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종도 주민이 동행료를 동전으로 내고 있는 모습
인천공항을 통해 세계로 연결하는 고속도로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조금의 정체현상도 없이 시원하게 달릴 수 있고 깨끗한 도로상황으로 동북아 허브의 지름길로 통한다.

그러나 일반 고속도로와 달리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지불하는 통행료는 영종·용유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물론 공항이나 공항주변 관광지를 오가는 국민들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일반 국민들도 부담스러운데 그곳에서 먹고 자고 출퇴근하는 주민들이야 오죽하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이 벌이는 통행료투쟁이 이곳을 오가는 국민들의 통행료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통행료가 비싸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사 간 것 아니냐거나 얼마 전 영종지역에 토지보상금으로 5조 원이 풀리면서 배부른 사람들의 투정이라고 비난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으로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이 벌이고 있는 통행료투쟁을 평가하기에는 그들의 요구가 절실한 부분이 있어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투쟁의 진실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 그동안의 경과

통행료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인천공항 신도시에 주민들이 입주해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3년 초.
공항신도시 주민들은 물론 그동안 뱃길을 이용해야만 타지로 나갈 수 있었던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은 물론 인천지역 뭍으로 나갈 때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갈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을 맞게 됐다.

하지만 통행료가 여간 비싼 게 아니어서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몇몇만 모이면 통행료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하게 됐고 공항신도시 주민들이 운영하던 인터넷사이트(현재 통추위 사이트 전신)가 개설되면서 통행료에 대한 불만이 커져갔다.

이러한 불만이 모이면서 2003년 2월 지역주민 30여 명이 모여 `인천공항 통행료인하 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통행료 인하투쟁에 들어간다.

통추위는 3월 2일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승용차 200여 대가 참여한 가운데 최초의 동전내기 투쟁을 벌이고 곧이어 4월 13일 동전과 함께 현물 등으로 통행료를 지불하는 2차 투쟁에 들어간다.

2차 투쟁에서는 동전과 함께 집에서 기르던 토끼와 닭은 물론 삽겹살 등이 등장했으며 1천만 원짜리 수표를 통행료로 지불하며 통행료의 부당성을 알렸는데 몇몇 주민들만의 투쟁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3차 투쟁은 6월 15일 인천공항에서 북인천방향으로 동전내기와 서행운행을 벌였는데 이날 집회는 영종지역에서 처음으로 통추위는 물론 미사일대책위원회, 영종발전협의회 등 영종·용유지역 여러 단체가 참여하면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 투쟁이 있고 나서 건교부는 8월 1일부터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에 한해 대체 교통수단이 만들어질 때까지 서울과 인천방향 통행료의 48.4%를 인하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부분적인 승리이기는 했지만 통추위는 이 같은 정부안을 거부했다.

통행료투쟁이 단순히 영종·용유지역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대상이 돼야 하며 무료 대체도로가 없는 상황에서의 통행료 징수는 국민의 이동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4차 투쟁은 이듬해 5월 16일 지역주민과 함께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 공항상주직원 노동조합이 힘을 모으기로 일정을 잡고 건교부장관과 인천시장 면담을 통해 최종 담판을 벌이게 된다.

4차 투쟁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가진 시장면담에서 인천시는 대체교통수단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천방향은 정부안 48.4%의 차액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통추위는 또 다시 거부하고 투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화 투쟁이 쉽지 않은 데다 거듭된 집회로 주민들의 열기가 식으면서 같은 해 8월 인천시의 지원안을 수용하게 된다.

그렇게 투쟁이 종료된 후 2년여가 지난 올 4월 그나마 감면받던 통행료 감면부분이 공항철도 개통과 함께 지원이 중단되자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은 지난 3월 25일과 4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동전내기 투쟁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정부나 인천시로부터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 주민들 주장 및 제안

통행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복잡하겠지만 투쟁을 벌이는 주민들 주장은 단순하다.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될 당시의 유료도로법에 명시된 `주변에 무료 대체도로가 있어야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며 통행료징수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이 인천 또는 서울을 가려고 하거나 인천공항이나 영종도에 경제활동 또는 생존권 차원에서 외지인이 방문하려고 해도 통하는 길은 공항고속도로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월미도와 구읍뱃터를 연결하는 뱃길이 있지만 24시간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일기가 나쁘면 배를 띄울 수 없어 주민들은 뱃길을 도로라 하지 않는다.

상식적인 것이다.

주민들이 비싼 통행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인천공항고속도로 건설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1조7천억 원(민자 1조4천억 원)을 투입해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서 경기도 고양시 강매동을 잇는 40.2㎞(민자구간 36.6㎞, 국고구간 3.6㎞)의 6~8차로 고속도로로 95년 착공해 2000년 11월 개통했다.

민간자본이 투입되면서 인천공항에서 서울방향은 6천900원, 인천방향은 3천400원으로 일반 고속도로에 비하면 무려 4배 가량 비싸다.

이처럼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면서도 민간사업자의 영업손실액으로 매년 1천억 원을 국고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교통량 예측부실이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실제교통량은 당초 예측 통행량의 44.7% 수준에 머물면서 정부는 4천817억 원을 지원했는데 이 같은 통행량 예측부실로 앞으로 2020년까지 손실보전액이 2조3천84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서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뻥튀기된 교통량을 근거로 민자업체의 운영수익 부족분을 국민혈세로 보충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은 차라리 국가가 인수해 일반고속도로화 하는 것이 혈세낭비를 막고 통행료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는 향후 5~6년치 보전금을 일시에 지원해 통행료를 절반으로 낮춘다면 이용객 증가로 이어져 정부의 부담도 줄고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의 통행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제안으로 내놓고 있다.

다른 부분에서는 공항고속도로 개통으로 상대적 이익을 보고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흑자의 일부분을 지역주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회도 지역주민들의 통행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행료지원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천시와 마찰을 빚으며 법정으로 가기 일보직전이다.

통행료문제를 푸는 길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동북아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위상과 경제자유구역으로 성장할 영종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대영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비싼 통행료는 단순히 주민과 국민들의 부담만이 아니라 물류비에 포함돼 지역물가를 상승시키고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장기적으로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찬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인하추진위원회 전 위원장 인터뷰

“내 집, 우리 동네를 드나들면서 터무니없는 통행료를 내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말입니까.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문제는 비단 영종·용유지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인천공항 개항 초기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인하투쟁을 이끌었던 김규찬(45)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추진위원회(통추위) 전 위원장은 지금도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에게 통행료 문제에 한해서는 잊을 수 없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개통된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문제를 이슈화 시키며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의 통행료를 감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공항철도 개통과 함께 통행료 감면혜택이 없어졌지만 지금은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문제와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 전 위원장이 통행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인천공항 건설 당시인 지난 97년 인천공항공사에 입사한 후 2002년 공항신도시에 거주지를 옮기면서부터.

공항공사 노동조합 사무총장으로 있던 김 전 위원장은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지역 인터넷사이트(현재 통추위 사이트)에 접속하며 주민들이 큰 관심거리인 통행료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10여 일에 걸친 인터넷 작업을 통해 유로도로법상 무료 대체도로가 있어야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낸 김 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문제점을 정리해 청와대와 건설교통부에 민원을 놓고 이 문제를 지역 사이트에 퍼 나르며 통행료 문제를 공론화 시킨다.

“인터넷을 뒤지면서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많이 발견하게 됐지요. 무료 대체도로도 없는 상황에서 내 집, 내 동네를 오가는 데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도로에 비해 너무 비싼 부분도 있어 주민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됐죠.”

이것을 계기로 그동안 인터넷에서만 논의되던 통행료문제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2003년 2월 지역주민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지금의 통추위 발기인 대회가 열렸으며 그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은 초대 위원장에 오른다.

이 때부터 김 전 위원장은 투사로 돌변한다.

같은 해 3월 2일 최초의 통행료 동전내기를 개최한 데 이어 2004년 5월 16일까지 무려 4차례의 통행료 투쟁을 벌이며 통행료의 부당성을 전국에 알리고 각종 현안이 집중된 영종지역 시민단체를 하나의 투쟁으로 결집시켜내기도 했다.

그 결과 2003년 8월에는 건교부로부터 서울과 인천방향 통행료의 48.4% 감면조치를 이끌어냈으며 인천시로부터는 대체교통수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인천방향은 정부안 48.4%의 차액을 지원받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집회를 주동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이어진 2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당시 노조위원장으로 있던 직장에서도 해고되는 불운을 안게 됐다.

통행료투쟁으로 뭉친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은 김 전 위원장의 그런 불운을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지역주민들은 자발적인 벌금모금운동을 벌여 1천500만 원을 모금했으며 김 전 위원장이 몸 담았던 인천공항공사노조도 조합원 총회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의 벌금을 대납하며 눈물겨운 동지애를 보여줬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주민에게 건네받은 성금 전액을 통추위에 기탁, 통추위 활동자금으로 활용케 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이후 통행료문제를 제도권에서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5·31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통행료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35표차로 아깝게 낙선했다.

낙선 이후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통행료 투쟁을 정리하며 통추위원장을 사퇴하고 고문으로 물러난 후에도 전국민의 통행료 무료이용을 위해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 100만 명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등 아직도 그의 가슴엔 통행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뜨거운 열정이 끓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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