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진격 전야인 1940년 5월 9일,독일군 제7기갑사단장 롬멜(1891.11.15-1944.10.14)은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루, 드디어 우리는 짐을 꾸리고 있는 중이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빌고 있소. 내일부터 며칠 동안 일어나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될 것이요. 너무 염려마시오. 모든 일이 잘될 것이요".

요즘이라면 아마 롬멜은 이메일 편지를 썼을 것이다. "모든 소식은 CNN을 통해 알게 될 것이요"라는 구절이 담긴 그런 이메일 편지 말이다.

「롬멜전사록」(일조각刊)은 서부전선 돌파를 예고하는 이런 짤막한 편지로 시작해 1944년 10월14일 히틀러 축출 기도에 가담한 혐의로 롬멜이 독살되기 직전까지 계속된다.

롬멜이 아내에게 예고한 독일군의 마지노선 돌파계획은 대성공이었다. 롬멜에게 그것이 가져다준 환희는 어떠했을까. 「롬멜전사록」에 나오는 구절이다.

"마침내 우리는 마지노선을 돌파했다. 상상치도 못했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돌이켜보면 22년 전, 우리는 4년 반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번과 똑같은 적을 상대로 싸웠지만 전투에는 승리했으면서도 전쟁에는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유명한 마지노선을 돌파하고 적의 영토 깊숙이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22년 전이란 1차 세계대전을 가리킨다.

1953년 미국의 하코트 브레이스 앤드 월드(Harcourt, Brace & World) 출판사에서 'The Rommel Papers'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롬멜전사록」은 그 원고 모두가 롬멜이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롬멜이 독살당하러 나치 친위대에 끌려갈때 정황 묘사 같은 곳은 이 장면을 지켜본 그의 아들이 썼다.

하지만 원고 대부분은 롬멜이 남기고 모은 각종 기록과 보고서 및 편지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또 이 전사록 원고 대부분은 롬멜을 세계 전사에서 우뚝 서게 한북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그가 전차부대를 이끈 경험에 관한 내용이다.

전사록은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공군력이 거의 상실된 기갑부대 전투력으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연합군을 3년 동안이나 상대한 롬멜의 지략을 엿보게 한다. 그의 군사작전 요체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속도'와 '기습'이다.

전사록은 롬멜이 수행한 이와같은 군사작전과 실제 전투수행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 이 와중에서 한 개인이 겪은 고뇌의 발자취를 엿보게 한다.

전사(戰史)의 고전에 속하는 「롬멜전사록」은 국내에는 이미 1975년 황규만 육군대학 교수(준장 예편)에 의해 번역소개된 바 있다. 이 번역본이 28년만에 다시 같은 역자, 같은 출판사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간됐다.

옮긴이는 「롬멜전사록」을 그 주무대가 사막이라 해서 '戰沙錄', 전쟁에 관한 기록이라 해서 '戰史錄', 전쟁에는 으레 죽음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뜻에서 '戰死錄'의 세 가지 '전사록'의 총합으로 풀고 있다. 752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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