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 나무 봐, 키가 엄청 크다.”

 “메타세콰이어라는 나무에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1년에 1m 정도씩 자라는데, 키가 100m가 넘는 것도 있데요.”

 나무의 이름과 특징을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숲해설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귀를 쫑끗 세웠다.

 “그럼, 우리 나무의 심장 소리를 들어볼까요?”

 선생님은 준비해 온 청진기를 아이들에게 나눠 줬고, 아이들은 청진기를 귀에 낀 후 조심스레 나무에 갖다 댔다. 잠시 뒤 조용해진 아이들 사이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선생님! `쭈루룩 쭈루룩' 소리가 나요”

 “이 나무에서도 `쉬익 쉬익' 하는 소리가 들려요”

 “나무들이 땅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랍니다”

 지난 29일 오산시 수청동 소재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에서는 평소 학교에서 받을 수 없었던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바로 신비로운 숲속 체험을 떠나는 `녹색수업'이 열린 것이다.

 경기녹지재단에서 지난 4월부터 주 1회 진행하고 있는 이 수업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드문 도시의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자연체험 프로그램. 현재 도내 초등학교의 참가 신청이 쇄도하며, 신록의 계절을 맞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녹색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안양 호암초교 3학년 3개 학급 82명. 아이들은 5개 모둠으로 나뉘어 숲해설 전문강사와 함께 나무와 풀·곤충 등을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아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체험했다.

 “우리 이번엔 뱀의 눈으로 세상을 볼까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거울을 나눠 주고 눈 밑에 대게 한 뒤 하늘을 보며 걷도록 했다.

 “선생님! 물 위를 걷는 느낌이예요”

 “와! 나무들이 떠다니는 것 같아요”

 뱀의 눈으로 세상을 본 아이들은 이어서 신발을 벗은 뒤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걷기 시작했다. 이번엔 `애벌레' 체험. 발과 귀·코의 감각을 이용해 숲을 느껴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밖에도 솔방울 던지기, 박쥐나방게임, 세밀화 그리기 등 다양한 놀이를 통해 자연과 더욱 가까워져 갔다.

 전지혜 양은 “이런 수업은 처음인데, 숲속 체험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며 “숲과 친구가 된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재단의 녹색수업은 오는 10월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 도내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오산 물향기수목원과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에서 각각 진행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는 경기도산림학교 홈페이지(forest.gg.go.kr/school) 또는 재단 홈페이지(www.ggf.or.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학교별로 1개 반(40명)씩 신청할 수 있고, 교육비는 무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