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구 사용 의미는 어떤 것일까?
 
도구의 사용은 인간과 동물이 구별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 도구사용이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컨대 개미를 잡아먹고 사는 원숭이는 개미들이 개미집으로 들어가면 먹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미집 구멍에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가지고 그것을 개미집 구멍에 집어넣어 개미들이 여기에 달라붙으면 이를 꺼내 잡아 먹는다. 바로 이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는 도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인간도 자연에서 많은 도구들을 찾아냈고, 나아가 그러한 도구들을 개량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인간의 삶 속에서 도구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그러나 도구의 발달이 언제까지나 인간의 삶을 이상적인 사회로 이끌지는 못하고, 어찌보면 삶의 파괴라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이제는 인간을 불행의 벼랑으로 몰고가는 흉기가 되어버렸다.
 
처음 인간은 돌멩이, 뼈, 나뭇가지와 같은 자연 상태의 모습 그대로를 도구로 활용하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은 도구를 개량하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타제석기(뗀석기)가 돌멩이의 모습에서 가공되어 쓸모 많은 석기로 등장한 것이다. 그 타제석기는 나아가 마제석기(간석기) 단계로 더욱 정교하게 되었다. 그리고 철기시대로 넘어가면서 석기는 무력화되었고, 그 철기는 이제 핵이라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도구의 단계에 이르렀다.
 
도구의 발달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이루어낸 인간노력의 산물이다. 인간의 삶은 바로 이러한 노력을 통해 풍부해지고, 윤택해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삶이 무기라는 도구로 인해 파괴되는 과정의 연속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도구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결코 윤택하거나 풍부하게 만들어 주지만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구의 사용은 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도구의 사용이 인간 삶의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본말이 전도되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앞세워 인간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다양한 도구들을 통해 이기적인 삶을 앞세워 개인에 있어서는 반목을, 국가간에는 전쟁이라는 엄청난 일들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죽하면 어떤 이는 인간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까지 표현하지 않았는가? 역사속 인간의 전쟁을 한 줄로 세워놓고 보면 극단적으로 어느 하루도 전쟁이 없었던 적이 없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는 21세기의 시작을 전쟁으로 펼치고 있는 하나의 모습에 직면하고 있다.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이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휘말려 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국군의 파병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그 과정에서 우리들 각자의 의견들이 여과없이 표출되었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모습이다. 전쟁의 아픔에 괴로워하면서도,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한 모습을 바라보게 되어 희비가 교차되기도 한다.
 
언제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그렇게 자유롭게 표출해 보았던가? 다양한 의사의 표현은 결코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고,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었다고 여겨진다. 우리는 다양한 도구의 활용을 통해 삶이 윤택해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는 모습을 역사 속에서 무수히 보아왔다. 이제 우리는 전쟁을 통해 펼쳐진 여러 문제들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장 슬기롭게 해결하는 성숙된 의식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이러한 의식의 성장에 대한 기대는 이미 지난해 월드컵을 통해 그 다양성을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낙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낙관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성장된 의식을 바탕으로 본말이 전도되거나 목적과 수단이 뒤엉키지 않는 판단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다양성을 조화롭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의식혁명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음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김상태(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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