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흐림', 김병현·최희섭은 `쾌청', 김선우·봉중근·서재응·추신수는 `안갯속'.

미국프로야구 무대에서 뛰고있는 한국인선수 7명이 올 시즌 정규리그 시험무대인 시범경기에서 받은 중간 성적표다.

이 성적표는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리는 정규시즌에서 이들 한국인투수와 타자가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그러나 이중 맏형인 `코리안특급'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는 우울하다.

지난해 부상 속에 9승에 그쳤던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에이스 부활을 노렸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지난 3일 밀워키전 2이닝 5실점, 7일 캔자스시티전 2이닝 6실점 등 2경기에서 방어율이 무려 21.21(11자책점)까지 치솟아 에이스 자존심을 구겼고 설상가상으로 12일 애리조나전은 훈련 중 당한 무릎 부상으로 등판이 취소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아직 남은 등판에서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지만 오는 31일 애너하임과의 정규시즌 개막전 등판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등 에이스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반면 24살 동갑인 `한국형핵잠수함' 김병현(애리조나)과 `빅맨' 최희섭(시카고컵스)은 인상적인 활약으로 올해 자신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6세이브를 거둔 마무리에서 올 시즌 선발로의 보직 전환에 도전한 김병현은 4차례의 등판(3차례 선발)에서 사실상 합격점을 받았다.

구원등판한 지난 15일(샌프란시스코전) 4이닝 동안 2실점했지만 타선 지원덕에 행운의 첫 승을 거뒀고 7일(애너하임전)과 11일(시애틀전)에도 각각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미겔 바티스타 등과의 제5선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주전 1루수를 노리는 최희섭도 에릭 캐로스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시범 13경기에서 아직 홈런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지난 16일 애너하임전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는 등 3할대 타율(0.313)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5선발을 노리는 `서니' 김선우(26·몬트리올)와 봉중근(23·애틀랜타), 서재응(26·뉴욕 메츠)은 좁은 틈을 비집고 최종 낙점받을지는 미지수다.

김선우는 시범 3경기(8이닝)에서 방어율 2.25의 빼어난 피칭을 보여줬지만 호투중인 라이벌 자크 데이와 경합이 치열, 18일 LA 다저스전 선발등판에서 마지막 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 시범경기에 나란히 방어율 2.58의 짠물 투구를 보여준 봉중근과 서재응도 경쟁자보다 중량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선발진 합류의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추신수 역시 14경기에서 1홈런 등 25타수 6안타(타율 0.240) 3타점에 그치며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한편 시범경기에 초청됐던 송승준(23·몬트리올)과 안병학(23·시카고 화이트삭스)은 마이너리그로 돌아가 빅리그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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