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죄를 저지른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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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모죄를 저지른 돼지
  • 기호일보
  • 승인 200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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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열(변호사)
 지난 22일 경기도 이천시민 1천여 명은 서울 용산동 국방부 청사 앞에서 서울 송파 특전사부대를 이천시로 이전하는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부대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는 집회 중 일부 참가자들은 부대 이전 계획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전하는 의미로 군복을 입고 행사장 무대 위에서 새끼돼지를 거열(車裂)에 처하는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거열(車裂)형은 너무나 잔인해 역사적으로도 역모(逆謀)죄 등의 중죄인에게만 적용된 형 집행방법이었다. 왜 하필 돼지였을까? 소는 덩치도 크고 가격도 비쌀 뿐 아니라 농사에 도움이 되어 제외되고, 개는 사람과 친한 동물이라 반발이 심할 것 같아 제외되고, 식용이외에는 특별한 쓸모가 없는 돼지는 사람들이 반발이 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 선택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새끼돼지가 무슨 역모죄라도 저질렀을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특별한 죄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새끼돼지는 군부대 이전이라는 정부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역모죄의 누명을 쓰고 이와 같이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되었다.
 살아있는 새끼 돼지의 사지를 밧줄로 묶고 사람들이 잡아 당겨 찢어 죽이는 것은 분명 극도의 잔인한 동물학대 범죄를 저지른 것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동물학대 행위는 현행 동물보호법 제6조 동물학대 금지 조항에 의해 금지되어 있어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현행법까지 위반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동물을 학대했다는 의견이 팽배해 지면서 오히려 이천지역으로의 특전사 이전의 적절성의 문제가 이로 인해 묻혀지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이번에 군부대가 이전하려는 곳은 마을 사람 모두가 농사를 짓고 살아왔던 삶의 터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일방적인 통보로 군부대가 이전한다며 보상금을 줄 테니 나가라면 어느 누구도 쉽사리 수긍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곳의 주민 대부분이 그곳에서 나고 자라 몇 대에 걸쳐 일궈왔던 논이며 밭이며, 평생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정부는 송파 신도시 개발에 따라 특전사를 이천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천시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이천시는 군부대가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의 이유로 특전사 이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마 이러한 이천시 주민들의 어려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돼지 퍼포먼스가 대다수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방법이나 수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국방부와 이천시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갈등에 엄한 어린 새끼돼지를 끌어들여 놓고는 도대체 무슨 입장을 이해하라는 것인가? 말 못하는 동물에게도 고통은 있다. 한낱 작은 미물이라도 자신의 살이 찢기고 피가 터지는 아픔을 안다. 고통을 안다. 비록 돼지의 존재가치가 사람들의 식탁에 고기를 제공하는 것이라 해서 이를 무생물과 같은 취급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은 비록 그 생명체가 하찮은 존재라 해도 결코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이번 돼지 퍼포먼스 후 논란이 일자 이천시가 한 일은 고작 이천시청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팝업창으로 띄운 것이 전부였다. 그 내용도 소수에 의해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불쾌한 행위였고, 자기들도 당황했다, 모두를 매도하지 말라는 내용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이천시가 그만큼 각박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특전사 이전 반대에 관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과가 아니라 오히려 이와 같은 사태를 이용해 자신들의 특전사 이전 반대홍보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사건의 발단은 반대론자들의 일부가 군부대이전 반대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함을 국민에게 설득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등한시한 채 충격적이고 섬뜩한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자 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려고 한 데 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각박해지고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해지고 무관심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해 씁쓸한 생각이 든다. 이유도 모르는 채 극심한 고통 속에 죽어간 새끼돼지에게 용서를 구하며 다음 생에는 절대 돼지로 태어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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