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는 동맹을 위해 프랑스의 황태자 루이 16세와 정략결혼을 하고 베르사유에 입궐한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선 14살의 소녀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설레지만, 무관심한 남편과 프랑스 귀족들의 시기심으로 결국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순진하고 꿈 많은 소녀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렇게 옷과 보석, 도박 등에 빠지면서 역사 속에 사치의 대명사로 각인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돼 간다.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 혹은 프랑스 대혁명의 발발 원인으로 꼽히는 그녀, `마리 앙투아네트'가 영화로 돌아온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이 펼쳐놓는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철저하게 고증된 역사물이라기보다는 인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그 덕분에 지난해 칸영화제에서는 역사적 배경묘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어떠랴 눈이 이렇게 즐거운데!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화려하게 치켜세운 머리장식과 가슴을 부풀려 과장하고 허리를 꽉 조여 맨 코르셋, 그리고 빠니에로 풍성하게 부풀린 스커트라인까지 프랑스 중세의 화려한 귀족들의 삶이 스크린이 가득 채워진다. 그뿐일까, 그런 호사로움을 걸친 궁정 귀족들의 호위호식이 스크린 안으로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화면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의상으로 이 영화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제치고 의상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미국 개봉 당시 `빼어난 걸작'이라는 반응과 `기대에 못미치는 범작'이라는 양분된 평을 끌어냈던 이 영화, 이런저런 이유 다 제치고 화사한 봄날 그보다 더 화려한 의상과 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눈요기 거리가 될 듯. 한 가지 더,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달라'는 성난 군중에게 `케이크를 먹지 그래'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이 영화는 어떻게 그려냈을까? 5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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