬이라 절경이 그만이다.

무의도에 도착하면 어디로 먼저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큰무리 선착장에서 국사봉으로 방향을 잡아 잠깐 들어가면 바로 실미도해수욕장과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있는 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는데 바닷물이 빠질 시간이라면 실미도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을 듯 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0년생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을 지나면 보이는 곳이 2㎞에 걸쳐 초승달 모양의 모래해변이 펼쳐진 실미도해수욕장이고 그 바로 앞섬이 실미도다.

▲ 무의도
굳이 실미도로 방향을 잡은 것은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면 징검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인데 1천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의 새 장을 연 영화 `실미도'의 주제가 된 섬이고 실제 북파공작원들이 훈련받았던 곳으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섬이다.

냉전의 역사를 간직한 실미도에 들어서 지금은 세트장이 철거돼 흔적만 남아있는 촬영지를 찬찬히 둘러보면 아빠들의 군대시절 얘기나 통일을 주제로 한 자연스런 대화꺼리가 나오는 곳이 이곳 실미도다.

실미도에서 나와 이번엔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왼편으로 바다를 끼고 시골길을 5분여 달리다 보면 무의도의 중심부가 나온다.

파출소와 보건소를 지나쳐 호룡곡산과 국사봉 사잇길로 올라가다 고개를 넘어서면 세상이 확 트여 보이는 하나개해수욕장이 나온다.

▲ 호룡곡산에서 바라본 하나개 해수욕장
유난히 반짝이는 고운 모래사장이 1km에 걸쳐 펼쳐진 하나개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끝나는 부분에는 부드러운 갯벌이 이어지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들의 나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제격이다.

해수욕장 상단에서 물이 들 때와 빠질 때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가 장관이며 해수욕장 왼편에 자리잡은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관광객들의 사진촬영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나개해수욕장까지 왔다면 양말과 신발을 잠깐 벗고 발목까지라도 물에 담근 후 갯벌로 들어서면 다른 곳의 해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른 알갱이의 갯벌과 발가락 사이로 밟히는 작은 조개들을 느낄 수 있다.

아침부터 서둘러 여기까지 돌아보면 슬슬 허기가 진다.

하나개해수욕장 주변에 문을 연 음식점 어느 곳이라도 갯가의 담백한 맛을 볼 수 있는데 매운탕도 좋지만 굴을 콩나물 등 갖은 야채와 함께 비벼먹는 굴밥이나 회무침 등 이왕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든든히 먹었다면 미리 준비해 온 등산화를 차에서 꺼내 등산모드로 전환해보자.
해수욕장 양옆으로는 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이 이어져 있는데 어른들 발걸음으로 2시간 코스지만 가족들이 동반했다면 시간이 제법 걸릴 수 있으므로 완주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서해의 알프스라 불리는 호룡곡산을 먼저 올라보자.

국사봉과 나란히 붙은 호룡곡산은 호랑이와 용이 싸웠지만 결판을 내지 못한 곡절이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는데 산이 높지 않고 험하지 않지만 기암절벽 위로 등산로가 개설돼 있는 데다 마당바위, 부처바위, 고래바위 등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동네 야산을 오른다는 생각으로 찬찬히 걸어올라 가다보면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산이 높지 않지만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다 보면 체력에 따라 숨이 차오르는데 이 부분에서는 꼭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말이 쏟아지고 이내 술 좀 작작 마시라는 아내의 핀잔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으로 나 있는 나무들이 아직 옷을 걸치지 않아 휑한 부분도 있지만 산을 오르면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서해바다는 무척 아름다워 올라가는 곳곳에서 사진기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무엇보다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한없이 펼쳐진 바다, 그리고 하늘과 구름이 맞닿은 서해바다 풍경은 몽환 속에 빠져들게 한다.

정상에서 오랜만의 가족사진을 찍은 후 주차장으로 서둘러 발길을 돌리면 얼추 무의도 기행을 마치게 된다.

무의도에 갔다 올 때 반드시 확인할 것은 뱃시간과 일기예보다.

해가 길어질수록 운항시간이 조금씩 늦춰지긴 하지만 운항시간에 늦거나 일기가 나쁠 경우 배가 안 뜰 수 있어 사전에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육지로 나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섬에 묶이게 된다.

특히 남자친구랑 무의도에 들어가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오후까지 머문다면 반드시 뱃시간과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센스가 여성들에겐 필요할 것 같다.

▶배편 문의 = 무의도해운(☎032-751-3354~6, 홈페이지 www.muuid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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