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정치학)

 폭력 때문에 ‘난장판 국회’라는 오명을 얻은 18대 첫 정기회가 끝나고, 2월 소집된 제281회 임시회를 어제 마쳤다. 임시회에서도 의원 폭행사태와 여야 충돌로 국민을 실망시키더니 임시회 폐회를 하루 앞두고 미디어 관련법 처리방법에 대한 극적 타결로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 국회에 대해 끊임 없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민주정치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회의 질의와 답변 수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지난달 2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학업성취도 평가관련 정책협의 건’을 논의하기 위해 교과부 장·차관과 전국 16개 시ㆍ도 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초·중등 학생 196만 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 조작과 보고 누락 등으로 국민적 비판과 불신 때문에 대책을 협의한다는 명분으로 소집한 것이다. 하지만 회의진행은 물론 국회의원들의 질문 내용이나 태도, 교과부장관과 교육감들의 답변내용이나 소신 등 모두 실망을 안겨 주었다.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의와 답변 내용을 보면 누구 하나 현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치러진 국가수준학력성취도평가와 시·도 교육청이 번갈아 주관하는 교과학습진단평가에 대한 차이점과 문제점, 교과학습진단평가 결과의 내용과 교과부 보고 여부, 성취도 평가 시 교과부 예산지원 등등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핵심인사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지만 현안에 대한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이나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거나 그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힌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슨 질문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원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교과부장관은 소신과 철학도 없고 현안에 대한 확실한 진상 파악도 못한 채 우물쭈물 대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알맹이가 없는 답변 내용도 문제지만 무기력한 모습으로 질의를 적당하게 얼버무렸다. 교과부장관의 답변 내용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교육 정말 큰일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세 차관을 임명한 배경을 충분하게 짐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답변에 나선 일부 시·도 교육감도 마찬가지였다. 시·도의 교육수장으로서, 그리고 교육현장의 최고 행정책임자로서 누구 하나 현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 교육일선의 분위기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지도 못했다. 
회의 진행과 절차도 문제가 많았다. 대부분 제한된 발언 시간을 넘겼다. 동료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는 것도 여전했다. 누가 봐도 말도 되지 않는 궤변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의원도 있었다. 위원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의원도 있었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장관이나 교육감들에게 큰 소리로 호통치면서 피의자 심문이나 부하에게 지시하듯 고압적으로 대하는 의원도 있었다. 지방교육의 수장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를 망각한 채 특정 사안에 대해 손을 들어보라는 무례한 요구도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결정·집행하는 최고위 인사들이 교육현안을 토론하면서 너무나 비교육적이고 몰지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정 상임위의 회의장면을 보고 국회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가끔 시청하는 대정부 질의와 답변 중계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상임위 중계를 시청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대한민국 국회,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 이는 본질적으로 토론 문화와 부실한 민주시민교육과도 관련이 있지만 국회의원·장관·교육감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소신과 철학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사람을 잘 뽑아야 정치도, 국회도, 교육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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