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구연맹(FIVB)이 한국여자대표팀 리베로 구기란(26·흥국생명)에게 주기로 약속한 20만달러(2억4천만원)의 상금을 놓고 배구계가 뒤늦게 몸살을 앓고 있다.
 
20만달러는 지난해 10월 FIVB가 세계선수권대회 기록을 토대로 구기란을 공격리시버(Best Digger)와 서브리시버(Best Receiver) 수상자로 선정, 부문별로 10만달러씩의 보너스를 주기로 하면서 생겨난 거금이다.
 
이에 따라 대한배구협회는 지난해 11월말 `국제 관례' 등을 고려, 상금의 60%는 구기란, 30%는 여자대표팀, 10%는 소속팀 흥국생명에게 배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당사자들에게 `권고'했으나 최근 구기란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구기란은 FIVB가 자신에게 준 상금인 만큼 배분 여부부터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대표팀은 오히려 “관행과 상식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야한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대표팀의 주장은 `기록의 함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에 비해 블로킹이 낮고 기본기가 좋은 덕(?)에 남자대표팀 이호(현대캐피탈)처럼 리베로가 수비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구기란식 방식대로라면 앞으로 상금 때문에 저마다 리베로로 나설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배구는 무엇보다 단체종목이고 특히 구기란이 세계선수권 때 수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점도 대표팀으로선 불만이다.
 
당시 대표팀 코치는 “구기란은 좌·우로 몸을 던지지 앞고 위에서 때리는 것을 걷어내는 단순한 스타일의 리베로”라며 “구기란이 상을 탈 수 있었던 것도 다른 동료들이 옆에서 막아낸 데 힘입은 바 크다”고 주장했다.
 
구기란과 대표팀 사이에 낀 협회는 뒤늦게 구기란의 반발로 상금 문제가 불거지자 “이젠 답이 없다”며 매우 난감한 모습이다.
 
6:3:1의 배분율을 `권고사항'으로 정한 엄한주(성균관대 교수) 국제이사는 “상금 때문에 이탈리아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시비가 일어 일부 선수는 돈을 챙기고 달아난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특히 지난해 국제연맹 총회에서는 각국이 세계선수권 상금 배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것을 집행위원회에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말했다.
 
협회는 본인이 원한다면 20만달러를 모두 줄 방침이지만 대표팀 코치진과 선수들은 “모두가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국제대회 출전이 잦은 배드민턴 협회의 경우 개인, 단체종목을 가리지 않고 선수 상금의 30%를 협회의 몫으로 정하고 있는 등 국내 아마추어 단체 대부분이 내부적으로 상금 배분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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