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프로야구 그라운드에 `일본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94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던 재일동포 선수가 지난해 이일의(LG)를 시작으로 잇따라 수입되고 있고 지난 98년 외국인선수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영입된 일본인선수들도 올 시즌 그라운드에 선을 보이게 된 것.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재일동포 3세 이일의는 올 해 재계약에 성공했고 베테랑 포수 김영화와 내야수 고지행, 투수 김진유 등 재일동포 선수들도 롯데와 한화,LG에 각각 입단,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또 일본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내 무대를 밟은 투수 2인방 이리키 사토시(두산)와 모리 가즈마(롯데)도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01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10승(3패)를 거뒀던 우완정통파 이리키와 148㎞의 빠른 직구와 안정된 제구력이 강점인 모리는 팀의 주축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한 뒤 국내로 돌아온 스타급 선수 이종범(기아)과 정민철(한화), 이상훈(LG), 정민태(현대)까지 포함한다면 일본파는 무려 10명에 이른다.

국내 프로야구가 걸음마 단계였던 지난 80년 초반 일본프로야구의 선진기술을 익히기 위해 대거 수입됐던 일본파들이 득세했던 때와 흡사한 풍경이다.

일본 니혼햄 소속으로 75년 퍼시픽리그 타격왕까지 올랐던 백인천 롯데 감독이 재일동포는 아니지만 프로야구 원년(82년) 국내로 돌아와 MBC 청룡 감독 겸 선수로 뛰며 역대 한시즌 최고 타율(0.412)를 기록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듬해(83년) 삼미 슈퍼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재일동포 투수 장명부가 무려 30승(20패)으로 그해 다승왕에 오르며 독보적인 투수로 군림했고 김일융과 김기태(이상 삼성), 주동식, 김무종(이상 해태)도 일본파 전성기를 이룬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재일동포 선수는 94년 김실(삼성)과 홍순기(롯데)를 끝으로 종적을 감췄고 오히려 선동열과 이종범(이상 주니치), 조성민, 정민태(요미우리), 구대성(오릭스)이 일본으로 수출되는 역조현상까지 연출됐다.

그럼에도 다시 10여년이 흐른 후 일본파들이 역수입되는 것은 국내 선수 수급사정이 악화되고 김성근 전LG감독과 백인천 감독 등 일본파 사령탑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올해부터 팀당 용병 보유한도가 3명에서 2명으로 줄고 교체인원도 1명으로 제한됐고 팀간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보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야구문화가 유사한 이웃나라 일본에서 선수를 충당하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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