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한우 무한돌봄, 신승민 대표’
 
가평군 가평읍 마장리에 있는 ‘미래목장’의 신승민(31)대표를 찾았다. 올해 5년째 목장을 하며 150마리의 한우와 함께 하고 있다. 마음만은 언제나 24시간 한우를 돌본다는 신 대표. 목장에는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흐르고 건강한 한우들이 어우러져 있다. 쾌청한 오후 그들의 아버지, 신승민 대표를 만나봤다.

 
 # 지금의 선택은 최고의 선택

신 대표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목장에서 일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안했다. 또한 군 제대 후에도 구리에 있는 LG백화점에서 보안업무를 맡고 있었던 그였다. 하지만 당시 그는 아버지에게서 목장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는다.
신 대표는 “시골에 내려갈 것인가를 6개월 정도 고민했다”며 “하지만 보안업무를 하는 10년 후를 생각해 봤을 때 암담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신 대표는 고민을 접고 아버지가 운영하던 목장 일을 돕기로 한다. 그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왕 시작한 것이니 확실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한국농업대학 축산과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그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신 대표는 대학에서 배운 생리학, 영양학, 유전학 등 귀중한 지식을 축산 경영에 고스란히 녹여 결실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배운 것을 목장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도 하고 새로운 실험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고급육이 생산된다면 그에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째 목장을 운영하면서 이론과 실제가 많이 다르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그는 “처음에 투자 자본을 3천만 원으로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막상 시작해 보니 1억 원이 넘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항상 정해진 시간없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소다. 신 대표는 이맘때면 옥수수를 심어야 되고, 약 뿌리면서 다니고, 8월이나 9월 되면 옥수수 심은 걸 소한테 먹여야 된다. 1년 스케줄이 다 정해져 있다. 신 대표는 “아침 보통 6시 반에 일어나 일단 한 바퀴 돈다”며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무슨 일은 없었는지 유심히 살핀다”고 했다. 신 대표에게 소는 자식과도 같기 때문이다.
작년에 8년 정도 키우던 소를 보낼 때는 가슴이 아팠다. 그는 “집에서는 ‘깡패’, ‘강촌댁’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소였다”며 “긴 시간 같이 있었던 만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아껴야 잘 살죠

처음에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는 “무엇보다 처음에는 자금 회전이 문제였다. 소는 적어도 3년을 키우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그 중간에 자금 회전이 불가능하다”며 “또한 기계 구입 문제도 만만치 않다. 기계값으로 제대로 된 것을 구입하려면 1억 원은 드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 역시 그렇게까지 호사를 부릴 정도는 아니다. 그는 “당연히 중고 기계를 사서 한다. 또 사료값을 줄이기 위해서 조사료를 쓴다”며 “보통 겨울에는 호밀을 심고 여름에는 옥수수를 심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들이 하루 먹는 양이 많게는 10만 원 정도”라며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사료값을 아끼려고 바깥에 막자라는 풀을 먹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 보통 1년에 1천만 원까지 사료값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젊은 나이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솔직히 사람인지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송아지를 낳을 때, 또 그 송아지를 자기 손으로 직접 받을 때의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단다. 그것이 그가 새벽 같이 일찍 일어나 다시 소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내 좌우명은 하루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소에게 먹이 주는 것부터 그 모든 것이 삶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아직 미혼인 신 대표, 어머니 이우복(54)씨는 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워 했다. 어머니는 “결혼할 때가 됐는데 걱정”이라며 “시골에 누가 결혼하러 오겠느냐. 가끔 이 일을 하는 걸 보면 내가 죄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아직 신 대표는 여유롭다. 그는 “만약 결혼을 해도 시골에 살아야 되니까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것을 먼저 이해하고 내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 1등급 ‘신승민 한우브랜드’를 꿈꾸며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수입 쇠고기보다 한우를 찾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바로 맛 때문이다. 특히 풀을 먹이고 방목으로 키운 호주산 쇠고기는 우리 입맛에 덜 맞는다는 게 지배적이다.

또 한우는 최대 3년까지 장기 사육을 하지만 수입산은 보통 12개월에서 18개월이면 도축하는데 여기서 맛의 차이가 난다. 30개월 정도 사육을 해야 고기 맛을 좋게 하는 올레인산 함량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가 키웠고, 누가 생산했고, 어떤 사료를 먹이고, 이런 것들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누구의 한우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래목장’의 신승민 대표, 이제 그의 꿈은 자신의 이름을 딴 한우 브랜드를 내는 것이다. 신 대표는 “현재 150마리 소도 200마리까지 늘리고 싶다”며 “또 어디에 가든 신승민 제 이름을 믿고 소비자들이 ‘신승민 한우’를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가끔 음악이나 라디오를 틀어준다. 소들도 생체리듬이 있어 소가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감소되기 때문이다. 그는 “1등급 한우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이라며 작은 것까지 세심히 신경쓰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신 대표에게 미래의 농업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했다. 그는 “나도 누구한테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는 “사실 소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뭐든지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정말 힘들다”며 “하루아침에 하기는 어렵다. 느긋하게 여유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소값이 떨어져도 그렇다. 나는 소값이 떨어져도 소를 오히려 샀다. 자신만의 흐름에 맞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전 20마리의 소로 목장을 시작한 그였다. 가까운 미래 그의 꿈처럼 ‘신승민 한우 브랜드’를 만나길 기대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