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원우(민주당·시흥시갑)국회의원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농지는 농사를 직접 짓는 사람만이 소유해야 하며, 소작을 두는 것도 금지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한국 사회는 소수의 권력집단이 농지를 비롯한 토지를 독점하고 양민과 소작농을 수탈해 왔습니다. 고려말 ‘권문세족’은 관직과 토지를 독점하고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세습해 갔습니다. 사전의 개간, 겸병 등의 방법으로 민전이나 국가의 공전도 침식해 나가 자영농의 몰락과 국가 재정의 궁핍까지 초래했습니다. 결국 ‘권문세족’의 발호는 국가권력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이어져 개혁의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 왕조가 바뀌게 되는 역사로 귀결됩니다. 조선시대 또한 정약용, 유형원 등의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경자유전 원칙에 입각한 정전제, 균전제 등의 토지개혁안이 제안될 정도로 권력집단의 토지독점으로 인해 농민의 삶은 피폐했습니다. 2008년의 대한민국 모습은 어떻습니까. 위에서 말한 ‘권문세족’은 역사속의 이야기일 뿐일까요? 정도전, 정약용과 같은 토지개혁은 필요 없는 것일까요?
지난주 월요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부재지주 문제와 고위공직자와 강남땅부자들의 ‘쌀 직불금’ 부당 청구문제가 터져 나왔습니다. ‘쌀 직불금’이란 ‘쌀값 하락으로부터 농민과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소득의 일정 정도 보전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감사원 대외비 자료를 열람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참으로 서글픈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게 됩니다.
‘서울 강남구’ 땅주인 중 56% 이상이 부당수령자이며, 2006년 전체 쌀소득직불금 수령자 중 28만 명(총수령자 99만8천 명)이 비경작자이고, 농지 임대인 실경작자 중 24%는 쌀직불금을 아예 수령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10월 7일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의 성명을 보면 더욱 심각한 문제임을 느낍니다. ‘농민들이 쌀 직불금 불법수령을 알면서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고를 할 경우 지주들이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직불금을 뺏기고 있으며 과거 소작농들이 대지주들에게 엄청난 소작료를 주면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농연’의 뒤를 이어 31개 농업관련단체와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들도 성명과 규탄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 직불금’ 부당 청구문제로 격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간에 증인채택문제를 놓고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봉화 차관은 이미 이명박정권 초기 차관 임명 때부터 위장전입으로 인한 농지 불법취득이 밝혀져 시민사회 및 각계로부터 줄곧 사퇴요구를 받아왔던 공직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농지 불법취득이라는 원천적 불법을 위장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쌀 직불금’까지 신청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봉화 차관이 누굽니까? 이명박정권의 다른 말, ‘강부자’정권, ‘종부세’정권의 상징 아닙니까? 강남에만 집이 3채가 있습니다. 시가로 20억 원에 달하는 종부세 대상자입니다. 이런 분이 마땅히 농민의 터전인 ‘농지’까지 위장전입으로 소유하고, 짓지도 않을 농사를 손수 지을거라 허위신고 및 ‘쌀 직불금’ 신청까지 했습니다. 이명박정권 차관 임명을 하루 앞두고 신고한 사실로 보아 위장전입으로 취득한 농지를 직접 경작하는 땅이라 ‘위장’하기 위해서였다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봉화 차관의 이러한 행위가 결코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강부자ㆍ땅부자정권이라 비아냥 받는 이명박정권에서, 감싸거나 보호하려 들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입니다. 벌써부터 이봉화 차관의 변명을 한나라당 대변인실 명의로 배포하기도 하고 국감 증인채택도 원천봉쇄하고 있습니다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싶습니다. 민간인도 처벌받는 불법입니다. 법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할 고위공직자가 행한 불법입니다. 결코 묻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법을 어긴 공직자에게 책임 지우는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공직자의 도덕성과 나아가 농민과 농지에 대한 우리 사회가 최소한 지켜야 할 예의와 기준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민주노동당 강기갑·곽정숙 의원. 민주당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이명박대통령에게 이봉화 차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부재지주와 공직자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을 뿌리뽑고, 최소한 ‘농지’만이라도 실제 땀과 눈물로 땅을 지키고 농사를 짓는 진짜 농민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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