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뎅이? 벤댕이? 밴뎅이? 전부 틀린 말이다.

알 수 없는 녀석의 성질처럼 이름부터 요상하다.

결국 국어사전을 뒤져서야 녀석의 정확한 이름이 `밴댕이'임을 알았다.

`청어과의 바닷물고기. 몸의 길이는 15cm 정도로 전어와 비슷하며 등은 청흑색,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이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는 해석도 함께 얻었다.

밴댕이는 좀처럼 낚시로는 잡기 어려운 물고기다. 그러나 간혹 낚시바늘에 걸려 올라오는 녀석은 은백색의 몸을 파르르 떨다가 곧 죽고 만다.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고 마는 것이다.

흔히 `밴댕이 소갈딱지'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소갈딱지란 것이 쓸개를 지칭하는 말이니 그 크기를 가늠할 만하다.

성질 급한 녀석과 작은 체형, 더구나 쓸개.
세간의 입방아에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말로 표현되며 쉽게 토라지는 사람들을 빗대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밴댕이처럼 말이다.

5~6월이 되면 밴댕이는 제철을 맞는다. 산란기를 맞아 연안으로 올라오며 출하량이 늘어난다. 살도 통통히 올라 맛 또한 일품이다. 회로 먹어도 좋고 구이, 양념 무침도 제격이다. 젓갈도 이맘때 담가야 최고의 맛을 낸다.

녀석의 흔적을 찾아 인천시 곳곳을 돌아봤다. 어시장부터 유명 맛집까지.
내친김에 집에서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봤다. 녀석과 조금은 친해진 느낌이다.

유순자(47·남구 학익동) 밴댕이와 함께한 7년

   
 
   
 

“올해로 꽉 찬 7년째네요.”

도마 위에 밴댕이를 올려놓고 회를 뜨는 손길이 분주하다. 미리 깨끗이 손질된 밴댕이를 담은 소쿠리 크기를 봤을 때 하루 종일 작업을 해도 시간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족히 수백 마리는 됨 직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밴댕이가 가지런히 속살을 드러내며 한 켠에 차곡차곡 쌓였다.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유순자(47·여·남구 학익동)씨는 밴댕이 요리사다. 회를 비롯해 무침, 구이에 이르기까지 그가 못하는 요리는 없다.

밴댕이와 인연을 맺은 건 7년 전 그의 나이 40세였다.

“여기(송원식당)에 취직하며 밴댕이를 접했죠. 처음 손질하는 법부터 시작해 현재는 주방장이랍니다.”
그것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주방장이다. 주방의 상징적인 번듯한 모자는 없지만 풋풋한 인정을 듬뿍 담은 맛깔 나는 밴댕이를 요리하는 데 그녀를 따를 자가 없다.

“개인적으론 무침을 가장 좋아해요. 매콤달콤한 회무침을 뜨거운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죠.”

무침엔 미나리, 양배추, 당근 등 기본 야채와 함께 파, 마늘, 식초 등의 양념이 들어간다. 여기에 잘게 썰은 싱싱한 밴댕이를 넣고 고추장에 버무리면 된다. 얼핏 보면 밴댕이가 보이지 않아도 분명 무침 안엔 밴댕이가 있다.

“회는 뼈를 중심으로 포를 뜨듯이 가로썰기를 하죠. 그래야 한입에 먹기 편하고 맛도 고소합니다. 무침은 이를 다시 세로썰기 합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유 씨는 “아니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간다고 인사하면 오히려 힘이 나는 걸요.”

쉼 없이 회를 뜨며 묻는 말에 답하는 그녀의 손에 감히 `밴댕이 달인'의 명칭을 부여해 본다.


밴댕이 요리법

밴댕이는 크기가 작다. 요리법 또한 많지 않다.

대부분의 물고기가 그렇듯 회를 비롯해 구이 등이 주된 메뉴다. 그러나 매운탕 등엔 밴댕이가 이용되지 않는다. 요리사 유순자 씨는 “밴댕이로 매운탕을 끓이면 특유의 고소한 맛은 사라지고 오히려 속살이 흩어져 먹기 불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회, 무침, 구이 등의 요리에 이용된다. 요리법도 간단해 집에서도 쉽게 조리할 수 있다.

   
 
   
 

▶회 : 겉 비닐을 제거한 깨끗이 손질된 밴댕이의 물기를 빼고 날이 선 칼을 이용해 가로 방향으로 포를 뜨듯 썰면 된다. 최대한 뼈와 밀착해 벗겨내듯 썰어야 하는데 조금만 해보면 누구나 쉽게 회를 뜰 수 있다.

초고추장이나 다진 마늘 및 참기름을 넣은 된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어도 별미다.

 

 

 

   
 
   
 

▶무침 : 미나리, 상추, 당근, 양파 등을 잘게 썰고 여기에 파, 마늘 등의 양념을 곁들인다. 고추장으로 간을 하고 식초, 설탕 등을 이용해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밴댕이는 크지 않게 잘게 채 썰 듯 잘라 넣고 준비한 야채와 버무리면 된다.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살짝 뿌려주는 건 필수.

술안주는 물론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 거뜬한데 그 맛이 천하일품이다.

   
 
   
 

▶구이 : 밴댕이는 살이 여리다. 따라서 구이 요리를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생선살이 온통 구이용 판에 달라붙고 결국 생선뼈만 남고 만다.

우선 식용유를 충분히 두르는 것이 요령이다. 불판은 적당히 뜨거워야 하는데 약한 불에서 서서히 덥히는 것이 좋다.

기름 온도가 적당하다면 물기를 제거한 손질된 밴댕이를 조금씩 올려놓고 노릇노릇할 때까지 구워내면 된다. 거의 튀기듯이 요리를 완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쇠(그물모양의 구이판)에 소금을 뿌려가며 굽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불에 충분히 달군 상태에서 밴댕이를 올려야 살이 달라붙지 않는다.

구이는 맛이 비리지 않고 담백해 어린이도 즐겨 먹는데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 제격이다.


강력 추천 맛집 - 송원식당

인천시 남동구 관교동 종합문화예술회관 맞은편 가구거리를 끼고 골목길에 들어서면 밴댕이 거리와 마주친다.

10여 곳의 밴댕이 전문점이 성업 중인 곳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거리다.

해마다 이맘때면 맛집을 찾아 소개하는 TV방송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14년 간 이곳을 지켜온 터줏대감 송원식당(사장 하춘화·48)을 찾아봤다.

우선 식당내부의 모습은 정결하다. 50여 평 규모에 잘 정돈된 테이블이 손님을 맞는다.

메뉴는 각종 밴댕이 요리를 비롯해 병어회 정도로 많지 않으나 한 번 이곳에 발을 들이면 단골이 되고 마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싱싱한 밴댕이를 강화 석모도 포구 등을 통해 그날그날 직접 들여오고 있어 자연의 맛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역무침을 비롯해 된장국, 게장 등이 밑반찬으로 깔리며 입맛을 돌게 한다.

회는 맛이 고소하고 탄력있는 육질에 씹는 맛이 일품이다. 초고추장 등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상추 및 깻잎 등과 함께 먹으니 산과 바다의 봄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

소주 한 잔 곁들이며 밴댕이 회 맛에 심취하다보면 조금 늦게 구이가 완성돼 온다. 뼈를 따로 제거할 필요도 없이 그냥 손에 들고 뜯어 먹어도 될 만큼 먹기 좋게 손질돼 노릇하게 구워진 구이는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야 제 맛.

마지막으로 무침에 뜨거운 밥 한 공기 비벼 먹으면 밴댕이 풀코스 요리가 완성된다.

회덮밥엔 상추를 비롯해 당근, 양배추 등의 야채와 김, 참기름 등의 양념이 기본 제공된다.

주인 하춘화 씨는 “5월부터 밴댕이가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제철이다”고 말했다.

봄날 무언가 특별한 맛을 원한다면 밴댕이를 적극 추천한다.

▶밴댕이 회 : 한 접시(3~4인용) 1만5천 원 ▶구이 : 한 접시(20~25마리) 1만2천 원 ▶회덮밥 : 6천 원. (문의전화 : ☎432-6948)


관교동 밴댕이골목 업소 전화번호

▶장터밴댕이 : 423-0346 ▶해송밴댕이 : 433-8778 ▶전원밴댕이 : 421-8246 ▶송원밴댕이 : 432-6948 ▶연안밴댕이 : 437-9466 ▶호남밴댕이 : 428-0426 ▶시골밴댕이 : 432-1381 ▶소래밴댕이 : 428-7298 ▶큰나무밴댕이 : 421-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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