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재용 인천시 서구의회의원

 지난해 9월 중국정부의 멜라민 검출 분유 제품으로 영유아 신장결석 집단 발생사건이 발표된 이후 전 세계는 멜라민 공포 속에 휩싸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산 분유 제품 수입금지는 물론이고 제과류 제품에서 멜라민이 잇따라 검출되자 국민들은 먹을거리 공황 속에 빠져들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도 전에 또다시 석면탈크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식약청은 국회의 호된 질책에 청장이 눈물을 보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청장이 흘린 눈물이 서러움의 눈물이어서는 안되며 참회의 눈물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년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기호식품의 상당수가 제품관리 및 표시가 허술하고 곰팡이·식중독균이 검출되는 등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국회에서 작년 3월 21일 통과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올해 3월 2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안의 제안이유를 간략히 살펴보면,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학교 주변지역의 비위생적인 음식들, 보육시설, 학교 등 어린이에게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곳에서 식중독 사고와 영양부실 문제로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또한, 외식문화의 확산에 따른 어린이의 비만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와 그 주변지역에서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이 유통·판매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식품과 단체급식의 안전과 영양수준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 어린이들이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갖도록 함으로써 건강저해 식품이나 식중독, 비만 등으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기 시작한 지금 시점에서 지역에서 책임져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 법의 대상이 되는 어린이들이 주로 식품을 섭취하는 구내 학교와 단체 급식이 이뤄지는 영유아기관 등과 더불어 특별히 어린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학원, 놀이시설 등을 포함한 공원, 체육시설 및 극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까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어린이 식품안전 보호 구역이 학교와 주변 반경 200m의 통학로에 한정돼 있지만 실상 어린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은 이곳뿐만 아니라 학원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법적 정의로서 어린이란 유아·초·중·고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이들이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이거나 철저하게 이 법의 취지에 따르는 것이 자치단체와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이 법이 잘 정착되려면 관 주도의 단속과 행정력도 중요하지만 자녀의 건강에 관심이 높은 주민들의 참여와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에서는 어린이 기호식품 전담관리원을 자치단체에서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속적인 지도와 계몽을 맡길 것이고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행정적 노력을 하겠지만 많은 관리대상 시설을 감시·감독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안보다 중요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한 어린이 식품안전 지킴이 활동에 학부모, 지역 단체, 시민활동가들이 나설 수 있게 상설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지키는 봉사라면 많은 이들이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관 주도보다는 민간이 주도하고 행정력을 도와주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할 때 비로소 가정으로부터 시작된 식생활 변화와 어린이들의 관심과 스스로 해결 노력이 나타날 것이며 주변 상인들과 음식재료 납품, 음식업 종사자들도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될 것이라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자치단체에서는 우리 지역의 식생활 안전 영양수준을 꾸준히 조사 평가하고 해마다 그 결과를 알리고 중장기적으로 식생활 풍토를 바꿀 수 있는 계획을 세워서 관리해야 한다. 광우병의 공포와 멜라민의 충격, 이젠 석면탈크의 위협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느 것으로부터도 안전하지 못하다. ‘위험사회’의 저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산업화·근대화가 기술발달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지만 그만큼 내재된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판단력이 부족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아이들을 ‘위험사회’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자치단체와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