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벌였던 낙선운동이 최근 또다시 국회의 이라크 파병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총선시민연대는 부정부패, 선거법 위반, 헌정질서 파괴, 지역감정 조장 등의 이유로 총선 입후보자 86명을 낙선운동 대상자로 정하고 활동에 들어가 헌정사상 초유의 위력을 선보였다. 실제 16대 총선 당시 이들이 펼친 낙선운동은 박빙의 접전이 펼쳐졌던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낙선 대상자가 대거 탈락하는 위력을 보였다. 그런데 또다시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파병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하니 이를 실감했던 국회의원들이 낙선운동에 대해 갖는 피해의식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어 어떠한 결정도 못 내리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여야 총무는 “가치 판단기준과 보편적 정치행위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은 독선적이고 반민주적”이라며 모처럼 공동으로 낙선운동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침략전쟁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며 이를 찬성하는 의원에 대해 벌이는 낙선운동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파병동의안이 부결되든 아니면 가결되든 낙선운동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며 실제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낙선운동에 대해 반시민적이고 반민주적 독선행위라며 덮어놓고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시각은 이제 교정될 필요성이 있다. 추상적이고 요원한 국익을 앞세우기 전에 왜 낙선운동을 얘기하는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에 대해 좀더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국민이며 파병문제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오늘 치러질 국회의 파병동의안 처리에 국회의원들이 전세계에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국민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해 본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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