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그리고 `반항'이라는 단어로 상징돼온프랑스 대표적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1913-60).

  반항적 기질의 미문(美文), 매력적인 외모, 나치 치하에서의 저항 운동, 노벨문학상 수상, 그리고 극적인 죽음 등으로 인해 카뮈의 삶은 전후 세계문학사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신화화돼 왔다. 

  미국 출신 전기작가인 허버트 R. 로트먼의 `카뮈, 지상의 인간'은 그같은 카뮈의 삶을 조명한 한 편의 전기다. 그러나 카뮈의 극적인 삶 보다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1960년 1월4일 카뮈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책은, 알제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정부 생활을 하는 홀어머니와 함께 보낸 유년 시절, 전후 최고의 화제작 `이방인' `페스트' 출간 과정, 카뮈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 등 카뮈 일생을 당대 역사적 사건들과 병치시켜가며 사실적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카뮈의 유년기와 학창시절에 대한 생생한 묘사들은 1979년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 카뮈의 상속자들로부터 `비밀공개 침해' 혐의로 출판금지 소송까지 당해야 했을 만큼 카뮈에 대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자료들로 채워져있다.

  저자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카뮈의 내적 고민들. 알제리 빈민가에서 자라 파리의 귀족적 문단에 동화될 수 없었던 데서 느낀 고뇌, 알제리 출신 이방인이면서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여겼던 카뮈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알제리인이면서 알제리 독립을 반대한 모순적 태도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

  심지어 저자는 카뮈가 살았던 알제리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닌 끝에 카뮈조차 발견하지 못한 카뮈 의 호적을 입수, 카뮈의 조상 중에 프랑스 알자스인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즉 “나는 프랑스인이야”라고 외쳤던 카뮈 자신의 주장과 달리 카뮈는 어디까지나 알제리인이었던 셈이다.  책은 1997년 새로 나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 창조적 예술가에 대한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빠뜨려서는 안된다. 전기 작가는 모든 것을 이용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저자는 미국 출판 관련 잡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해외특파원으로 일했으며, 작품으로는 `뉴욕의 알베르 카뮈' `레프트 뱅크' `파리 함락' `플로베르' 등이 있다. 1996년 프랑스로부터 예술문학 훈장을 받았다.

  한기찬 옮김. 전2권. 한길사. 각권 640~724쪽. 각 권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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