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연간 이륜차 판매 규모는 약 12만 대 수준이다. IMF이전만 하더라도 연간 30만 대 수준이던 것이 점차 줄어들면서 예전의 40% 수준을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사용신고대수 175만 대에 이르고 있으나 이 대수가 과연 올바른 수치인지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다. 중간 검사제도도 없고 폐차제도도 없으며, 관리 방법 또한 구시대적이어서 길거리에 몇 대가 다니는지 실태 파악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륜차 전체가 온통 문제투성이인 것이다. 유명무실한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제도는 물론이고 구멍투성이의 자기인증제를 기반으로 무분별한 외국의 저가 이륜차의 수입도 심각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국내의 이륜차 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선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미래형 자동차’는 있어도 ‘미래형 이륜차’는 없을 정도로 이륜차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은 물론 인식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많은 자동차 관련 시민단체도 이륜차에 대한 체계적인 문제점 제시나 해결방안에 대해 내놓는 단체는 하나 없다. 국내 이륜차에 대한 총체적인 위기인 것이다.

 한미FTA는 자동차 분야 중 이륜차 분야는 보이지 않는 분야이면서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있는 분야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의 이륜차 분야는 산업이나 문화 모두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한미FTA는 분명히 이러한 후진성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신차 수출입 등 표면적인 변화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협상은 보이지 않는 ‘선진형 시스템’ 도입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 3의 개국’이라고 칭하는 이유도 국내의 전체적인 변화가 몰고 올 영향 때문이다. 당장 국내 이륜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이륜차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도 2만 달러의 국민소득과 함께 레저문화의 욕구 발산 및 확대, 승용 이륜 모델의 보급, 사회적인 긍정적 인식의 확산과 함께 무너질 것은 확실할 것이다. 한미FTA 발효 시점부터 없어질 4%의 관세는 미국산 대형 이륜차, 이른바 ‘빅바이크’의 경쟁력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며, 미국산 일본 이륜차의 본격 수입도 생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일본산 ‘모터사이클’의 위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으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본산 이륜차도 이에 한 몫 할 것은 확실하다. 가격 절감과 함께 대형 이륜차의 보급도 눈에 띄게 커지고, 점유율도 눈에 띄게 높아지며, 우리 주변에서 자극할 것이다.

 이미 일반 수입 자동차의 위력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저가의 이륜차 수입은 분명히 변화를 몰고 오며, 그 점유율도 기세를 올릴 것이다. 더욱이 이륜차 관련 제도의 시한부적 개선이 급한 현실에서 사회적인 긍정적 인식의 확산은 일반 수입차와 더불어 적지 않은 회오리로 나타날 것도 예상되고 있다. 2006년 중국산 소형 이륜차는 5만여 대가 수입되어 국내 전체 시장의 30% 이상을 이미 점유하기 시작해 가장 경쟁력 있는 국산 소형 모델과의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고, 대형 이륜차는 국내 메이커에서는 대부분 포기해 수입산 이륜차와의 대결이 의미가 없는 실정이어서 국내 이륜차 산업도 ‘샌드위치 코리아’의 상태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우리만의 특화된 요소를 찾고 가속화되는 양측의 위협과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의 이륜차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반 자동차 산업에 비해 국내 이륜차 산업은 몇 배 열악한 실정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번 협상으로 이미 700cc 이하의 이륜차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수출 분야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한·유럽FTA의 진행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와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수입산 이륜차는 대형차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유럽에의 수출은 새로운 활로를 제공해 줄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한중FTA다. FTA의 속도가 높아지는 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기간 이내에 중국이나 일본과의 협상도 물결을 탈 수 있다. 특히 중국과의 FTA가 타결된다면 경우에 따라 국내의 이륜차 산업은 외국산으로 모두 물드는 최악의 상태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와 대책,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번 한미FTA를 통한 제도적 개선의 의미가 남다른 것은 바로 앞으로의 이륜차 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 제공은 물론 첫 단추를 매는 ‘첫 작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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