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에 최근 `아이를 데리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납치사기 전화사건이 잇따라 발생, 지난달 송도에서 발생한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도 이와 유사한 피해를 당하거나 미수에 그친 사례가 줄지어 인터넷에 올라오는 등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은 둔 연수구의 주부 A씨는 지난 19일 “아들을 납치하고 있다”는 괴전화를 받았다.

  범인은 발신지가 나타나지 않은 공중전화를 이용해 A씨의 집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며 “아들을 데리고 00아파트 15층 옥상에 있는데 살리려면 800만 원을 입금해라, 아니면 밀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또 범인은 아들의 목소리라며 “엄마 살려주세요”라고 울먹이는 전화음성까지 들려줬으며 놀란 A씨는 아들의 목소리라고 판단, 범인이 일러준 계좌로 800만 원을 송금했다.

  범인은 A씨의 휴대전화번호를 물어 은행에 도착해 돈을 송금할 때까지 계속 휴대전화로 통화를 유도했으며 이로 인해 A씨는 다른 곳에 연락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들은 같은 시간 학교 독서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학부모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아이를 납치하고 있다'는 사기협박전화가 19일 하루만도 연수구에서만 3차례나 발생했으며, 이날 협박전화를 받은 또 다른 주부 B씨는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급히 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기협박 전화의 범인들은 수신자번호가 뜨지 않는 공중전화를 이용하거나 중국 등지에 대포통장을 개설해 송금을 받아 추적과 검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납치협박 전화를 받는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여의치 않을 때에는 메모지에 적어 주위 사람에게 신고를 부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일반 납치 협박범은 전화 위치 추적을 알기 때문에 30초 이상 전화 통화를 하지 않는 데 반해 장시간 전화하면서 송금을 요구하는 전화는 100% 사기전화”라고 설명했다.

  연수구 주부 강모(40)씨는 “요즘 자주 발생하는 카드연체 사기전화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라며 “좀 더 많은 학부모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통신문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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