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명장'의 반열에 오른 세계 최고수들이 모여 그린 재킷을 다투는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10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7천270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로 67회째를 맞는 마스터스는 주최측이 엄선해 초청한 정상급 선수만 출전할 수 있어 골퍼라면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그린을 밟아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 할만큼 권위있는 대회.

마스터스는 해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메이저대회를 겸하고 있어 `메이저 왕관'을 노리는 스타들의 시즌 첫 도전 무대이기도 하다.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회원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주최하는 마스터스는 스폰서없이 입장료와 각종 기념품 판매 등 수입으로 상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상금 역시 갤러리 입장 규모 등 대회 열기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총상금은 560만달러로 25년만에 처음 `동결사태'를 빚었지만 타이거 우즈(미국)의 사상 첫 3연패 도전과 어니 엘스(남아공)와의 건곤일척의 승부 등이 걸려 있어 상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여성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보수적 태도를 `타도'하자고 나선 미국여성단체연합회 등 진보 세력들이 경기장 주변에서 대대적인시위를 벌일 계획이어서 장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끌어 모을 전망이다.

◇누가 나오나=마스터스 출전 자격은 역대 챔피언을 비롯, 지난해 PGA 투어 상금랭킹 40위, 세계골프랭킹 50위 이내, 전년도 대회 16위 이내 입상자, 그리고 각종 메이저대회 우승자 등 무려 17가지로 까다롭다.

따라서 올해도 `골프 황제' 우즈를 비롯해 최근 `제위 찬탈'을 꾀하고 있는 어니 엘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 그리고 2000년 우승자 비제이 싱(피지), 유럽의 희망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 슈퍼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필 미켈슨(미국),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가 `메이저 무관'의 한풀이에 나서며 저스틴 로즈(영국), 찰스 하웰3세(미국) 등 `차세대 주자'들이 마스터스 데뷔전을 치른다.

또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로스, 아놀드 파머(이상 미국), 개리 플레이어(남아공)도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플레이를 펼친다.

한국인 첫 투어 대회 우승자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도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마스터스의 무대에 오른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어떤 곳=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골프를 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밟아보고 싶어한다'는 미국 최고의 명문 골프장.

`구성(球聖)'으로 추앙받는 보비 존스가 앨리스터 매킨지와 함께 1930년 `최고의 코스를 만들자'는 일념으로 조성했고, 연간 5개월 이상 문을 닫고 그린과 페어웨이를 가다듬는 엄격한 코스 관리로 `꿈의 골프장'으로 명성을 굳힌 곳이다.

`건드리기만 해도 5m를 구른다'는 빠른 그린과 하도 어려워 `아멘'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는 `아멘 코너(11·12·13번홀)로 유명하다.

300명의 회원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호와 최고경영자, 그리고 명문 가문 출신 정치가 일색이다.

잭 웰치(GE), 빌 게이츠(MS), 웨렌 버핏(버크셔해스어웨이), 샌포드 웨일(시티금융그룹), 윌리엄 클레이 포드(포드자동차), 크리스토퍼 갤빈(모토롤라), 리 레이먼드(엑손모빌), 윌리엄 해리슨(JP모건체이스) 등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 상당수가 오거스타의 회원이다.

오거스타의 회원이 되려면 별도의 신청 절차없이 오거스타의 `낙점'을 받는 수 밖에 없다.

여성 회원은 일체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 정책 때문에 여성 단체 등 진보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지만 `전통'을 고수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우즈 사상 첫 3연패 관심=이번 대회 최대의 관심사는 우즈가 마스터스 사상 최초의 대회 3연패를 이루느냐 여부.

지금까지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잭 니클로스(1965년·1966년), 닉 팔도(1989년·1990년), 그리고 우즈 등 3명 뿐이며 니클로스와 팔도는 3연패에 실패했다.

마스터스 최연소 우승(21세), 최저타우승(18언더파 270타) 등의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 2001년 바로 이곳에서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이룬 우즈는 올해도 역시 골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발달하는 골프장비에 대항하고 한 선수의 독주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코스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쳤지만 오히려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을 만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우즈와 궁합이 맞는다.

시즌 초반 무릎 수술 재활을 위해 한동안 경기를 불참하고도 거뜬히 2승을 올리며 상금왕 5연패에 시동을 건 우즈가 과연 마스터스 3연패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즈의 `대항마'는 누구인가=올해 우즈가 불참한 2개 대회에서 압도적 기량으로 2개의 우승컵을 챙겼던 어니 엘스가 `타도 우즈'의 선봉에 섰다.

장타력이 향상된 데다 승부처에서 흔들리던 심리적 약점도 치유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엘스는 우즈를 넘어 `세계 1인자'로 올라서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즈와의 두차례 대결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아직 멀었다'는 평가를 받은 엘스가 마스터스에서 우즈를 꺾을지는 미지수.
 
`한물갔다'던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도 최근 2승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 마스터스 첫 우승을 탐내고 있다.

번번이 `우즈 공포증'을 드러내며 좌절했던 필 미켈슨과 아직 메이저대회 왕관을 쓰기에는 `어리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세르히오 가르시아 역시 우즈의 대항마로 항상 꼽히는 선수.

이밖에 레티프 구센(남아공), 비제이 싱,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도 우즈의 대회 3연패를 저지할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들이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되려면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와 맞붙었을 때 얼마나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경주, 첫 출전 성적표는=한국산 `탱크' 최경주는 지난해 투어 대회 2승 등 상금랭킹 17위를 차지하는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았다.

최경주는 지금까지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등 3개 메이저대회는 모두 경험해봤지만 마스터스는 이번이 데뷔전.

한국 선수로는 73년 한장상(63)과 2000년 김성윤(20)이 마스터스에 출전한 적이 있으나 모두 특별 초청 케이스였고 자력으로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낸 것은 최경주가 처음.

당장 우승 욕심은 내지 않지만 `메이저대회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선수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최경주는 일단 `톱10' 진입으로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가 1차 목표.

300야드가 훌쩍 넘는 장타 능력을 갖춘 최경주가 마스터스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처음 겪어보는 유리알 그린에서 퍼팅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 달렸다.

지난 2일부터 현지에 도착, 2차례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실전 라운드를 돌아본 최경주는 “퍼팅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마침 캐디 폴 푸스코가 8차례나 마스터스를 겪어본 베테랑이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마스터스의 시련, `여성 단체의 압력'=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여성 회원 불가 방침'을 대표적인 `성차별'로 보고 마스터스를 겨냥한 각종 압력을 행사해온 미국여성단체연합회는 이번 대회를 전후해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또 흑인인권단체를 비롯한 진보 세력들도 여성단체에 가세, 마스터스는 어느때보다 논란 속에 치러질 전망.

게다가 이런 여성 및 진보 세력들의 `간섭'이 부당하다고 여기는 보수 단체들은 `성차별 반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로 해 조지아주 오거스타는 마스터스 관객보다 시위꾼들이 더 많이 모일지도 모른다.

유색인이면서 `골프는 골프일 뿐'이라며 이 논란을 애써 비켜가려는 타이거 우즈도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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