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풍경을 두터운 마티에르와 가라앉은 색조로 묘사해온 서양화가 오치균(47)씨가 봄 풍경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오씨는 3월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열리는 '봄꽃그림전'에 '진달래' '사북의 봄' '개나리' 등을 내놓는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의 개관 기념전이기도 하다.

오씨는 누구보다 왕성하게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탄광촌의 폐허를 따뜻하게 그린 작품 40여점으로 '사북그림전'을 가진 지 넉 달도 안돼 또다시 전시마당을 펼치는 것은 정열적 활동의 소산이다.

작가는 손바닥과 숟가락에 물감을 발라 두텁게 층을 지어내는 지두화(指頭畵ㆍFinger Painting) 기법으로 작업하곤 했다. 색채를 칠해넣는 게 아니라 물감을 발라올림으로써 화면의 질감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가 이런 기법으로 작품한 것이 10년 남짓 된다. 그동안 오씨는 스산한 겨울풍경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삶을 담아냈다. 그래서 분위기는 아무래도 어둡기 마련이었다.

이번 봄꽃 그림전은 과거의 겨울 분위기를 털어내고 말 그대로 그의 작품도 봄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같다. 물론 지난해 사북그림전에서 밝고 환한 봄의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이번처럼 드러내놓고 봄을 노래하진 않았다.

기법상의 특이함 때문인지 그의 화면에는 봄이 오더라도 요란하게 오지 않는다.수수한 모습으로 대지에 시나브로 찾아드는 것이다. 어찌 보면 쓸쓸함마저 묻어 나온다. 시골마을 돌담 너머에 숨어 핀 산수유꽃과 외딴집 뒤꼍에서 봄의 찬가를 부르는 개나리꽃이 정겹게 다가온다. 뭉게구름처럼 흐드러진 목련도 화사하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두텁게 풍경을 묘사한 밀레, 박수근, 오치균은 흡사 한계열의 그림쟁이로 여겨진다며 농부를 묘사한 밀레가 밀레답고, 서민에 몰두한 박수근이 박수근답듯이 오치균 역시 독특한 방법으로 작업하는 화가라고 평가한다.

전시회를 앞두고 '오치균 봄 그림집'도 출간됐다. ☎ 738-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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