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를 노리는 박찬호(30·텍사스)의 시즌 첫 경기는 참담하기만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제1선발 자리를 이스마엘 발데스에게 내 준 상황에서 2일(한국시간) 등판한 애너하임전은 박찬호가 반드시 진가를 보여줘야 하는 경기였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경기 전 전망은 밝았다.
 
상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지만 박찬호가 통산 3승1패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팀이었고 상대 선발은 신인이나 다름없는 미키 캘러웨이였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는 경기 초반에 여지 없이 무너졌다.
 
`볼넷 뒤 적시타'라는 금기사항을 거듭하며 3회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박찬호가 난타당한 첫째 요인은 직구 스피드의 저하다.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박찬호는 최고시속 150㎞를 상회하는 강속구가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지난해 허리부상이후 스피드가 140㎞대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날도 최고시속이 145㎞를 기록했을 뿐 대부분 직구가 140㎞ 초반에 그쳐 에인절스 타자들에게 `배팅 볼' 노릇을 하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강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이같은 직구 스피드로는 견딜수가 없다.
 
초특급 랜디 존슨(애리조나)처럼 98마일(약 158㎞)의 총알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직구가 95마일(약 153㎞)은 유지해야 정상급 투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빅리그다.
 
박찬호는 지난 해부터 직구에 자신이 없다보니 낙차 큰 커브로 타자를 유도하는 투구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변화구만으로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때문에 박찬호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투구폼을 하이키킹으로 변화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한 번 떨어진 직구 스피드를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박찬호가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투구를 펼치기 위해선 스피드 향상의 비법을 찾아야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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