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500원짜리 과자때문에 1천만원을 보상하라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빵 한조각을 훔치다 19년동안 옥살이를 한 장발장을 생각해보세요.” “안돼요. 물건을 훔치려 했으니까 지금까지 도난당했던 피해물품 전액을 보상하세요.” 지난 4일 오전 안양경찰서 소년반 사무실에는 중학교 2학년생인 임모(13)양이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흐느끼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너무도 죄송합니다. 모두가 제 잘못이에요.” 임양이 소년반을 찾게 된 것은 편의점에서 500원짜리 과자를 훔치려 했다가 업주에게 들킨 사건 때문. 지난달 30일 학원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 위치한 `M 24시' 편의점을 찾은 시간은 오후 8시30분께. 임양은 과자 진열대에 있는 500원짜리 `A크레커' 1개를 주머니에 넣으려 하다 업주인 손모(30)씨에 발각됐다. 이날 임양은 과자를 먹고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과자에 손이 가고 말았다. 이에 업주 손씨는 임양을 모질게 대했으며 임양을 상습적인 절도범으로 몰아 세웠다. 그리고 나서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임양의 부모에게 지금까지 도난당한 피해액으로 1천만원을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임양의 부모는 업주 손씨에게 철모르는 학생이 실수로 저지른 일이니까 한번만 용서를 해달라고 선처를 부탁했다. 하지만 손씨의 태도는 완강했으며 그동안 발생했던 피해 물품의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며 임양의 처벌을 고집했다. 이 사건을 맡게 된 한 형사가 “학생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잘 타일러서 또 다시 타인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도록 훈계하고 반성의 계기로 삼게 하자”고 권유했으나 손씨는 결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참으로 세상이 각박하고 정이 메말라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댄 학생의 행동이 잘못됐지만 이를 타이르고 깨우쳐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청소년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어른들의 넉넉한 마음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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