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전집 5 유고(1872년 여름-1874년 말) = 니체 전집 완역에 도전하는 도서출판 책세상이 내놓은 10번째 성과물. 니체가 쓴 메모와 기록들을 시간순서에 따라 편집했다.

이 유고집은 출간을 고려해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맥락이 끊어지는 곳이 많고 암호 같은 구절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1872년 초에 나온 「비극의 탄생」과 함께니체 초기사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유고집에서 청년 니체는 그 시대를 근대 자연과학의 대두와 이에 따른 기독교의 몰락으로 파악했다. 이것은 삶의 의미 상실을 뜻했다. 그는 기독교를 대체할 새로운 문화로 '예술가-형이상학'에 착안한다.

이에 바그너로 대표되는 독일음악과 칸트와 쇼펜하우어가 대변하는 독일 철학이 비극적 예술문화의 회귀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라고 보았다. 이를 위해 당대 문화를 전복시키고자 한다.

그가 부르짖은 이러한 독일 내셔널리즘과 파괴적 문명진단은 니체 당대 독일 민족주의의 발로인 동시에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극단적 표출이라 할 수 있는 히틀러 나치즘으로 구체화된다는 비판도 있다. 592쪽. 2만2천원.

▲민족의 생명권과 통일 = 저자 스스로는 '이른바 만경대 필화사건'이라고 표현하는 일로 옥살이와 직위해제라는 철퇴를 맞은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의 분단극복론 및 한민족 통일론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1983년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라는 개념을 확립하고 민족과 국가를 그 전형으로 지목했다. 그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저자야말로 한민족이란 '상상의 공동체'에 가장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상상된 것이건 엄연한 실체이건, 저자에게 한민족과 그 통일은 민족의지상명령으로 설정돼 있으며, 그렇기에 여기에 반하는 분단과 냉전의 체제는 극복되고 타도돼야 할 대상이다.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한국전쟁을 이러한 민족분단 시대를 마감하려는 극단적 실천행위로 한민족사에 자리매김하며, 한반도 평화정착과 냉전체제 청산을 위해 주한미군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통일은 희망이 아니라 확신이라는 저자는 민족을 기준으로 하면서도 인류보편의 기준과 접목된 정통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전쟁과 주한미군, 미국의 한반도 정책, 정통성, 연방제 통일안, 평화협정, 주체사상을 냉전 성역의 대표적 표상들로 설정하면서 지금까지의 체제가 그들 각각에 대한 '표준정답'을 강요해 왔다고 진단한다. 당대. 580쪽. 1만9천원.

▲우리 인문학과 영상 = 김기덕 외 4명 공저. 작금 한국 지식인 사회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돼버린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직접 당사자인 인문학자들 스스로가 이제는 좀 솔직해질 때가 됐다. 그들이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는 '돈의 위기''자리의 위기'인 경우가 많다.

인문학을 몰라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오히려 철학이니 역사학이니 하는 학문에 까막눈인 경우가 세상 살기는 더 편할 수도 있다. 인문학에 지원자가 없고 자금이 지원되지 않으며, 그러다 보니 인문학이 먹고 살 수 있는 토대가 몰락되는 것,이것이야말로 인문학 위기론의 실체다.

여기 그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인문학의 몸부림이 있다. 인문학이 영화와 TV, 애니메이션 등 영상 분야로 몸을 던진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미 학문의 한 축을 형성한 영상인류학 혹은 영상사회학의 한국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인문학자들은 술자리에서만 TV 사극은 거짓말 투성이라 쑥덕거리지 말고 과감히 그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토론에 가담해야 한다.

또 고고학자들이 4-5세기 경주 지역에 집중 등장한다는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이란 무덤 구조를 텍스트로 아무리 설명해봐야 'KBS 역사스페셜' 한 장면으로 제시되는 3D로 복원한 화상 한 장만 못하다.

이처럼 이 책은 역사학.민속학.사회학.인류학.고고학의 5개 인문학 분야 집필자들이 각각의 인문학이 영상과 어떻게 만나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푸른역사. 220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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