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의미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란 ‘땅의 문화’를 의미한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동시에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농촌사회는 농업생산 활동에서 유래하는 다양한 전통문화를 보전하며, 지역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철’이 없는 도시

반면 도시에는 ‘철’이 없다. 더욱이 아파트에는 ‘철’이 없다. 인공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도시민들, 그들은 계절의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철과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봄철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철에는 김을 매며, 가을철에 수확을 하는 가운데 ‘철’을 느끼고 ‘철’이 든다. 오늘날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특히 농촌의 특성이 살아 있는 어메니티(경관)는 우리 농촌이 갖고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어메니티(경관)은 도시가 흉내 낼 수없는 자원이다. 즉 농촌다움을 보존하고 있는 매력 있는 자원이다. 여기에는 자연자원, 문화자원, 사회자원이 있다. 자연자원에는 수자원, 지형자원, 동식물자원, 환경자원 등이 속하고 문화자원에는 전통문화, 사찰, 돌담길, 전통가옥 등이 해당한다. 사회자원에는 시설자원, 경제자원 등이 있다.

휴가철에 유럽을 여행하고 전원 풍경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아름다움은 거저 된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꾸준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다. 아름다운 전원경관을 유지·보존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고 농촌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녹색농촌체험 확산을 위해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는 방학을 이용, 초·중·고등학생이 가족과 함께 농촌의 자연경관, 특산자원과 생태환경, 역사 자원, 전통문화, 지명유래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보다 체계적으로 농촌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올해 초 편찬한 농촌 고유의 자원정보를 수록한 ‘농촌어메니티 100선’은 각 농촌지역의 다양한 경관 사진과 자원의 위치 및 속성, 마을 소개, 찾아가는 길, 마을 지명 유래에 대한 어메니티 자원의 기본현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봉우리가 아름답고 청학이 서식하는 뛰어난 경치에서 유래한 청학마을(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청학마을), 소설 토지(土地)의 무대로 유명한 평사리(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전래 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하회마을(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그리고 인조 임금이 이관의 난으로 피난하던 중 소에게 물을 먹인 소우물에서 이름이 유래된 공주시 우성면(충청남도 공주시 우성면 죽당리) 등과 같이 각 지역의 어메니티 자원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2005년 어메니티 자원도 구축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약 1만1천589개 마을을 대상으로 농촌다움과 쾌적한 환경을 지닌 16만1천여 건의 어메니티를 발굴했다.
 
          농촌은 다면적인 문화 영역

이처럼 농업 농촌은 시장경제의 틀로서만 포용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다면적인 문화의 영역이다. 농업 농촌이 갖는 다면적인 기능을 생각할 때 농업 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은 공동체와 문화의 존속을 의미한다.
본래 농업과 농촌은 공업과 도시의 파트너다. 그것은 농업인이 공업생산물을 구매하는 국내시장의 고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농업인은 도시의 자금과 정보 그리고 시설을 이용하지만 도시민은 농산물 외에도 농촌의 정감 있는 분위기를 호흡하며, 토지의 자양분을 흡수한다. 따라서 ‘농’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립도를 높이는 터전인 동시에 상호 협조와 보완이 필요한 시민농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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