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과 사귀다 = 이영광 지음.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시인이 4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

“물 위를 걷는다/지은 죄를,/지은 적도 없는 죄를/덜덜덜 자백하는 한가운데//혹한이 찾아오면 몸 바꾸는 그대/단단히 단단히 단단히/날 건네주는,/얼음 위를 알몸으로 점령한/그대”(`물 위를 걷다' 중)처럼 삶을 성찰한 시들이 실렸다.

무덤덤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본 시도 있다. “거울을 보면/나는 나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늦은 오후, 몸 안 좋아서 찡그리고 들여다보면/세월은 거울 속에/꺼낼 수 없는 입체로 멍하게 고여 있다, 그가/넥타이를 내 목에 건다”(`그러니까' 중)

랜덤하우스코리아.152쪽. 6천 원.

▶은밀한 여행 = 이용한 글·사진.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여행 에세이.

양양 남대천, 평창 발왕재, 영월 서강, 울진 왕피천, 진도 해안 등을 돌아다닌 시인은 “길 위에서 나는 나무와 바람을 보았고, 구름과 적막, 언덕과 하현에 감개했다”고 적었다.

인제 마장터로 가는 길은 “바퀴가 갈 수 없는 길”이어서 수량 많은 계곡을 건너야 했다고 돌아봤다.

“길은 음미하는 곳이다. 더더욱 바퀴가 다닐 수 없는 조붓한 길에서는 게으른 길의 미식가가 되어야 한다” 소박한 초가집, 허물어져 가는 빈 흙집, 논밭 풍경 등 시인이 찍은 사진도 함께 실렸다.

랜덤하우스코리아. 328쪽. 1만2천 원.

▶꽃에게 바치다 = 이상범 지음.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 사철난, 용담 등 꽃을 소재로 쓴 시 60여 편을 꽃 사진과 함께 엮었다.

“허공을 바라보던 눈길 돌려 들꽃을 본다//떨고 있는 꽃술 위에 하늘 또한 떨고 있어//눈부신 꽃들의 순수가 하늘임을 알았다”(`하늘-달맞이꽃에게' 전문)

토방. 176쪽. 2만5천 원.

▶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 최승범 지음.

국문학자인 전북대 명예교수가 옛시조, 야사, 민담, 민요, 소설 등에서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 정서가 녹아 있는 107가지의 소리를 골라 설명했다.

부엌과 음식, 시골생활, 자연, 악기가 내는 소리를 5개 주제로 나눠 실었다.

이규보는 술이 걸러질 때에 나는 소리를 “시름 잊게 하는 방울 소리”로 표현했다.

`밤에 술 거르는 소리를 들으며'라는 그의 작품에는 “처마 끝의 빗방울/밤새도록 떨어지면/부질없이 단꿈을 깨뜨려/들을수록 짜증만 나는데/술 거르는 소리도 빗소리와 같으나/이 소리는 왜 이리 기쁘게만 들리는가”라고 적었다.

농악놀이가 시작될 때 “깽매 깽매 깽매깽/깨갱 깽매 깽매깽”하며 꽹과리가 내는 소리는 빨라졌다 누그러지는 변화무쌍함을 나타낸다.

월간 `객석'에 `한국의 소리를 찾는다'라는 제목으로 10년 가까이 장기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

이가서. 460쪽. 1만5천900원.

▶1세대 문명 = 크리스토퍼 나이트·앨런 버틀러 지음. 성양환 옮김.

프리메이슨 의식 연구가와 점성술 전문가가 수메르와 이집트 문명 이전에 미지의 고도 문명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선사시대 과학자들은 지구의 달, 해의 크기와 움직임을 이해했고 태양계의 크기를 측정했으며, 과학적인 측량단위를 발명해 현재까지 존재하는 거대한 거석 구조물들을 축조했다.

저자들은 스톤헨지가 달과 태양이 지나가는 12곳의 주요 위치들에 맞춰 정렬돼 있어 고대인들이 달의 월식은 물론 동지와 하지에 해와 달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천문학자의 주장을 소개한다.

`1세대 문명'이란 선사시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는 문명을 일반적 고대 문명기와 구분해 저자들이 이름지은 것이다.

청년사. 260쪽. 1만8천 원.

▶윤상원 평전 = 박호재·임낙평 지음.

1980년 5월 27일 새벽 31세의 나이로 전남도청에 모인 시민군을 향해 계엄군에게 대항해 도청을 지키자는 연설을 남긴 윤상원의 삶을 정리한 평전. 1991년 `들불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것을 16년 만에 재출간했다.

풀빛. 424쪽. 2만 원.

▶같은 일상 다른 느낌 하루 = ah 스튜디오 지음.

주변에서 흔히 버려지는 헌옷, 상자, 자투리 천, 깡통 등 낡거나 못쓰는 물건을 소박한 생활소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책은 안 쓰는 유리병에 그림을 그리고 뚜껑에 자투리 천을 붙여 차 보관용기나 양념병 등으로 이용하고 낡은 셔츠의 단추나 무늬 부분 등을 오려내 앞치마에 적용하면 독특한 멋을 낸다고 제안한다.

그린홈. 116쪽. 1만 원.

▶新여우의 기술 = 최재경 지음.

2006년 장편소설 `플레이어'(민음사)를 출간한 작가가 남녀관계를 파헤친 뒤 여성들에게 연애관계에서 약자가 아닌 강자의 논리로 접근하라고 제안한다.

이다미디어. 272쪽. 1만 원.

▶위대한 버림 = 이준엽 엮음.

부처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성도(八相成道)에 따라 여덟 명의 스님이 `인간 붓다, 그 위대한 사상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빛고을아카데미에서 공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

중앙승가대 총장인 종법스님, 전 동국역경원장 월운스님, 능인선원 주지 지광스님, 강남포교원 원장 성열스님 등이 부처가 도솔천에서 내려오는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부터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는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에 이르기까지 팔상성도를 차례로 강연한다.

빨간우체통. 240쪽. 1만1천 원.

▶산나고 탑나고 절나고 = 장영훈 지음.

부산대에서 풍수미학을 강의하는 저자가 우리나라 주요 사찰의 풍수를 조명한 책. `우리문화재 풍수답사기' 시리즈의 제4권.

저자는 “불교에서 처음부터 사찰을 세운 것이 아니라 처음 500년 간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탑만을 세웠고 그 후 사찰을 지어 부처상을 모셨다”면서 “큰 규모의 사찰은 대부분 나라에서 관장해 세웠는데 권력의 함수관계와 맞물려 세워진 사찰을 잘 살피면 당시 정세까지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신라시대 왕들은 `왕이 곧 부처'(王卽佛)라는 명목으로 절을 지어 통치수단으로 활용했으며, 불국사가 궁궐을 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사찰들은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을 통과해야 높은 곳에 위치한 커다란 대웅전에 이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면 당나라에서 입국한 스님들을 중심으로 “내가 곧 부처”라며 참선을 중시하는 선종이 유행하자 일주문과 대웅전을 가깝고 나란하게 배치한 절들이 지어졌다. 이런 사찰로는 실상사가 대표적이다.

담디. 288쪽. 1만5천 원.

▶상징과 비밀 명화를 만나다 = 마틸데 바티스티니 지음. 조은정 옮김.

서양 명화의 도판을 제시하면서 인물과 사물 하나하나의 의미를 풀어 설명해주는 예경 아트가이드 시리즈의 제5권. 그림에 녹아든 서양문화의 상징과 알레고리를 개인 과외교사처럼 친절한 설명과 함께 뜯어볼 수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그림이 대부분이지만 피카소, 샤갈 등 근현대 작가들의 그림도 소개되고 있다.

376쪽. 1만8천600원.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 김진송 지음.

10년 간 목수일을 하면서 나무와 목수일, 목물들에 대해 기록해온 일기와 스케치, 작품 사진을 엮었다.

2001년에 나온 `목수일기'의 개정판으로 목물 사진을 추가하고 새로운 작업장 짓기, 나무로 만든 책벌레 이야기 등 몇몇 글을 보탰다.

작가가 만든 800여 점의 목물 중 의자, 책상, 콘솔, 스탠드, 인형, 목마, 물고기 등이 탄생하는 데 얽힌 사연이 재미있게 실렸다.

작가는 근현대미술과 시각문화, 현대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장미와 씨날코', `인간과 사물의 기원',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등의 책을 냈다.

시골생활. 344쪽. 2만3천 원.

▶렘브란트의 거룩한 상상력 = 서성록 지음.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렘브란트 탄생 400주년(2006년)을 계기로 렘브란트가 평생 역점을 기울여 제작한 성서회화를 분석했다.

예영 커뮤니케이션. 344쪽. 2만2천 원.

▶나는 아직도 멈출 수 없다 = 장경순 지음.

농림부 장관, 민주공화당 사무총장, 한국유도회장, 국회 부의장, 대한민국헌정회장 등을 지낸 저자(85)의 회고록.

학도병으로 끌려갔다 광복군으로 돌아온 뒤 한국전쟁에 참전한 저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그는 5·16 군사쿠데타 하루 전날 박 전 대통령의 집을 찾아가 쿠데타 정보가 미리 알려졌지만 “서둘러 나서자고 주장했다”며 당시 상황을 적었다.

새마을운동의 출발, 산림녹화 시작, 고리채 정리, 마을금고 설립, 유도 10단 승단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서술했다.

국회 부의장을 맡았던 저자는 본회의 사회를 보는 동안 1965년 전투병력의 베트남 파견승인 문제를 포함, “세 번의 날치기를 자행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당시 정권에 대한 대학생의 저항이 계속되자 1964년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던 김종필 씨를 찾아가 사퇴를 요구했던 일, 이후 사퇴한 김 씨가 외유를 끝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집을 방문했던 일 등도 적었다.

오늘. 352쪽. 1만2천 원.

▶만언봉사, 목숨을 건 직설의 미학 = 율곡 이이 지음. 강세구 엮음.

조선 선조7년(1574)에 선조가 신하들에게 의견을 들으려는 구언의 교지를 내리자 율곡 이이가 올렸던 1만여 자의 상소문 `만언봉사(萬言封事)'를 현대어로 고쳐 엮었다.

율곡은 `만언봉사'를 통해 시의 적절한 변법을 통한 개혁과 임금 자신의 수양을 통해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수기안민(修己安民) 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성어린 마음을 열어 신하들의 참뜻을 얻을 것, 사치스러운 풍속을 개혁할 것, 군정을 개혁해 내외 방비를 튼튼히 할 것 등 소신이 담긴 주장을 거침없이 펼쳤다.

`만언봉사'의 의의와 율곡의 개혁사상, 율곡의 생애도 함께 실려 있다.

꿈이있는세상. 200쪽. 9천 원.

▶예기·악기 = 작자 미상. 한흥섭 옮김.

중국 고전 `예기'에 수록된 `악기(樂記)'를 번역한 책. `악기'는 음악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유교 경전이다.

원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악(樂)의 의미와 사회적 기능, 역할, 제작의 주체, 목적, 필요성 등을 세분화해 정리했다.

`악기'의 작자에 대해서는 서한 무제 때 유덕이 지었다는 설, 전국시대 공손니자의 저작이라는 설 등이 있다. 오늘날 학계는 특정 인물이 쓴 것이라기 보다는 전국시대 말에서 한 초에 걸쳐 순자학파 계열의 유가 학자들이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책세상. 152쪽. 4천900원.

▶국역정본 징비록 = 유성룡 지음. 이재호 옮김.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유성룡이 전쟁 전후의 상황과 전쟁 과정을 상세히 담은 `징비록'을 역사학자인 이재호 부산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번역 내용에 원문까지 그대로 실어 정본으로서 가치를 높였으며 400여 개의 각주를 실어 기록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과 사건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징비록 관련 연표'와 `서애 유성룡 연보', `임진왜란 관련 지도'가 부록으로 담겨 있다.

역사의아침. 416쪽. 1만7천 원.

▶알몸 박정희 = 최상천 지음.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가 비판적 시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책. 2001년 출판사 사람나라에서 출간됐던 책의 개정판이다.

인물과사상사. 366쪽.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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