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도서의 상당 부분이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각 도서관과 상급 기관은 현황 파악도 못할 뿐더러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12일 인천시 및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시가 운영하고 있는 시립도서관과 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중앙도서관 등 인천지역 9개 공공도서관은 일반 및 아동자료실을 운영하며 184만여 권의 도서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도서관에 보관된 도서의 상당 부분이 노후 또는 훼손된 상태로 방치돼 이용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A도서관의 경우 일반자료실과 아동자료실에 비치된 도서들을 확인한 결과 많은 도서들이 찢어져 있거나 이물질이 묻은 상태로 방치돼 정상적으로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 도서관이 지난달 16~20일 5일간 도서관 이용자 4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8 하반기 이용만족도 조사’에서도 이용에 불만을 표시한 응답자 중 30%에 해당하는 이용자들이 ‘노후 시설 및 기자재’를 꼽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김모(25)씨는 “찢어지거나 이물질이 묻은 책이 가장 문제”라며 “책 보유량을 늘리는 것에만 신경을 쓰기보다 현재 소장돼 있는 책에 대한 관리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인근의 또 다른 도서관인 B도서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출량이 비교적 많은 문학과 역사 부문의 일반자료실에서 훼손 방치된 도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보수가 된 책을 살펴봐도 청색 테이프로 대충 붙여놓거나 스테이플러 등으로 박아 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아동자료실의 도서 상태는 더 심각했다.

비인기 도서의 경우 청소 상태가 부실해 먼지 등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 인기 도서의 경우 책의 훼손뿐 아니라 몇몇 도서에서는 음식물 찌꺼기 등의 이물질도 확인할 수 있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건강까지 우려될 정도다.

초등학교 3학년생 딸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이모(35·여·인천시 남동구)씨는 “상당수의 도서가 찢어지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어 다시 찾고 싶지 않다”며 “당국이 어린이들의 건강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독서만 권장할 게 아니라 불량 도서를 과감히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조강호(가천의과학대학교 소아청소년과)교수는 “이물질 등 책 관리를 제대로 못할 경우 곰팡이, 바이러스균 등이 알레르기, 천식, 아토피, 기관지염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특히, 기관지가 좋지 못한 어린 아이들의 경우 편도선염 및 폐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처럼 도서관의 훼손 도서에 대한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일선 도서관은 물론, 관리감독 기관인 인천시와 시교육청은 현황 파악은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일선 도서관 관계자들은 “도서관법에 따라 1~2년에 한 번씩 불량 도서에 대한 폐기조치를 하고는 있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노후 도서 관리에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도서 유지·보수 업무 자체도 비전문가가 담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시 및 시교육청에서는 “훼손 도서의 정비는 해당 도서관에서 관리권이 있는 만큼 예산 및 인력 부족을 탓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선 도서관이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도서를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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