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사 전경
청결하지 않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육식과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사찰음식. 짜지도 맵지도 않게, 영양도 고루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불기 2551년 부처님오신날인 오는 24일(음력 4월 8일)을 앞두고 음식도 수행의 과정이라 여겼던 사찰음식의 오묘한 맛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사찰음식은 온갖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건강식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깨 한 톨 보리 한 알'로 6년을 고행한 석가모니가 마을의 수자타란 여인이 올린 `유미죽'공양을 흔쾌히 받으면서 시작된 사찰음식.
유미죽은 우유, 쌀, 밀가루, 연씨, 들깨, 검정콩 등을 섞어 만든 영양식으로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그 후 현재와 같은 순수채식 사찰음식은 기원전 1세기 무렵 대승불교와 함께 자리를 잡아갔다. 육식과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금하는 음식문화는 지금도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북방 불교권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승불교는 생활 속의 불교를 표방하며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를 내세운다.

처음에는 부득불 일일일식(一日一食)을 하지만 육체노동을 강조하면서 일일삼식(一日三食)을 원칙으로 하게 되고 이때부터 사찰음식은 법도가 생기고 하나의 식문화로 정착하게 된다.

   
 
   
 
절에서 밥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맛의 담백함과 깔끔함을 잊지 못한다. 맛에 둔한 사람도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그 은은함을 잊을 수 없게 된다.

스님들의 공양을 준비하는 행자 시절에는 땔감을 구해오는 불목하니, 상을 보는 간상, 반찬을 만드는 채공, 국을 끓이는 갱두, 밥을 짓는 공양주의 역할을 두루 거치게 된다. 이런 행자 시절의 마지막 단계가 공양주인데 각각의 소임에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한다.

예컨대, 나물무침을 할 때는 전심전력으로 반찬 만드는 일에 전력해야 하고 무국을 끓일 때는 전심전력으로 국을 끓여야 한다. 국을 끓일 때는 국 끓이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이 있을 수 없다.

국맛이 곧 수행의 깊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 사찰음식의 특징

   
 
   
 
사찰음식의 특징을 들자면 독특한 조리법이 사찰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산야초를 음식으로 먹고, 그리고 육식과 오신채 및 인공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음식 만드는 과정을 오로지 또 다른 수행의 한 방법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무엇을 먹을까는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요즘은 일일일식을 규정하지 않지만 일일일식은 식사의 양에 유의한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남방불교에서는 탁발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기후와 풍토가 다른 북방불교권(한국, 중국, 일본, 티벳 등)에서는 사원 발달과 함께 승려들의 건강을 우려해 다양한 음식들이 개발됐다.

그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계율상 차이는 있지만 대승불교에서는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둘째, 채소 중에서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파, 마늘, 부추, 달래 등은 몸에서 냄새가 나고, 성내고 탐내고 어리석하게 하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에 수행인에게는 절대 금한다.

셋째, 사찰음식은 약리작용을 갖고 있다. 승려들은 양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산약초를 먹기 때문이다. 산초장아찌는 구충제 역할을 하고 보온효과가 있는 것을 예로 알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도 시원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다시마, 버섯, 들깨, 날 콩가루의 천연 조미료를 쓰고 있다.

다섯째, 제철에 따른 음식이 발달해 있다. 예를 들자면 지리산 화엄사에는 죽순나물과 갓김치, 김부각 등이 있고, 여천 흥국사에는 쑥떡과 머위당이, 합천 해인사에는 찹쌀죽과 고수나물무침 등이 발달돼 있다. 수원 용주사에는 국화전과 두부소박이가 발달했다.

# 건강십훈(健康 十訓)

(1)소육다채(小肉多菜) : 육식은 적게 하고 채소는 많이 먹는다.

(2)소식다작(小食多嚼) : 식사를 적게 하고 잘 씹는다.

(3)소염다혜(小鹽多醯) : 염분은 적게, 식초는 많이. 나물을 무칠 때 염분을 적게 쓰고도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식초를 조금 가해 주면 염분은 적어도 간이 맞는다.

(4)소의다욕(小衣多浴) : 옷은 엷게 입고 목욕을 자주 한다.

(5)소번다면(小煩多眠) : 근심은 적게 하고 잠은 많이 잔다.

(6)소욕다시(少欲多施) : 욕심을 적게 내고, 남에게 많이 베풀도록 한다.

(7)소당다과(少糖多果) : 설탕은 적게 먹고 과일을 많이 먹는다.

(8)소차다보(少車多步) : 되도록 차는 적게 타고 많이 걷는다.

(9)소언다행(少言多行) : 말은 적게 하고 실행을 많이 한다.

(10)소분다소(少憤多笑) : 성은 적게 내고 많이 웃는다.

▲ 수도사 적문스님
# 적문 스님 인터뷰

“진정한 몸과 마음의 건강은 음식의 다양한 양념을 어떻게 내는가 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어버이의 마음처럼 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평택시 포승면 원정리 소재 수도사의 적문 스님은 사찰음식을 화두 삼아 수행의 길을 걷는 유일한 비구(남자)스님이다.

자신이 주지로 있는 평택의 수도사에 요리교실을 갖추고 사찰음식 보급에 팔을 걷어붙인 적문 스님이 음식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2년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소를 창립하면서부터.
선재 스님 등과 함께 전국의 사찰을 돌며 음식을 발굴, 정리했으며, 이를 계기로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통사찰음식'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적문 스님에게 전통사찰음식에 대한 연구 동기와 템플스테이를 통한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 등에 대해 알아본다.

-1천700년 간 불교문화와 함께 이어온 전통사찰음식을 연구하게 된 동기는.
▶중앙승가대학 시절 학보사에서 불교 대중문화에 대해 다루면서 긴 세월과 함께 변모해 온 불교 음식문화를 접하면서, 동아리 모임까지 결성하게 됐다.

이후 학생 신분으로 교외에 `사찰음식 연구회'를 조직, 활동하던 중 학생과 스님은 물론 요리 전문가들에게서 깊은 관심을 받고, 92년 10월 27일 정식 창립발족행사와 함께 `한국전통사찰음식 연구소'를 창립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사찰의 음식 조리법에 대해 문헌을 발굴하고, 노스님들의 육성을 통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사찰음식의 정통성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연구소를 통해 전통사찰음식에 대한 초청강좌와 전국순회 공개강죄는 물론, 매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 강좌를 개설, 현재 62기까지 모두 1천500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오랜 세월 사찰음식을 연구해오면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템플스테이에 자신의 연구업적을 어떻게 접목시켰는지.
▶현재 템플스테이(사찰문화 체험)를 운영하면서 전통사찰음식문화를 함께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슬로푸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생로병사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은 단순히 요리와 음식 관점에서 인식됐으나 성인병 예방은 물론, 치유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전후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 문화와 맞물리면서 사찰음식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문광부 방침으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을 통해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 사찰음식을 대중화, 표준화, 대량화, 개량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타 종교인들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깊은 관심을 받으며, 한국전통사찰음식이 또 다른 한류열풍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사는 도시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체험을 통해 농촌 관광수입 등 도·농 상생은 물론, 사찰음식 체험 및 교육을 통한 가족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찰음식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준다면.
▶하루나 1박2일 간 불교문화 및 사찰음식을 체험하게 되는데, 우선 체험 참가자들이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고소, 산청, 상추, 취나물, 도라지, 더덕 등 다양한 채소를 심고, 채취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야채와 천연 양념이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살펴본다.

장작패기와 청소하기 등 노동 행위를 통해 마음의 때를 벗겨내고, 육체를 안정시키는 단계에서부터 정성을 들여 탕국을 끓이고 초가집 무쇠 솥에서 나무로 밥을 지은 뒤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사찰 전통 상차림으로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음식과 관련된 체험 및 식사 후에 다도의 시간을 통해 불교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을 질의응답을 통해 알아본 뒤 마지막 참선의 시간으로 체험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

-일반인 가운데 사찰음식을 배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손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사찰음식은 기능이나 양념에 의지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 지극한 마음으로 요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찰음식은 기능 전달보다 수행하는 마음, 대자대비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요즘 현대인들의 병은 먹지 못해 생긴 것이 아니라 맵고 짜고 자극적이며 감각적인 무절제한 음식 문화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듯 정성어린 마음으로 음식을 차려낸다면 사찰음식의 진면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음양의 조화는 음식으로 조절해야 한다. 소아 당뇨와 청소년 비만 문제도 음양의 조화가 필요한 음식으로 조절해야 한다. 이는 불교의학과 고차원적인 철학이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 템플스테이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우선 사찰과 마을이 갖고 있는 독창적이 프로그램 개발해야 한다.

국내인은 물론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사찰의 이익 발생보다 문화 창출을 위한 체험이기 때문에 보다 밀도있게 프로그램이 짜여져야 한다.

1천700년 불교음식을 체험하는 데 독창적인 프로그램은 사찰 특유의 속성을 파악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며, 해당 자치단체 등에서도 각 사찰이 갖고 있는 특성에 맞는 체험공간으로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공동 아이템 개발은 물론, 이에 따른 운영비 지원 등 다양한 배려도 필요하다.

-끝으로 당부의 말씀은
▶개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하루 3끼 음식을 만드는 데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양념을 만드는 데도 정성어린 마음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불교의식이 깃든 사찰음식은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부담 없이 누구나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고, 친해질 수 있어야 한다.

조리법도 상당히 단순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도전해 보는 것이 일회성이 아닌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한편, 수도사에서는 오는 24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음달 3일까지 전통사찰음식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의 : ☎031-682-3169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