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정치 1번지인 수원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상권답게 팔달문에는 두 개의 재래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의류·잡화 위주의 영동시장과 먹을거리와 각종 농수산물이 산재한 지동시장은 모두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도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지역경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영동시장

“세계문화유산 화성 관광과 함께 즐기는 100년 전통의 전통 포목 특화시장인 영동시장에 오세요.”

수원 화성 팔달문 주변에 설립된 영동시장은 지난 1917년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한복과 침구류 등을 중심으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특히 영동시장은 꾸준한 시설투자와 환경변화로 이어지면서 수원 뿐 아니라 평택·화성·오산까지 고객층을 갖고 있는 수도권 이남 최대 규모의 시장이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수원시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24억 원을 지원받아 아케이드, 냉·난방시설, 점포 리모델링을 완료해 대형 유통점과 견줘 시설면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 현대적 시설로 탈바꿈했다.

앞서 2000년부터는 매년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중에 `한복아가씨 선발대회'를 개최해 수원시민의 한복맵시를 뽐내는 영동시장만의 독특한 마케팅으로 한복, 포목 전문 재래시장으로서의 이미지를 키워왔다.

상인들은 한결같이 “어려웠던 시기를 수원시의 지원과 상인들의 활성화 의지로 슬기롭게 극복한 만큼 앞으로 세계문화유산 화성 관광과 연계한 전통 의류시장으로 특화 발전시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복, 포목 등 혼수용품 전문점 150여 개가 군집, 전문시장으로 특화돼 있고 인근에 의류, 액세서리, 음식, 농축산물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밀집돼 1일 2만여 명이 찾는 수원의 대표적 재래시장이다.

   
 
   
 
지동시장

지동시장은 수원 화성 성곽을 배경으로 활성화된 상설 시장으로 조선말기 보부상들의 활동무대로 번창했다.

재래시장으로 원래의 맛을 찾는 시장 구석에서 찬거리를 사면서 한두 개씩 집어먹는 어묵이며, 구수한 냄새 풀풀 풍기는 순대와 족발이며, 찬바람 불때 뜨끈하게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국밥이 최고다.

그 중에서도 지동시장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지동순대'의 본거지다.

수원 토박이들은 대충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을 전후해 지동순대의 맛에 퐁당 빠져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지동순대에 약간의 알코올(?)을 즐겼다고 뒤늦게 고백을 하기도 한다. 그게 재래시장의 추억이 아닐까?

저녁을 안 먹었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몇 가지 장을 먼저 봤다.

팔달주차장에서 쭈~욱 들어가는 길이 모두 야채며 생선을 파는 점포들이다. 잊지 않고 먼저 튀김을 몇 개 해치운다. 장 보려면 배고프니까. 시장판에서 사먹는 튀김 맛은 정말 `꿀맛'이다.

백화점 스낵코너에서 파는 튀김맛이 이럴까. 배부르도록 먹고 싶지만 순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침을 삼키며 참기로 했다.

어물전에서는 상인들과 아주머니들 사이에 흥정이 한창이다.

“아이, 그렇게 주면 우리 손해야. 이 더위에 파는 사람 생각도 해줘야지. 다음에 오면 한 마리 더 줄게.”

요새 장사가 안된다고 힘이 빠져있던 아주머니가 손님을 받을 때면 갑자기 힘이 넘친다. 동태를 `퍽퍽' 자르는 칼이 무시무시하다.

모퉁이를 돌아 다리께에는 족히 일흔은 돼 보이는 꼬부랑 할머니가 손바닥 만한 노점을 벌여놓았다. 손수 캐오고 따온 고구마랑 고추랑 대여섯 가지 야채들이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야채들에 할머니의 정성이 담뿍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고구마 2천 원 어치를 샀다. 듬성듬성한 이를 드러내며 고마워하는 할머니를 보니 기분이 뿌듯해 진다.

▲ 지동시장의 명물 순대
지동시장 순대는 가족의 음식 그 맛이다.

지동시장은 1951년 상설시장으로 개장해 5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남쪽 팔달문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지금은 화성을 찾는 수많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명물이 됐다.

재래시장이라는 `묵은 때'를 벗기 위해 지난 2002년에는 시·도비 지원으로 도시가스, 환기닥트공사, 간판정비, 타일공사가 완료됐고, 2004년 상반기 국비보조사업으로 냉방공사, 저층 리모델링, 차량용 승강기를 교체했다. 작년에는 유명한 화성형 외벽공사를 마치고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또 콜 센터와 공동배송시스템, 홈페이지 구축 등으로 `초현대식 재래시장(?)'의 면모를 갖췄다. 지금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재래시장이라고 상인들의 자랑이 대단하다.

지동시장은 또 다른 재래시장과는 다르게 콜센터(☎1577-7025)를 운영하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 등으로 재래시장에 나올 수 없는 고객들은 전화로 주문하면 상담원이 해당 점포를 연결해준다. 3만 원 이상 구입시 수원시내 어디든 공짜로 배송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취해 순대에 소주를 한 잔 맛깔스럽게 걸치고 나오니 선선한 밤 바람이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준다.

이 맛에 지동시장을, 재래시장을 즐겨 찾는다는 게 단골고객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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